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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에 아들없다"…'LG家 며느리' 김영식, 삼성 홍라희와 반대 행보 눈길


남편 별세 후 경영권 두고 엇갈린 행보…이재용에 힘 싣는 홍라희 vs 지분 뺏는 김영식
삼성家 홍라희, 子 상속세까지 내는 분위기…LG家 김영식, 무리한 소송전으로 子 압박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구 선대회장의) 유지(遺旨)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LG 오너일가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이 진행된 410호 법정. 2차 변론기일에서는 고(故) 구본무 LG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이처럼 말한 사실이 법정에서 고스란히 공개됐다. 상속 재산 앞에서 '인화의 LG'는 온데간데 없는 모습이었다.

이날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대표, 구연수 씨를 대리하는 원고 측 변호인은 "구자경 명예회장이 2009년 치매로 판단력이 떨어져 제대로 말을 못한 것이 맞냐"는 질문까지 증인으로 나온 하범종 LG경영지원부문장(사장)에게 내던졌다. 재계에선 공공연하게 알려졌던 LG 오너일가의 비밀이 수십 명의 기자가 있는 법정에서 공개되자, 일각에선 "돈이 참 무섭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

이처럼 LG 오너일가의 상속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맞선 김영식 여사 측의 공세가 점차 강해지자, 삼성 오너일가의 승계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홍라희 여사의 움직임이 재조명되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삼성과 LG가 각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각각 아들을 상대로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의 엄마인 홍라희 여사와 구 회장의 엄마인 김영식 여사는 남편이 세상이 떠난 후 재산분할 합의 과정에서 각각 다른 선택을 했다.

삼성가 며느리인 홍라희 여사는 아들 이재용 회장을 밀어줘 견고한 지배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 회장은 현재 삼성물산(18.26%), 삼성생명(10.44%), 삼성전자(1.63%) 등의 지분을 바탕으로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통해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앞서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지난 2020년 별세하면서 삼성그룹 관련 주식과 개인 재산 등 약 20조원의 재산을 상속 재산으로 남겼다. 이 재산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따라 삼성의 승계구도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었다. 특히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가장 높은 비율을 상속받을 수 있는 홍라희 여사의 선택을 두고 재계에선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때 홍 여사는 본인이 상속받을 수 있었던 삼성생명 지분의 상속을 포기하고, 아들인 이재용 회장에게 모두 몰아줘 재계가 깜짝 놀랐다. 홍 여사의 이 같은 선택으로 이재용 회장은 삼성생명의 지분율을 0.06%에서 10.44%까지 단숨에 늘리며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의 개인 최대주주가 됐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을 제외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이라며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이재용 회장이기 때문에, 이 회장은 홍 여사의 배려를 통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완벽한 지배구조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홍 여사는 삼성생명의 지분을 포기하는 대신 삼성전자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는데, 이 역시 아들을 위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홍 여사가 상속을 포기하고 아들인 이재용 회장이 모두 상속을 받는 것이지만, 그 경우 이재용 회장의 상속세 부담이 너무 커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홍 여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면서 이재용 회장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고, 홍 여사가 가진 지분은 언제든 이재용 회장의 우호지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이재용 회장에게 더욱 힘이 실어준 것으로 해석됐다.

구연경(왼쪽) LG복지재단 대표이사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저신장아동 성장호르몬제 기증식'에서 어린이에게 기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LG그룹]
구연경(왼쪽) LG복지재단 대표이사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저신장아동 성장호르몬제 기증식'에서 어린이에게 기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LG그룹]

반면 LG가 며느리인 김영식 여사는 홍 여사와는 전혀 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남편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갑작스럽게 회장직에 올라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해야 했던 구광모 회장에게 LG그룹의 경영권과 다름없는 ㈜LG 주식을 더 많이 나눠줄 것을 제안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올해 2월 김영식 여사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구본무 회장의 상속 재산을 재분배하자는 상속회복청구 소송 과정에서 밝혀졌다. 지난 10월 5일 소송의 1차 변론기일에선 2018년 상속 재산분할의 과정이 상세히 공개되기도 했다.

