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오는 15일부터 야간과 휴일에 초진을 허용하는 등 기존 규제를 대폭 완화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이 시행된다. 다만 수혜자로 거론되는 산업계의 표정은 예상보다 밝지 않다. 핵심인 '약 배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어서다.
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보완 방안이 시행된다. 보완 방안이 시행되면 동일한 의료기관에서 6개월 이내에 진료를 받은 환자라면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 그간 같은 질환으로 30일 이내 대면 진료 경험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가능했다.
![한 의료진이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원격진료 진행하고 있다. [사진=KIST]](https://image.inews24.com/v1/af5d549d457bbe.jpg)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하는 대상도 늘었다. 현재는 섬·벽지 거주자, 거동불편자, 감염병 확진자만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이 허용되는데, 여기에 응급의료 취약지역이 추가된다. 응급의료 취약지역은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안에 갈 수 없거나 권역응급의료센터까지 1시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한 인구가 30% 이상인 시·군·구 98개다.
또 휴일·야간(오후 6시 이후)에는 모든 연령대의 환자가 초진이더라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한다. 현재는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만, 처방이 아닌 상담에 한해서만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생긴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20년부터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하향 조정된 지난 6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전환됐다.
시범사업 전환 과정에서 코로나19 기간과 달리 의료 취약 계층을 제외하고 재진일 경우에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제한된 탓에,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들은 줄줄이 관련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사업 전환에 나섰다. 비대면 진료 환자 상당수가 초진이고, 재진 기준이 복잡해 초진과 재진을 가르기 힘든 점 등을 고려하면 현행 지침 내에서 정상적인 사업 영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보완 방안은 이러한 규제로 인해 고사 위기를 겪고 있는 비대면 진료 업체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핵심으로 꼽히는 약 배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비대면 진료를 받더라도 약은 여전히 이용자가 약국에 직접 가서 사야 하기에 반쪽짜리 서비스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초진이 허용될 예정인 휴일·야간에 문을 여는 약국이 적은 점도 문제다. 현재 오후 8시 이후 운영하는 약국은 전국 39%, 일요일에 여는 약국은 15%에 불과하다.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사무국장은 "업계 입장에선 정부가 애로사항을 반영해 제도 완화를 시도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만 유의미한 효과가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고, 그럴 가능성도 작다고 생각한다"며 "휴일·야간 병원이 문을 닫을 때 보통 약국도 운영하지 않는다. 의료 접근성 해소를 위해 비대면 초진까지 허용했는데, 약은 여전히 대면 수령해야 하는 원칙을 고수한 건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 업체 관계자도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아무래도 미지의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이용하는 경우가 적다. 보통 감기, 배탈, 알레르기 등 경증질환을 해결하기 위해 이용한다. 감기인 것 같으니 비대면으로 간단히 의사에게 진료받고 약을 처방 받는 식"이라며 "결국 가장 필요한 약 배송이 안 된다면 이용자들의 불편은 여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비대면 진료가 자리 잡으려면 해외 주요국처럼 우리도 약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G7 모든 국가와 OECD 38개국 중 36개국이 의약품 배송을 허용한다. 일본은 인터넷에서 일반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고, 처방약은 원격 복약 지도를 받고 배송받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도 의약품을 택배로 받는다. 환자가 모바일이나 컴퓨터를 통해 약국 사이트나 민간 배송업체에 접속해 배송을 주문하면 되고, 처방전은 스캔 등을 통해 전달한다.
선재원 나만의닥터 공동대표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은 패키지라고 보면 된다. 이번에 발표한 안에서 약 배송만 허용돼도 유의미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