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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TSMC VS '40' 삼성…'슈퍼乙' 기업 가는 尹, 이재용과 반전 신화 쓸까


ASML, EUV 노광장비 생산 유일 기업…尹, 외국 정상 최초로 클린룸 등 방문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업계 '슈퍼 을(乙)'로 불리는 네덜란드 장비 기업 ASML을 방문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얼마나 더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첨단 반도체의 상징 기술인 EUV 장비 보유 수에 따라 향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만큼, 윤 대통령이 이번에 어떤 성과를 가져올 지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클린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미국 대통령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클린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미국 대통령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12일 업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빌렘-알렉산더 국왕과 함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방문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동행한다.

ASML은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한 기업이다. 반도체 제조과정엔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이 있는데, 초미세 반도체 생산비용의 3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패턴이 미세화할수록 생산 효율과 성능이 높아져 핵심 기술로 분류되며 심자외선(DUV)과 EUV 방식이 주로 쓰인다.

EUV는 7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 선폭을 가진 반도체 제조에서 필수적으로 쓰인다. 대당 2000억원이 넘는데 출하 가능한 장비 수가 연 40~50대 수준이어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한다. 이 탓에 ASML은 '슈퍼 을'로 불린다.

ASML은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와 램리서치, 일본 도쿄일렉트론과 함께 세계 4대 반도체 장비 회사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집계 기준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20%)가 1위, ASML(18%)이 2위였다.

현재 ASML이 생산하는 EUV 장비는 대부분 대만 TSMC로 주로 공급된다. 이 탓에 EUV 장비 보유 수는 경쟁사인 삼성전자(40대 가량)의 2배가 넘는 100대에 달한다. 덕분에 파운드리 시장 내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앞세워 삼성전자와의 점유율 격차를 점차 벌리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TSMC는 57.9%, 삼성전자는 12.4%를 기록했다. 양사간 점유율 격차는 44.7%(2분기)에서 45.5%(3분기)로 더 확대됐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도 EUV 장비 확보 경쟁에 뛰어들어 ASML이 이들의 수요를 맞추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다. ASML은 당초 올해 60대가량을 생산하려고 했으나, 반도체 시장 불황 여파로 올 2분기에 연간 생산량을 52대로 하향 조정했다. ASML은 EUV 장비 출하를 2020년 20여대에서 지난해 40대로 늘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EUV 장비는 조립에만 5개월 이상이 걸리는 등 1년에 만들 수 있는 수량이 한정돼 있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쥐려면 장비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에이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와 담소를 나누며 걷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에이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CEO와 담소를 나누며 걷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선언한 데 이어 올해 3나노 2세대 공정,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양산 계획을 밝힌 상태다. 계획대로 반도체 생산이 이뤄지려면 '하이 NA' EUV 장비가 필요한 상황인데, 장비를 제때 받지 못할 경우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뒤로 밀릴 수 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ASML과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지난해 6월에 이어 이번에 다시 윤 대통령과 함께 ASML을 찾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올해 들어 일부 매각하긴 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ASML 지분 0.4%도 갖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ASML과의 돈독한 관계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가 ASML의 EUV와 하이 NA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EUV 장비를 적용해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처음 양산했다. 첨단 파운드리 사업을 하지 않아 지금 당장 하이 NA 도입 과제가 시급하진 않지만,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추후에는 하이 NA 도입까지 검토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EUV 장비 수는 연구용 2대를 포함해 10대 미만이다.

일단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국내 지사 규모를 두 배로 키우겠다며 국내 기업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또 ASML이 세계 최대 반도체 연구소인 벨기에 아이멕(IMEC)과 내년 선보일 하이 NA 테스트랩에서 SK하이닉스와 기술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윤 대통령은 이번 ASML 방문을 두고 향후 성과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전날 AFP 인터뷰에서 "ASML 방문은 '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관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 회장, 최 회장과 함께 이날 외국 정상 최초로 펠트호번에 있는 ASML 클린룸과 최신 노광장비 생산 현장을 시찰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키워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려면 네덜란드, ASML과 더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EUV 확보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정부가 적극 나서게 된 만큼, 향후 EUV 장비 등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확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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