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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호황에도 무역적자…안방 꿰차는 '차이나 배터리'


가격 저렴한 중국 LFP 배터리 수요 폭증
현대차·기아-KG모빌리티 일부 차종에도 중국산 탑재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한국의 5월 무역수지가 21억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가장 큰 문제인 대(對)중국 무역수지는 이차전지 소재 등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양상이다. 특히 리튬이온 배터리는 올해 처음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 업체의 한국 원정에 K-배터리 3사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SK온의 파우치형 배터리 [사진=SK온]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 업체의 한국 원정에 K-배터리 3사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은 SK온의 파우치형 배터리 [사진=SK온]

이차전지 업계가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해외 공장 생산이 늘어나면서 국내로 '역수입' 현상이 벌어진 데다가 중국산 저가 배터리의 침투가 거세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및 소재 수요가 예상보다 많이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리튬이온 배터리 수출액은 약 25억200만 달러로, 수입액(29억7천800만 달러) 대비 4억7천600만 달러(약 6천3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리튬이온 배터리 품목의 무역수지 적자는 관련 품목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수입은 주로 중국에서 이뤄졌다. 중국 수입액은 28억3천만 달러로 전체 수입액의 95%를 차지했다. 상당 부분 한국의 이차전지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한 물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에서, SK온은 중국 창저우·후이저우·옌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CATL과 2위인 BYD의 제품을 적용한 국내 전기차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이들 업체는 LFP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NCM,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다. 대신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다.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40~50%를 차지하기에 LFP 배터리를 채택할 경우 소비자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테슬라는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를 연내에 국내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사진=테슬라코리아]
테슬라는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를 연내에 국내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사진=테슬라코리아]

4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를 연내에 국내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공장에서 만든 이 차량에는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이 공급한 LFP 배터리가 탑재된다. 중국산 모델Y는 현지에서 31만3천900위안(약 5천850만원)에 팔리고 있는데, 한국에선 NCM 배터리를 장착한 동일 모델이 7천874만원이다.

이에 앞서 중국 전기자동차 분야 1위 BYD는 GS글로벌과 손잡고 지난 4월 1톤 전기트럭 T4K를 국내에 선보인 바 있다. T4K에도 역시 BYD가 자체 생산한 LFP 배터리가 탑재됐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도 속속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채택에 나서고 있다. KG모빌리티는 현재 사전 계약을 받고 있고 올해 하반기에 출시되는 전기차 토레스EVX에 BYD의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지난해 출시한 기아 신형 니로EV와 지난 4월 출시한 올 뉴 코나 일렉트릭에 중국 CATL의 NCM 배터리를 적용한 현대차그룹은 향후 제조 모델에도 CATL 배터리를 쓸 계획으로 알려졌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해 출시한 기아 신형 니로EV와 지난 4월 출시한 올 뉴 코나 일렉트릭에 중국 CATL의 NCM 배터리를 적용한 현대차그룹은 향후 제조 모델에도 CATL 배터리를 쓸 계획으로 알려졌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해 출시한 기아 신형 니로EV와 지난 4월 출시한 올 뉴 코나 일렉트릭에 중국 CATL의 NCM 배터리를 적용한 현대차그룹은 향후 제조 모델에도 CATL 배터리를 쓸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국산 배터리를 써왔던 기아 레이EV에는 CATL과 배터리팩 기술협력을 진행 중인 셀투펙(CTP·모듈 공정을 없앤 개선 모델) 제품 탑재를 준비 중이다. 내년 전기차 모델 출시를 준비 중인 캐스퍼에도 같은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올해 포터EV, 봉고EV 등 현대차그룹 차량 14만대가량에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같은 협력을 위해 지난해 11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쩡위친(曾毓群) CATL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을 만나 협력 강화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지난 3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산 배터리 탑재 확대와 관련해 "지금 배터리 회사를 가릴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아니다"라며 "그만큼 배터리 구하는 게 어렵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전기차 가격을 합리적으로 맞추려면 결국 배터리 회사가 관건인데, CATL 배터리 가격이 저렴한 이유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 업체의 한국 원정에 K-배터리 3사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미국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는 3조원을 투자해 16기가와트시(GWh) 규모로 파우치형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 공장도 짓고 있다.

SK온은 지난 3월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서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처음으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였다.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는 시기는 2025년쯤으로 예상된다. 삼성SDI 역시 본격적인 개발에 뛰어들며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를 꾀하고 있다.

중국의 배터리 굴기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그 속내는 착잡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예전에는 프리미엄 차량을 중심으로 형성됐는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확대 전략에 따라 많은 소비자에게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향후 시장이 어떻게 바뀔 지도 알 수 없고, LFP 배터리 양산까지는 갈 길이 아직 먼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와 LFP 배터리 양산에 성공하기 전까지는 중국의 독주를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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