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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아이폰 안 쓰면 왕따" 잘파세대 심화…'아재폰' 탈출 나선 삼성 전략은


국내 잘파세대 아이폰 이용자, 갤럭시 2배…신작 '갤Z5'로 젊은 층 유입 효과 기대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친구들이 다 아이폰 쓴다는데 안 사줄 수가 없네요. 삼성폰 쓰면 왕따 된다고 징징 거려서 아이가 원하는 아이폰 모델을 사주려고 같이 왔어요."

지난 5월 말. 서울 여의도 IFC몰 안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에서 만난 이미진 씨(41)는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 왔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 씨의 딸인 백 모양(12)은 "주변 친구들이 '아이폰12 미니'를 많이 써서 너무 갖고 싶었다"며 "엄마가 쓰던 '갤럭시폰'은 이제 더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조인 더 플립 사이드' 시즌2 영상 캡쳐 화면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조인 더 플립 사이드' 시즌2 영상 캡쳐 화면 [사진=삼성전자]

이처럼 최근 10~20대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 사이에서 애플 '아이폰'의 약진이 심상찮다. 이전보다 격차가 좁혀졌다고 해도 여전히 '갤럭시'가 시장 점유율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연령대를 좁혀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젊은 층에서 '아이폰' 선호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22일 한국갤럽이 실시한 '2023 스마트폰 사용률 & 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국내 18~29세 '아이폰' 이용률은 65%로 지난해(52%)보다 무려 13%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 '갤럭시' 이용률은 32%로 기존(44%)보다 무려 12%포인트 하락했다. 2년 전 스마트폰을 접은 LG전자는 3%에서 1%로 줄었다.

한국갤럽은 "애플은 LG전자의 사업 철수 후 변함없다가 올해 신장했는데, 이는 젊은이들을 겨냥한 프리미엄폰 전략과 상반기 애플페이 서비스 국내 도입 등의 영향 때문"이라며 "애플은 디스플레이 크기를 늘린 2014~2016년 사이에도 당시 2030 중심으로 저변을 넓힌 바 있다"고 말했다.

◆1020 '또래 문화'로 녹아든 아이폰…갤럭시, 미래 고객 확보 '빨간불'

이런 시대 상황을 반영한 듯 올 초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아이폰 안 사준다고 방문 부순 아들' 게시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 소재 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어른들 쓰는 것(갤럭시)과는 다른 폰을 쓰고 싶다"며 "친구들끼리 에어드롭으로 사진을 주고받을 때 혼자만 소외되는 것 같아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10~20대가 유독 '아이폰'을 선호하는 것은 '또래 문화'와 '브랜드 가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폰'을 통해 친구와 공유하는 문화가 빠르게 형성되면서 자녀가 또래에서 소외될까봐 걱정하는 부모들 사이에선 '아이폰'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애플의 독특한 생태계도 이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아이폰'을 사용하면 '아이패드', '애플워치', '맥' 등 애플 기기를 연달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매출 확대에 삼성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특유의 폐쇄성에도 불구하고 애플 브랜드 기기간 강력한 연동이 주는 편리함이 있어 젊은 층이 자연스럽게 애플 생태계에 빠지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연령대별 스마트폰 브랜드 사용 비율 [사진=한국갤럽]
연령대별 스마트폰 브랜드 사용 비율 [사진=한국갤럽]

반면 삼성전자는 30대 이상에서 강세를 보였다. 30대 브랜드별 스마트폰 이용률은 ▲갤럭시 56% ▲아이폰 41% ▲LG전자 2%로 나타났고, 40대에선 ▲갤럭시 78% ▲아이폰 18% ▲LG전자 2%로 집계됐다.

50대에서도 ▲갤럭시 86% ▲아이폰 6% ▲LG전자 6%로 조사됐다. 60대와 70대 이상에서도 '갤럭시'가 강세를 보였는데 ▲60대에선 85% ▲70대에선 71%를 차지했다. '아이폰'은 각각 4%, 1%로 집계됐고, LG전자는 각각 9%, 21%로 나타났다.

