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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괴담 정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성주군 농·특산물 홍보 직판행사'에서 참석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5.09. [사진=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성주군 농·특산물 홍보 직판행사'에서 참석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05.09.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사드 전자파에 사람이 튀겨져 죽는다', '사드 전자파가 참외를 썩게 한다' 충격적인 내용의 이른바 '사드 괴담'이 6년 만에 사실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다. 경북 성주에 있는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에 대한 전자파를 종합 검토한 환경영향평가 얘기다.

환경부와 국방부가 성주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를 완료한 결과 지역주민이 가장 우려했던 전자파 측정 최댓값이 인체보호기준의 0.2% 수준으로 인체나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사드 기지 정상화는 속도를 내겠지만, 국민을 상대로 한 괴담 선동에 나선 이들에 대한 책임론은 계속될 전망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 핵심 전력인 사드 포대는 대구지방환경청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2017년 9월 성주에 임시 배치됐다. 이후 반대 단체들이 전자파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시위를 벌이며 정상적인 기지 운영이 이뤄지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에 노출되면 암에 걸리고 참외가 썩는다는 등의 근거 없는 괴담이 펴지면서 현지 농가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성주군은 국내 최대 참외 생산지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광우병, 사드에 이어 오염수 등을 둘러싸고 과학을 외면한 막무가내식 선동이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온 뒤 "전자파로 참외가 말라 죽는다거나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찢어질 것 같다거나 전자파에 튀겨진다거나 하는 터무니없는 악랄한 괴담을 노래까지 만들어 불렀던 인사들이 출세를 거듭해 아직도 민주당에 지금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표창원‧소병훈‧박주민‧김현권‧김한정 등 당시 현역 의원들은 2016년 8월 경북 성주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석해 '괴담송'을 부른 바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 자신의 SNS에 '민주당 사드 괴담 노래자랑'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노래를 만들어 탬버린 댄스까지 선보이는 영상을 소개하며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7월 SNS에 '안보 위협하는 사드 배치 막기 위해 범국민적 반대의견 모아야'라는 글을 올리고 반대의 여섯 가지 이유 중 하나로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썼다.

과학적 접근을 외면한 채 왜곡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져서는 안 된다는 점은 다른 민감한 현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학회 차원의 공개적 활동을 자제하던 한국원자력학회가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입장문을 내고 "다른 주장을 전파하는 분들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한다"고 나선 것도 수산물 소비 감소와 천일염 가격 상승 등의 불안 전조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제1 원전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으로 방류하려는 일본 측 계획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상당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후쿠시마 오염수 조사 종합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헐뜯기 식 정치를 이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판단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제법과 국제기준에 부합한 의사결정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다만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과학'만 내세우는 것도 곤란하다. 세상이 교과서대로 움직이지 않는 만큼 '신뢰' 역시 중요한 문제다. 어떤 방법으로 도쿄전력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에 정부도 투명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 역시 '괴담 정치'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과도한 공포팔이를 지양해야 한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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