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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추억 속 '포니'를 꺼내다…현대차의 '위대한 유산' 찾기


현대차의 이유 있는 '헤리티지 프로젝트'…'레거시' 완성차로써 차별화된 경쟁력 부각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어릴 적 아버지께서 포니 택시를 모셨는데, 제게 포니는 예나 지금이나 가족 같은 존재예요. 제 삶에서 분리될 수 없는 큰 부분이니까요."

서울 강남구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포니의 시간' 전시장 한쪽에 소개된 포니를 추억하는 포니 동호회 회장의 말이다.

전시장에 설치된 커다란 화면에는 현대차 고객들이 포니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쉼 없이 흘러간다. 사진 한 장, 한 장에는 '벚꽃놀이 중인 어린 시절의 남편', '꽃신을 신고 포니 앞에서', '장인어른의 포니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했던 아내의 어린 시절'과 같이 사진을 보내온 고객들의 한 줄 사연이 소개된다.

마치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마들렌 과자의 향과 함께 과거 기억 속으로 빠져들듯 사진을 보는 이들은 저마다 추억에 잠기게 된다.

포니는 현대차가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양산 모델이다. 1990년 단종된 지 33년 만에 현대차는 다시 포니 시리즈를 복원해 전시해 공개 중이다. 당초 전시는 8월 6일까지였지만, 공개 1주일 만에 5천 명이 몰리는 등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자 현대차는 전시 기간을 10월 8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최근 포니에서 시작한 과거 유산(헤리티지)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와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이후 6개월 만에 성공해 공개했다. 지난 21일에는 밴드 잔나비와 함께 음원 '포니'를 공개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유산 찾기는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복고)' 트렌드에 편승하거나 고객들의 '노스텔지어(향수)'를 자극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과거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추격하는 '팔로워' 입장이었다면, 전동화 시대로 접어들며 모빌리티 기업으로써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미래 방향성 재정립 차원에서 이뤄지는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플랫폼 G-EMP가 적용된 '아이오닉5'는 포니로부터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 아울러 '포니 쿠페'의 유산을 받은 기술과 디자인, 고성능의 감성을 담아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Vision) 74'도 개발했다. 'N Vision 74'는 배터리 모터와 수소연료전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현대차 고성능 N 브랜드의 미래 비전을 담은 차량이다.

현대차의 유산 찾기는 특히 신생 전기차 업체들이 급부상하는 등 전동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존의 '레거시(전통)' 완성차 업체로서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20일 '2023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중장기 전동화 전략 '현대 모터 웨이'를 발표하며 "긴 시간을 자동차 제조와 함께하며 얻은 수많은 노하우들이 새로운 전동화 시대를 준비하는 데 오히려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그는 "전동화의 시작을 알린 아이오닉5는 우리의 역사적 자산인 포니로부터 영감을 얻어 탄생했고, 올해 출시 예정인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은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현대차의 유산을 계승할 것"이라며 "현대 모터 웨이가 레거시 자동차업체들이 당면한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앞으로도 새롭고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동화 전환과 모빌리티 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지금껏 가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가야한다. 오늘날 고사(故事)를 인용하는 것은 옛일과 그 일을 겪은 사람을 현재의 나와 동일시 해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기 위함이고, 그것은 실제로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현대차가 '포니'에서 출발한 '헤리티지 프로젝트'는 미래 생존을 위해 찾은 영리한 전략이다. 이를 통해 모빌리티 혁명기를 지난 다음 세대에게 또 다른 '위대한 유산'을 남길 수 있길 바란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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