이에 삼성전자는 애가 타는 모양새다. 10~20대 사이에서 '아이폰' 선호 현상이 짙어지면서 미래 고객을 점차 잃고 있어서다. 특히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태블릿 등 여러 기기가 연동되는 정보기술(IT) 기기 특성상 강력한 락인 효과(Lock-in)가 작용한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더하다. 락인 효과는 소비자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한 번 구입하면 계속 구매하는 현상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감소세 속 올해 2분기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지만 마냥 편치 않은 상황"이라며 "'삼성 텃밭'이라고 불리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젊은 층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애플 '아이폰'에 점차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애플이 '잘파세대'를 사로잡았다는 점에서 조만간 애플이 국내 시장에서 삼성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경고도 속속 나오고 있다"며 "한 번 굳어진 브랜드 이미지는 바꾸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삼성이 돌파구를 무조건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령대별 향후 구입 의향 스마트폰 브랜드 비율 [사진=한국갤럽]
연령대별 향후 구입 의향 스마트폰 브랜드 비율 [사진=한국갤럽]

이번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감지됐다. 향후 아이폰을 구매하겠다는 20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폰 구매 의향을 밝힌 비율은 18~29세가 59%, 30대 역시 41%로 높은 비율을 기록했다. 이어 ▲40대 20% ▲50대 7% ▲60대 3% ▲70대 이상 2%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아이폰 구매 의향이 낮아졌다.

하지만 삼성전자 '갤럭시'의 경우 20대 구매 의향은 34%에 불과했다. 30대는 53%, 40대는 72%, 50대와 60대는 각각 84%, 80%로 구입 의향이 높았다.

현재 사용 스마트폰 브랜드를 재구입하겠다는 이들의 경우 갤럭시 87%, 아이폰 86%로 두 브랜드 모두 높은 고객 충성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스마트폰 외에도 태블릿,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등 각 브랜드별 생태계가 뿌리 깊게 자리 잡으면서 '락인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저연령대의 스마트폰 브랜드 선택이 미래 점유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에 밀리는 안드로이드…젊은 층 노린 삼성, '갤Z플립5' 흥행 간절

삼성전자의 위기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아이폰으로 바꾸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기관 CIRP에 따르면 올해 3월 아이폰을 구매한 사용자의 약 15%는 이전에 안드로이드 기기를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약 2%가 '기타 또는 첫 구매', 83%는 '이전에 아이폰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직전 안드로이드 기기 사용자의 아이폰 전환 비율은 작년보다 약 4%포인트 증가했다. 5년 만의 최고치다. 가장 전환 비율이 높았던 시기는 2016년으로, 전체의 21%를 차지했다. 이를 두고 IT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이는 미국 외 시장에서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아이폰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애플스토어 '애플 명동'에서 방문객들이 애플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애플스토어 '애플 명동'에서 방문객들이 애플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미국에서도 삼성전자는 애플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 1분기 애플(59%)과 삼성전자(23%)의 점유율 차이가 36%로 집계됐다. 2021년 1분기 17%, 지난해 1분기 24%에서 올 1분기 36%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어테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Z세대의 83%는 애플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이 35%였지만, 2022년 이후 50%를 웃돌게 된 것은 Z세대 영향 덕분"이라며 "미국의 젊은 세대는 아이폰을 이용하지 않으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 서울 강남대로의 '조인 더 플립 사이드(Join the flip side)' 디지털 옥외광고 [사진=삼성전자]
대한민국 서울 강남대로의 '조인 더 플립 사이드(Join the flip side)' 디지털 옥외광고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삼성전자도 '잘파세대' 공략을 위해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갤럭시 팬파티', 올해 5월 '갤럭시 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말 국내 첫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강남'을 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아이폰으로 쏠린 젊은 세대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위아래로 접는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 사례처럼 제품 및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갤럭시Z플립'은 새로운 폼팩터와 사용성 덕분에 10대 사이에서 '힙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하반기 기대작인 '갤럭시Z플립5'가 공개될 '갤럭시 언팩'을 앞두고 마케팅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에는 '조인 더 플립 사이드(Join the flip side)' 영상의 두 번째 에피소드를 공개했는데, 갤럭시 폴더블 제품에 홀린 듯한 10대 청소년들의 모습이 야외 캠핑장을 배경으로 흥미롭게 묘사돼 주목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부모들이 어린 자녀에게 가격 부담이 덜한 중저가 보급형 갤럭시 시리즈를 사주다 보니 성능 만족도가 떨어져 브랜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며 "일단 부정적 브랜드 이미지를 갖게 되면 향후 스마트폰 구매 결정 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제품 라인업과 이미지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지 깊게 고민해봐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애플의 점유율 확대는 애플이 뛰어나게 잘해서라기보다는 삼성전자가 소비자 마음을 사지 못한 데에 따른 반사작용으로도 해석된다"며 "삼성전자가 소비 주체로 부상한 잘파세대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애플과의 점유율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 것이란 점에서 이번 '갤럭시Z플립5'의 흥행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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