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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올해 사라진다…뭘 보고 사야하죠?"


1년 계도기간 거쳐 올해부터 소비기한 표시제 본격 시행
사회적 편익 연간 1조 추산…안착 위한 노력은 '과제'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올해부터 식품 표기에서 '유통기한'이 사라진다. 그 자리는 '소비기한'이 대신한다. 식품 표기를 생산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꿔 먹을 수 있는 제품이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다.

정부는 소비기한 정착 시 연간 1조원 수준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 숙제는 남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제조사·유통사, 더 나아가 소비자까지 소비기한 안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빵에 표기된 소비기한. [사진=뉴시스]
지난 1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빵에 표기된 소비기한. [사진=뉴시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도입된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 시행된다. 앞으로 식품을 제조·가공·소분하거나 수입을 위해 선적할 때 기존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을 표시해야 한다.

소비기한은 식품에 표시된 보관 방법을 지키면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뜻한다. 기존에 적용했던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유통·판매가 허용된 기한이다. 간단히 말하면 소비기한은 식품을 먹어도 되는 기한, 유통기한은 식품을 팔아도 되는 기한이다. 생산자 관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셈이다. 제품군별로 다르지만 소비기한은 기존 유통기한보다 20~50%가량 길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제조·수입하는 식품은 반드시 소비기한을 표기해야 한다. 만약 소비기한 대신 유통기한이 표시됐을 경우 위반사항으로 간주된다. 1차 위반 시 시정명령을 받으며, 이후로도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품목제조정지 또는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받는다. 다만 계도기간 중 생산돼 유통기한을 표시한 제품은 표시된 기간까지는 판매할 수 있다. 당분간은 유통기한이 표시된 제품과 소비기한이 표시된 제품이 동시에 유통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1985년부터 이용하던 유통기한 표시제도를 폐지한 이유는 식품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다. 유통기한은 식품을 팔아도 되는 기한으로, 조금 지나도 품질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먹어선 안 될 음식으로 인식하고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제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 주요 국가들 역시 이미 소비기한을 도입한 상태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도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식품 폐기 시점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유통기한의 정의를 삭제하고, 소비기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으로 소비자와 산업체에 연간 각각 8860억원, 260억원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감소까지 고려하면 편익은 연간 약 1조원에 이른다.

다만 제도 안착을 위한 과제는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건 실효성 문제다. 소비기한은 유통기한 대비 기간이 긴 만큼 품질 관련 이슈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에 기업들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큰 폭의 기한 연장 없이 표기만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을 섭취 제한 기간으로 오인해 식품 폐기물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식품 표기에서 '유통기한'을 없애고 '소비기한'을 기재하도록 바꾸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어느 택배기사 아내의 게시물. 그는 유통기한이 7개월 지난 두유를 선물 받아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사진=보배드림 인스타그램]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을 섭취 제한 기간으로 오인해 식품 폐기물이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식품 표기에서 '유통기한'을 없애고 '소비기한'을 기재하도록 바꾸기로 했다. 사진은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어느 택배기사 아내의 게시물. 그는 유통기한이 7개월 지난 두유를 선물 받아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사진=보배드림 인스타그램]

실제로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소비기한 계도기간을 진행 중이던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소비기한 표시제 대상이 되는 매출액 상위 100개사 5만1928개 제품 중 실제 기한이 연장된 제품은 3.3%(1693품목)에 불과했다. 나머지 96.7%를 차지하는 5만235개 품목은 아직 유통기한을 사용하며 소비기한을 표시하지 않거나, 동일 기한에 명칭만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을 바꿨다. 백 의원은 "보여주기식 제도 도입이 아닌 실제 기한 연장이 일어나야만 기대효과를 만족할 수 있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통업체와 소비자 역시 소비기한에 맞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앞으로 소비기한을 기준으로 판매를 하게 되는데, 신선식 관리를 이전보다 더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이 덜 갖춰진 소형 유통업체의 부담이 커졌다. 더 엄격히 제품 품질을 관리해야 부작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소비자 역시 소비기한에 익숙해져야 한다. 유통기한은 며칠 넘겨서 먹어도 괜찮지만, 소비기한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 유통기한 때처럼 제품을 관리할 경우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아직 소비자들은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의 정확한 차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당분간 소비기한 표기 제품과 유통기한 표기 제품이 뒤섞여 판매될 예정이라 진통이 클 것으로 보인다. 소비기한 표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만큼 정부도 제도 홍보나 관련 교육 캠페인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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