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돌아온' G마켓 창업자 구영배 규텐 대표의 인수합병 추진력에 국내 이커머스 판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 대표는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큐텐을 통해 최근 1년 간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한데 이어 최근에는 11번가에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구영배 큐텐 대표. [사진=큐텐]](https://image.inews24.com/v1/f8553e0d27d1e4.jpg)
17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큐텐은 11번가 인수를 위해 최소 5000억원 이상의 현금 투입을 결정했다. 구영배 대표는 지금까지 기업 인수 과정에서 지분 스왑 방식을 고수해 왔었지만, 11번가는 예외적으로 현금을 투입할 만큼 인수 의지를 확고히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1번가는 2018년 투자를 받으면서 올해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투자자들에게 약속했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투자금 5000억원에 연 3.7% 이자를 붙여 상환하기로 했었다. 이 때문에 당장 현금이 필요한 11번가로서는 지분 스왑 방식을 고수하는 큐텐과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큐텐은 앞서 인수한 '티·메·파크' 거래과정에서도 이를 고수했다.
하지만 큐텐이 현금 투입을 결정하면서 11번가 인수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 11번가 인수 유력 후보는 중국의 알리바바그룹이었는데, 큐텐이 현금 투입을 결정하면서 거래의 판을 흔든 셈이다.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큐텐이 11번가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하면 현재 네이버(스마트스토어)와 쿠팡, 신세계그룹(SSG·G마켓·옥션)의 이커머스 3강 구도가 깨지게 된다.
현재 11번가(6%)와 티몬(3%), 위메프(4%), 인터파크커머스(2%) 등의 점유율을 더할 경우 15% 내외로 신세계그룹(13%)을 넘어선다.
또 구영배 대표가 큐텐을 통해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 등을 인수하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당일배송'과 '해외직구', '판매자 플랫폼 공유' 등 빠른 시간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도 경쟁 업체들을 긴장 시키고 있다.
실제 구 대표는 큐텐의 글로벌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티·메·파크'의 배송 경쟁력을 한층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티몬은 큐익스프레스와 함께 풀필먼트 'T프라임'을 올해 4월 론칭했고, 이후 18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위메프도 'W프라임' 론칭 석달 만에 기존 대비 주문 건수가 30배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프라임' 서비스는 국내는 2일, 해외는 5일 내 배송을 완료하는 서비스다.
또 큐텐은 해외 판매자를 늘리기 위해 지난 달 경기도 이천에 연면적 1만평 규모의 물류센터 'QDPC이천' 운영도 시작한 상태다.
특히 큐텐의 강점인 해외 직구 제품들을 '티·메·파크'에 공급하면서 경쟁사들과 제품군에서 앞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11번가도 아마존과 협업을 통해 해외직구 상품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어 큐텐에 인수된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큐텐이 공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기업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고 풀필먼트 서비스에까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다만, 인수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을 단순히 더한 수치보다 이들 기업을 어떤식으로 연결하고 시너지를 낼 것인지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판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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