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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꼼짝마" 20년간 명품 시계만 10만개 감별…노영옥 '명품 감정사' [인터뷰]


사연 담긴 명품 시계 살려 낼 때 큰 보람…시계 감정은 집중력과의 싸움
명품시계 100% 구분 노하우…"단 한 차례도 감정 실패 사례 없어"
2022년 기준 국내 명품 시장 규모 18조 7000억원…중고명품 시장도 함께 성장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글쎄, 우리 아이들이 이 직업을 선택한다고 하면 말릴 것 같아요"

국내 명품시계 감별사로 활동하는 노영옥(67) 구구스 시계센터장은 자신의 직업인 '명품시계 감별사'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지만, 감별 과정의 압박감과 스트레스, 긴장감 등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노영옥 구구스 시계센터장이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구구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노영옥 구구스 시계센터장이 서울 강남에 위치한 구구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 종로 시계 전문점에서 시작한 감정사…지금은 명품 감정계의 '명장'으로

5일 서울 강남구 '구구스' 본사에서 만난 노영옥 센터장은 최고급 명품 시계 감정만 20년 이상 해 온 '명장'이다.

1985년 서울 종로에서 처음 시계 전문점을 열고 판매와 수선 등을 시작한 그는 2005년 명품 중고 거래몰 구구스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도 종로 일대에서는 명품시계를 가장 잘 구별해 내고, 고치지 못하는 시계가 없다고 정평이 난 그였기에 구구스 창업자도 그를 직접 찾아 함께 일해 볼 것을 제안했었다.

그렇게 회사 설립 3년만에 노 센터장을 영입한 구구스는 이후 거래액만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했고, 사실상 창립멤버인 그도 그렇게 명품업계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로 거듭나게 됐다.

노영옥 센터장은 20년 전 명품시계 감정을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현재의 중고명품 감정의뢰 건수가 10배 이상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명품이 흔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 명품 시장 규모는 매해 성장해 2022년 기준 141억6500만달러(약 18조7000억원)에 이르고, 1인당 연간 명품 소비액(325달러·모건스탠리 추정)은 이미 미국과 중국 등을 넘어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을 정도다.

과거 명품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의 전유물로만 인식됐었지만 최근에는 2030세대들도 명품 구입에 거부감이 없다. 젊은층에게 명품은 일종의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또 명품 소비 성향도 변했다. 이전에는 한번 구입한 명품을 오래도록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트렌드와 패션 흐름에 따라 구입한 명품을 중고로 판매하고 새 상품을 구입하거나, 중고명품을 구입해 활용하는 이들도 늘었다. 이는 중고품에 대한 인식자체가 변하면서 관련 시장을 크게 성장시킨 계기가 됐다.

구구스 역시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의식에 맞춰 서비스를 출범 시켰고, 지금은 한 해 2000억원이 넘는 거래액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중고명품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구구스 매장에서 샤넬 중고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구구스]
구구스 매장에서 샤넬 중고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구구스]

◇ '사연' 있는 명품 시계 수리하며 큰 보람

구구스는 전국 20여곳에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각 매장마다 감정 가능 인력이 상주해 1차 감정을 진행한 뒤 시계 제품의 경우 서울 압구정과 대구 수성구에 각각 명품 시계 전문가들을 배치해 감정하고 있다.

노영옥 센터장은 압구정점에서 감별과 수리가 가능한 직원들과 한 팀을 이뤄 활동한다. 3040세대 팀원들과 함께 수억 원의 명품 시계를 감정하고, 정품 여부를 가려낸다. 또 수리가 필요한 명품 시계는 직접 수리해 상품 가치를 높이는 일도 한다.

노 센터장은 "명품시계는 스트랩, 마감수준, 그리고 내부 기판만 보면 100% 다 구분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틀린 적이 없다고 자신했다. 가끔 팀원 감정사들 간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럴 경우는 토의를 통해 해당 부분을 비교 분석하고 결론을 내린다. 물론 최종 판단은 노 센터장의 몫이다.

이곳저곳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오지만, 노 센터장은 구구스를 떠날 생각이 전혀 없다. 명품 감정 기술의 노하우는 '많이 보고, 많이 감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 센터장은 "구구스 만큼 명품 감정이 다양하고, 많이 들어오는 기업은 없다"며 "하루 30~40개의 명품시계 감정이 의뢰 되는데 이보다 많은 물량을 감정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국내에서는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가품을 만드는 기술도 고도화돼 일반 감정사들도 정품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노 센터장에게 정품 여부를 다시 문의해 오는 경우도 있다.

그는 "가품이 아무리 고도화됐더라도 감정사들은 이를 대부분 구분할 수 있다"며 "감정을 진행할 때 시계의 작동 여부, 부품, 밴드, 버클, 각인, 마감, 시계 바늘, 기계 내부까지 모두 살펴보면 답은 나온다"고 말했다. 또 "브랜드별로 롤렉스는 케이스 안 쪽에 일련번호와 밴드 안 쪽 글씨체 등을 잘 살펴야 하고, 까르띠에는 뒷백 6시 방향에 각인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등 시계마다 판별 방법이 수도 없이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같은 최고급 명품 시계보다 흔히 볼 수 있는 '명품 브랜드'를 단 시계의 경우 오히려 감별이 더욱 어렵다. 최고급 제품은 모든 과정이 동일하게 이뤄지고 매우 정교한 작업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지만, 일반적으로 명품이라 불리는 브랜드 시계의 경우 그만큼 세밀한 작업을 하지 않기에 제품별로 품질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노 센터장은 "최근 경기 불황으로 매물이 늘어 본사에서 좋은 물건들을 소싱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김장, 대학등록금 납부시기 등에 중고 명품 위탁 의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겨울에 물량이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이는 노출이 많은 여름철에는 시계를 착용하기에 물량이 적지만, 겨울에는 옷 등으로 시계가 보이지 않으면서 이를 내놓았다가 추후 재구입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

노영옥 센터장은 "하루에도 여러 명품시계를 감정하고, 수리를 하고 있지만 사연이 있는 '멈춘 시계'를 다시 살렸을 때의 기쁨은 세상을 다 얻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가 수십년 간 이 직업을 놓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보람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구구스에서 가장 고가로 판매된 상품은 오데마피게 로얄오크 골드 시계로 거래액은 1억900만 원이었다. 구구스는 2002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약 1600만 건 이상의 명품DB를 누적하고 있으며. 매달 1만건 이상의 명품 감정을 진행하고 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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