재계에선 여러 정황상 김영식 여사가 구광모 회장이 ㈜LG 주식을 받아 LG그룹을 승계하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는 구광모 회장이 상속 받을 예정이었던 ㈜LG 지분을 두 딸에게 추가로 제공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구광모 회장 측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양보해 2.52% ㈜LG 지분을 구연경 대표, 구연수 씨에게 추가로 주는 것에 합의했다. 또 상속세 대부분을 구광모 회장이 부담하기로 한 내용도 재판 과정을 통해 드러났다.

이에 재계에선 아들의 경영권을 지키지 위해 힘쓴 홍라희 여사와 달리, 본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들의 경영권을 흔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영식 여사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두 여사의 엇갈린 행보는 아들의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고 수 년이 지난 지금 시점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LG 오너일가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실제 이재용 회장은 당시 상속받은 경영권 관련 지분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삼성그룹을 경영해 나가고 있다. 최근 일각에선 홍라희 여사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재용 회장의 상속세를 대리 납부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회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2021년부터 2026년까지 해마다 2조원씩 총 12조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을 팔지 않고 있는 이재용 회장 대신 홍라희 여사가 더 많은 상속세를 부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 여사의 움직임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홍 여사는 2022년과 2023년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해 총 2조6650억원 가량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한 바 있다. 상속세의 경우 피상속인들이 공동으로 국가에 내야 하는 연대채무의 개념이기 때문에 이재용 회장이 직접 내지 않아도 된다.

LG그룹을 23년간 이끌어온 구본무 회장의 발인식에 참석한 구광모 회장(오른쪽). [사진=아이뉴스24 DB]
LG그룹을 23년간 이끌어온 구본무 회장의 발인식에 참석한 구광모 회장(오른쪽). [사진=아이뉴스24 DB]

이처럼 아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애쓰는 홍라희 여사의 모습과는 반대로 LG 오너일가인 김영식 여사는 되레 아들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2월 LG 김영식 여사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고 구본무 회장이 남긴 상속 재산을 추가로 요구하는 상속회복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재산분할 후 4년이나 지난 시점에 이뤄진 무리한 소송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지난 2018년 구본무 회장의 별세 당시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8.76%를 상속받았고, 김영식 여사와 딸 구연경 대표, 구연수 씨는 ㈜LG 지분 2.52%와 기타 개인 재산을 상속받은 바 있다.

재계에선 김 여사가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은 구광모 회장이 상속받은 ㈜LG 지분을 추가로 요구한 것으로 보고, 사실상 아들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갑작스럽게 회장직에 올랐음에도 안정적으로 LG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아들의 발목을 엄마가 잡는 이상한 모양새가 만들어지게 됐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김영식 여사는 이미 4.2%의 ㈜LG 지분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2018년 재산분할 합의 과정에서도 딸들의 몫으로 ㈜LG 지분을 요구해 2.52%를 확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추가 지분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LG의 경영권에 욕심을 내는 행태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우리가 지분을 찾아오지 않는 이상 주주간담회에 낄 수 없다. 연경이가 아빠(고 구본무 선대회장) 닮아서 전문적으로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연경이나 내가 자신 있게 잘 할 수 있다. 다시 지분을 좀 받고 싶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의도가 경영 참여임을 밝힌 셈이다.

앞서 작년 소송 당시 세 모녀 측은 "구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속았다"며 "(소송이)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녹취록을 보면 이미 가족 간 대화 당시에는 경영권 참여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소송 제기 당시 김영식 여사 측은 "경영권 분쟁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을 흔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에선 LG 오너일가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선 LG의 경영권을 노리는 배후 세력이 김영식 여사를 앞세운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들이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 지배구조의 핵심 지분인 삼성생명의 상속을 포기한 홍라희 여사의 선택과 아들이 경영권 방어 한계선까지 계산해 추가 지분을 주도록 만든 김영식 여사의 선택이 명확하게 대비되고 있다"며 "재산분할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도 홍라희 여사는 아들이 상속세 부담을 덜고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반면, 김영식 여사는 무리한 소송전까지 펼치며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 문제는 단순히 엄마와 아들의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홍라희 여사의 선택에는 남편인 이건희 회장이 도약시킨 삼성그룹이 안정적 경영권을 바탕으로 지속성장해야 한다는 바램이 담겼지만, 김영식 여사는 남편 구본무 회장이 쌓아 올린 LG라는 탑의 주춧돌을 빼 그룹 전체를 위태롭게 만들더라도 본인의 이익을 채우겠다는 욕심이 담겨 있어 다소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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