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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마누라 빼고 다 바꿔"…이재용, 글로벌 회의서 '제2 신경영' 선언할까


이달 말 DS·DX 글로벌 전략 회의 개최…'신경영 30주년' 관련 메시지 내놓을지 관심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실적 악화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 예정인 가운데 이재용 회장이 모습을 드러낼 지 관심이 집중된다. 실무진을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됐던 만큼 그동안 삼성 오너일가가 참석한 적은 없지만, 올해 '신경영 30주년'을 맞아 이 회장이 깜짝 등장해 임직원을 대상으로 '제2의 신경영'을 선언할 지 주목된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캠핀스키 호텔에서 수 백 명에 달하는 삼성 임원을 불러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지난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캠핀스키 호텔에서 수 백 명에 달하는 삼성 임원을 불러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말 경영진,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DX(가전·모바일)부문은 한종희 부회장 주재로 오는 20∼22일, DS(반도체)부문은 경계현 사장 주도 하에 이달 20일 전략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가전 부진 속 스마트폰도 '불안'…한종희, 해법 내놓을까

사업부문장 주재로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진행되는 글로벌 전략회의는 사업부문별로 삼성전자 국내외 임원급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업황을 점검하고, 신성장 동력 방안과 새로운 사업계획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이후 2년간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하다 지난해부터 다시 오프라인으로 전환했다.

한 부회장이 이끄는 DX 부문은 이번 회의에서 신제품과 제품 차별화 등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TV·가전 부문은 소비 침체 속 실적 개선 방안을 두고 집중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VD(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사업부 영업이익은 1천900억원으로, 전년 동기(8천억원)의 4분의 1수준에 그쳤다. 직전 분기(영업손실 600억원) 대비로는 흑자전환했으나, 증권가 컨센서스(4천억원)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반면 경쟁사인 LG전자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H&A(가전)·HE(TV)사업본부 합산 영업이익은 1조2천191억원으로 전년 동기(6천340억원) 대비 92.3% 증가했다. 합산 매출은 11조3천813억원이다.

특히 H&A가 1분기에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것은 분기 기준 최대 기록이다. 이번 H&A 영업이익은 LG전자 연결 기준 전체 영업이익의 68.0%를 차지했다. H&A 매출도 전년 동기와 견줘 0.6% 늘어난 8조21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면 LG전자가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하게 가전을 판매하고도 더 많은 수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견실한 실적을 거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스마트폰 사업과 관련해선 하반기 '갤럭시 언팩' 행사와 함께 폴더블폰 대중화 및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영업·마케팅 전략 구상에 골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 침체와 함께 중국 업체들의 적극적인 공세, 프리미엄 시장 내 애플의 강세로 삼성전자의 입지가 점차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에선 적잖은 위기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 기준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500달러 이상 고가폰 시장 비중은 31%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아이폰14 프로맥스'로 조사됐다. 2위는 '아이폰14 프로'가 차지했고 '아이폰14', '아이폰13'이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가 올 초 출시한 '갤럭시S23 울트라'와 '갤럭시S23'는 각각 5위, 7위에 머물렀다. 판매 상위 10개 제품 중 6개가 애플 제품이었다.

