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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과 격차 또 벌린 SK하닉…세계 최고 사양 'HBM3E'로 기술력 압도


'HBM3E' 내년 상반기 양산…"업계 최대 HBM 양산 경험 토대로 공급 확대, 실적 반등 가속"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SK하이닉스가 AI용 초고성능 D램 신제품인 'HBM3E' 개발에 성공하며 삼성전자를 제치고 차세대 메모리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은 모양새다. 삼성전자와 점유율을 두고 서로 '업계 1위'를 주장하고 있지만, 기술력은 SK하이닉스가 확실히 넘어섰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3E'의 성능 검증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21일 밝혔다. HBM3E는 HBM3보다 성능·용량을 업그레이드한 HBM 5세대 제품이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된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HBM3를 독점적으로 양산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성능이 구현된 확장 버전인 HBM3E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업계 최대 HBM 공급 경험과 양산 성숙도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부터 HBM3E 양산에 들어가 AI용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HBM3E 내놓은 SK하이닉스…"AI용 메모리 시장 독보적 지위 이을 것"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선보인 HBM3E는 AI용 메모리의 필수 사양인 속도는 물론, 발열 제어, 고객 사용 편의성 등 모든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충족시킨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속도 측면에서 HBM3E는 초당 최대 1.15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FHD(Full-HD)급 영화(5GB = 5기가바이트) 23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12단 HBM3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12단 HBM3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이와 함께 SK하이닉스 기술진은 이번 제품에 어드밴스드 MR-MUF 최신 기술을 적용해 제품의 열 방출 성능을 기존 대비 10% 향상시켰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방식 대비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인 공정으로 평가 받는다.

HBM3E는 하위 호환성(Backward compatibility)도 갖췄다. 이에 따라 고객은 HBM3를 염두에 두고 구성한 시스템에서도 설계나 구조 변경 없이 신제품을 적용할 수 있다. 하위 호환성은 과거 버전 제품과 호환되도록 구성된 IT·컴퓨팅 시스템 내에서 신제품이 별도로 수정이나 변경 없이 그대로 쓰일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CPU나 GPU 업체 입장에서는 메모리반도체 신제품이 하위 호환성을 갖추고 있으면 신제품에 특화한 설계 변경 등을 진행하지 않고 기존의 CPU, GPU를 그대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일로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또 한 번 더 삼성전자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 받는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1년 10월 업계 최초로 개발한 4세대 제품인 'HBM3'를 지난해 6월 업계서 첫 양산했다. 이어 올해 4월에도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칩 12개를 수직 적층해 현존 최고 용량인 24GB(기가바이트)를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 현재 고객사 검증을 받고 있다.

덕분에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주요 고객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실제 챗GPT에 탑재되는 엔비디아의 'A100'에는 SK하이닉스의 HBM2E가 탑재돼 있다. 차세대 엔비디아 GPU인 'H100'에도 SK하이닉스의 HBM3가 적용됐다. 이번에 선보인 HBM3E도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안 벅 엔비디아 하이퍼스케일, HPC(Hyperscale and HPC) 담당 부사장은 "엔비디아는 최선단 가속 컴퓨팅 솔루션즈(Accelerated Computing Solutions)용 HBM을 위해 SK하이닉스와 오랜 기간 협력을 지속해왔다"며 "앞으로도 차세대 AI 컴퓨팅을 선보이고자 HBM3E 분야에서 양사간의 협업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급해진 삼성전자, HBM3 양산 언제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움직임에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다급해진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일단 올 연말께 HBM3 양산에 나선다. KB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에서 HBM3 비중은 올해 6%에서 내년 18%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4분기부터는 삼성전자도 HBM3 일부 물량을 엔비디아에게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사업장에 배치된 HBM 설비 생산능력을 지금의 두 배가량 확대하기 위해 내년 말까지 수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AMD 등에 HBM을 납품할 예정으로, 시장 요구에 맞춰 HBM 5세대 제품인 HBM3P도 연내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HBM3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하고 있고, 엔비디아 H100에 단독 공급 중"이라며 "현재 HBM 제품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와 비교해 한 세대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그간 모바일과 HPC(고성능컴퓨팅)에 주력하면서 HBM은 우선 순위로 두지 않았다"며 "HBM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한 탓에 SK하이닉스보다 성장성을 늦게 알아본 삼성전자의 대응이 다소 늦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3세대 16GB HBM2E D램 '플래시볼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3세대 16GB HBM2E D램 '플래시볼트' [사진=삼성전자]

이 탓에 HBM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비해 다소 뒤처진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0%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각각 40%, 10%로 뒤를 이었다.

다만 올해 삼성전자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 수주 증가에 힘입어 SK하이닉스와의 점유율 차이를 크게 좁힐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는 점은 다소 긍정적이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올해 46∼49%, 내년 47∼49%로 비슷한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주로 HBM3e 개발에 주력해 온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의 공세로 향후 2년간 시장 점유율이 소폭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트렌드포스가 추산한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은 올해 4~6%, 내년 3~5%다.

트렌드포스는 "SK하이닉스가 현재 엔비디아 서버 GPU의 주요 공급업체로 HBM3 생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다른 CSP들의 수주를 충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시장 내 SK하이닉스의 입지는 더 탄탄해진 분위기다. 업계에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메모리 사업을 병행하는 삼성전자보다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SK하이닉스를 선호하는 고객이 좀 더 많다고 보고 있다.

류성수 SK하이닉스 D램상품기획담당 부사장은 "HBM3E를 통해 AI 기술 발전과 함께 각광 받고 있는 HBM 시장에서 제품 라인업의 완성도를 높이며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 하게 됐다"며 "앞으로 고부가 제품인 HBM 공급 비중이 계속 높아져 경영실적 반등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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