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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중국" 외쳤지만…전기차 배터리 원료 '대안 찾기' 어려운 까닭


국내 배터리업계, '수산화리튬 90%-흑연 91%' 등 중국에 의존
핵심광물 제련 과정서 심각한 환경 오염 발생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국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 수입 비중이 높은 핵심광물 조달처를 다양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산 원재료를 배제하려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등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을 근본적으로 완전히 털어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10일 정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배터리용 주요 광물의 95%를 수입했다. 특히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은 90%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전구체(98%)와 흑연(91%), 코발트(90%) 역시 중국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전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라는 장벽을 높이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의존도는 우리나라 기업에 치명타로 작용한다. 미국의 IRA 세부 지침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광물 40% 이상 북미 또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일본 포함) 내 추출 혹은 가공이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전기차 구매 때 총 7천500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 조만간 공개될 해외 우려 기업(FEOC) 관련 추가 지침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공급망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결국 우리 기업들의 배터리 광물 공급망 다변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캐나다 지역 내 리튬 광산을 운영하고 있는 호주 그린테크놀로지메탈스와 리튬 정광 공급 및 지분 투자 계약(약 7.89%)을 체결했다. 리튬 정광은 수산화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핵심 광물이다.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5년 동안 그린테크놀로지메탈스가 매년 생산하는 리튬 정광 총생산량의 25%를 공급받는다.

지난해에는 호주 시라(Syrah Resources Limited)와 천연 흑연 공급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라는 세계 최대 흑연 매장지로 불리는 모잠비크 광산을 소유해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 데모플랜트 공장 전경. [사진=포스코]
포스코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 데모플랜트 공장 전경. [사진=포스코]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가치사슬에서 원료 공급과 거래를 맡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달 호주계 광업회사 블랙록마이닝의 자회사인 탄자니아 파루 그라파이트와 이차전지용 천연흑연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천만 달러를 투자해 약 25년간 총 75만t 규모의 천연흑연을 공급받는다.

SK온은 지난달 미국 웨스트워터리소스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JDA)를 맺었다. 웨스트워터는 미국 앨라배마주 쿠사 흑연 매장 지대의 탐사·채굴권을 갖고 있다. 올해 1월에도 미국 소재 업체인 우르빅스와도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을 맺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방한 공식 만찬에서 애국가 연주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방한 공식 만찬에서 애국가 연주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정부는 최근 리튬·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2030년까지 5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발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활용해 FTA 체결국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현재 2% 수준인 핵심 광물의 재사용 비율을 2030년까지 2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7일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세계 2위의 천연자원 공급국인 캐나다의 혁신과학경제개발부·천연자원부와 '핵심 광물 공급망·청정에너지 전환·에너지 안보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터리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배터리 기업의 속내는 복잡하다.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지금까지 유일한 승자는 중국"이라며 "서방 국가들이 전기차 배터리 자급화 야심을 품고 있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은 오랜 기간 남미와 아프리카의 자원 부국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대형 광산회사 지분을 취득하고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의 41%, 리튬 28%, 니켈 6%, 망간 5%를 통제하게 됐다. 확보된 광물을 수입해 대량 제련해 전 세계에 공급한다.

호주 레이븐소프사 니켈광산 전경. [사진=포스코]
호주 레이븐소프사 니켈광산 전경. [사진=포스코]

핵심광물을 보유한 국가들은 많지만 중국처럼 적극적으로 제련·생산에 나서지 않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량 채취·제련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환경 파괴와 탄소 배출, 폐기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용 광물 제련은 철이나 구리 제련보다 3~4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만큼 엄청난 화석연료가 사용돼 탄소 배출로 인한 대기 오염이 발생한다. 또 중국 기업은 이차전지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정부로부터 저렴한 토지와 에너지를 지원받는다. 상대적으로 인건비도 매우 저렴하다. 이를 통해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양의 희귀 광물을 정제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광물을 정제하는 공장에 환경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기도 한다. 흑연을 연마하면 대기 오염이 발생하고 니켈을 처리하면 유독성 폐기물이 만들어지지만,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는 것이다.

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제조설비를 가동하는 모습 [사진=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케미칼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에서 제조설비를 가동하는 모습 [사진=포스코케미칼]

반면 선진국들은 엄격한 환경 규제에다 높은 인건비로 이를 포기하고 있다. NYT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스콧 케네디 수석고문의 말을 인용해 "어떤 식으로든 중국과의 협력 없이 전기차에서 성공할 방법은 없다"고 꼬집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탄소중립 실현 때문에 국내에서 제련 사업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흑연을 앞세워 음극재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그늘을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당장 중국을 배제할 수는 없고, 공급망 다변화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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