텃밭으로 불리던 인도, 동남아 시장에서도 애플과 중국 제조사들에게 점유율을 야금야금 빼앗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차지하며 1위를 지켰으나, 비보(17%), 샤오미(16%)가 그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아직 한 자릿수 점유율(6%)에 불과하지만 애플의 인도 시장 출하량은 1분기에 50% 증가하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9월부터 아이폰14를 인도에서 생산하고 있는데 이어 뭄바이와 뉴델리에 연이어 애플스토어를 개장하는 등 제조·판매 분야에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올해 1분기 동안 점유율 1위를 기록했지만, 자리가 편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1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 22.5%로 1위, 애플은 20.4%로 2위에 올랐다. 두 업체의 격차는 지난해 같은 분기 5.5% 포인트에서 올해 절반 수준인 2.1%포인트로 줄었고, 삼성전자의 점유율도 1년 전 23.7%에 비해 1.2%포인트 줄었다는 점에서 불안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제품 출시 시점에 맞춰 상반기는 삼성전자, 하반기는 애플이 번갈아가며 선두를 차지해왔다"면서도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에 신작인 '갤럭시S23' 시리즈를 출시했음에도, 이전보다 신작 효과가 기대에 미치진 못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폴더블폰 시장이 여전히 작은 데다 중국 제조사, 구글까지 참전하며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폴더블폰 출하량은 1천490만 대로, 아직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약 12억2천500만 대)의 1.2%에 불과하다. 한 때 80%를 넘어섰던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도 1분기 DSCC 조사 결과 45%까지 떨어졌다는 점 역시 위험 요소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오는 2025년까지 프리미엄폰 판매량 절반을 폴더블폰으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수익에 도움이 되기 위해선 '폴더블폰 대중화'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갤럭시 언팩' 국내 첫 개최를 기점으로 1등 폴더블폰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대중화 시키겠다는 전략이지만, 하반기 '아이폰' 차기작과의 경쟁뿐 아니라 실적 부양책으로 삼기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한파'에 DS 부문도 휘청…하반기 실적 개선 '골몰'

경 사장이 이끄는 반도체(DS) 부문도 상황은 좋지 않다. 최악의 반도체 한파 속 재고가 급증한 데다 실적도 점차 악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천1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49% 줄어든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 이후 최악의 분기 성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95.45% 줄어든 1분기 실적(6천402억원)보다도 더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부진은 반도체 가격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5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은 1.4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격(3.35 달러)의 절반도 채 안 된다.

여기에 가득 쌓인 재고도 문제다.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인 DS부문 재고는 31조9천481억원에 달했다. 1년 전(18조7천953억원)보다 13조1천528억원(69.9%) 증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 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 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 경쟁사인 대만 TSMC에 비해 여전히 밀리고 있다는 점도 숙제다. TSMC는 최근 2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공정 개발에 착수하면서 경쟁자들과 격차 벌리기에 나섰는데, 애플과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고객사 확보 경쟁에서 TSMC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6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사용해 3나노 공정 양산을 TSMC보다 6개월 먼저이자 세계 최초로 시작했지만, 3나노에서도 굵직한 고객사를 확보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나 자율주행차 등에 쓰이는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7나노 이하 공정에서 TSMC의 점유율은 90%로 삼성전자를 크게 앞서고 있다.

경 사장은 지난달 초 대전 카이스트에서 개최된 강연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기술력은 대만 TSMC에 뒤처져있다"며 "종합적 완성도는 현재 3나노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보다 1년, 4나노에서는 2년 정도 뒤처져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 DS부문이 이번 글로벌 전략 회의에서 고부가가치 메모리 판매 및 파운드리 신규 수주 확대, 글로벌 기술 초격차 확보 및 투자 계획 실행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반도체 감산에 따른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 등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서도 다룰 것으로 봤다.

일각에선 이재용 회장이 올해 '신경영 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 30주년을 맞아 이번 글로벌 전략 회의에 깜짝 등장할 지를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경영 선언'은 7일로 30주년을 맞았는데, 이 선언 이후 전자업계 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1, 2위를 하는 세계적인 플레이어로 올라설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이 선대회장은 수 백 명에 달하는 삼성 임원을 불러 모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강력한 혁신을 주문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선대회장의 추진력은 항상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에 머물렀던 한국 전자산업을 세계 1위로 등극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덕분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낸드플래시, D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에서 세계 시장을 이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 다변화에 따라 삼성이 복합적인 도전에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이재용 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올해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맞은 만큼 이 회장이 이번 전략 회의에서 아버지인 이 선대회장처럼 임직원들 앞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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