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고국서 추석 맞은 원폭 피해자와 만남…"78년 걸려 죄송하다"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 연휴 기간 중 방한한 원폭 피해 동포들과 만나 정부가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원폭 피해 동포 초청 오찬 간담회에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여러분을 모시기까지 7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다"며 "이번 방한이 그동안 여러분이 겪은 슬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은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현지에서 원폭 피해 동포들을 만나 고국으로 초청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라 이뤄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당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참배한 것을 떠올리며 "이역만리 타향에서 전쟁의 참화를 겪은 원폭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함께 열어갈 것을 다짐했다"고 말했다.

또 "수만 명의 한국인들이 원폭 피해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었고 오래도록 불편했던 한일 관계가 여러분의 삶을 힘들게 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며 동포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아울러 "정부는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협력하면서 역내 그리고 세계 평화와 번영을 증진해 나갈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을 통해 여러분과 후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재일동포 42명, 국내 거주자 43명 등 원폭 피해 동포 85명이 참석했다.

답사에 나선 권준오 원폭피해자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 초청 약속을 지켜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정부와 정부를 대표하여 대통령으로서 동포가 슬픔과 고통을 겪는데 고국이 함께하지 못했다. 한국 대통령의 위령비 참배가 늦어서 송구스럽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78년의 한과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 원폭 피해자로서 두 가지 소망을 소개했다. 권 위원장은 "하나는 언젠가 대통령께서 히로시마에 오셔서 우리 위령비를 방문해 주시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5월에 달성됐다"며 "또 하나는 핵무기가 없는 세계인데 이것은 아직 달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저희는 우리 정부의 능력을 믿고 있으며 히로시마로 돌아가서도 우리 정부의 평화, 비핵화 노력에 관심을 가지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겠다"며 "이것이 우리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들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