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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물난리' 신축 아파트…책임은 누가?


건설업계 "대부분 설계 허용범위 넘은 강수량 때문"…일부선 부실 공사 가능성
"조경 늘려 빗물이 배수구로 못 빠져나가기도…빗물받이 위치·규격 점검해야"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집중호우에 신축 브랜드 아파트 곳곳에서 물난리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주말 또 다시 폭우가 예정돼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지은 일부 아파트에서 빗물고임 현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부실공사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내부로 빗물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내부로 빗물이 들어오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최근 한 달 새 두 차례 물고임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 6월 지하주차장 바닥이 흥건할 정도로 빗물이 유입되는가 하면, 지난 11일에는 단지 보행로 등 곳곳에 물이 차올랐다.

같은 날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등에서도 침수 피해가 잇따랐다. 해당 단지는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했으며 커뮤니티시설로 빗물이 흘러들어 고이는 일이 벌어졌다. 4천805세대 대단지 아파트의 입주가 한창 진행 중이어서 불편을 겪은 입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랜드 아파트들의 빗물 피해는 매해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그랑자이', '래미안 리더스원', 서초구 반포동 '반포 자이' 등의 지하주차장에서 폭우를 감당하지 못하고 물이 찼다.

일각에서는 부실 공사 의혹을 제기하지만, 전문가들과 업계관계자들은 빗물을 원활하게 배수하지 못하는 원인은 다양해 조사 없이는 명확한 책임소재를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설계가)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 설계를 변경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급적 현장에선 설계에 맞추려고 하는 편"이라면서 "설계에서 계획한 허용범위 내에서 비가 와 배수구로 흡수가 안 되면 시공 문제지만, 계획 범위를 넘친 비가 와 흡수되지 않았다면 자연재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계를 바로 해도 유지관리 쪽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배수관 등에 낙엽 등이 쌓여 물이 내려가지 않는 경우 시공사 문제는 아니다. 하수구에 흙이 쌓여 막히는 사례도 있어 무조건 부실이나 건설사 책임으로 보긴 어렵다. 명확한 조사보고서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배수설비가 일괄적인 표준으로 정해진 건 아니고 아파트를 짓는 지역의 강우 강도나 빈도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대 800mm까지 흡수하도록 설계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보통 500년 정도의 강우 통계를 보고 정하는데 요즘은 국지성 호우 등 이상기후가 많아 1천년 기간 데이터를 가끔 보기도 한다. 다만, 자칫 잘못하면 과잉설계가 될 수도 있어 보통 500년을 기준으로 많이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아파트들이 물에 잠기는 현상은 해당 현장의 설계 도면을 보지 못해 원인을 특정할 순 없다"면서도 "가장 흔한 원인은 배수 능력을 정할 때, 일정 수준 능력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해 시공했는데 예상보다 비가 많이 와서 흡수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문제는 배수 장치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최근 침수 문제는 배수 장치를 잘못 이해해서 잘못 설계하고 잘못 시공된 케이스"라며 "비는 배수로를 통해 배수구를 거쳐 배수관으로 흘러야 하는데 배수구까지의 빗물 유도 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가 직접 배수구로 가는 게 아니라 단지 바닥 조경 탓에 배수구까지 물이 가지 못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안 교수는 "작년에도 올해도 침수됐는데 언제까지 500년 데이터, 연평균 강수량 등에 얽매일 것이냐"며 "집중호우에 대비한 설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목동이 예전엔 상습침수지역이었는데 곳곳에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한 후로는 목동이 잠겼다는 소식은 없다"며 "강남 등 침수지역에 적절히 설치해 두면 침수지역은 사라질 수 있다. 다만, 빗물 저장시설 공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수도요금 감면 등의 혜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빗물이 빠지기 위해선 빗물받이 위치가 좋아야 하고 빗물받이 규격이 적당해야 한다. 물은 경사가 있어야 빠져나간다"며 "최근 침수된 한 아파트 현장은 경사가 낮은 곳의 물구멍이 너무 작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구멍을 규격에 맞춰서 제대로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물이 없는 높은 곳에 물구멍이 많았다. 배수시설 위치와 규격이 잘못됐고 모인 물이 흐르도록 하는 관로 경사도 부족하다"면서 "배수관로 빗물받이 크기의 국제규격은 폭이 40cm인데 거기(침수 아파트)는 10cm 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 물이 고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결 방안으로 "빗물받이를 확장하고 위치를 경사가 낮은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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