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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맥주 팔지 말아주세요" 성수기 맞아 과잉 판촉 '눈살'


법인카드 등 통해 회식 명목 선결제해주고 실제로는 식당 이용 안 하는 사례도
TV·냉장고 지원까지…현행 법규상 "리베이트성 지원은 모두 불법"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맥주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일부 영업 사원들은 현금성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경쟁사 제품명이 없는 메뉴판을 배치하는 등 도를 넘은 영업 행위까지 벌이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식당가에서 영업사원들이 경쟁사가 부착한 메뉴판을 자사 메뉴판으로 덮어 씌우고 있는 모습. [사진=김태헌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식당가에서 영업사원들이 경쟁사가 부착한 메뉴판을 자사 메뉴판으로 덮어 씌우고 있는 모습. [사진=김태헌 기자]

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가 맥주 신제품 '켈리'를 통한 업소용 맥주 시장을 잡기 위해 적극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올해 1분기 판매비와 관리비등 판관비는 2천29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년동기 대비 24.3% 증가한 수준이다.

현재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가 가정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업소용 제품 점유율은 구체적 데이터는 없지만 가정용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양사의 시장 점유율 차는 크지 않다.

이처럼 비슷한 시장 점유율을 가진 양사는 최근 오비맥주가 '한맥' 리뉴얼 버젼을, 하이트진로가 '켈리'를 출시하면서 더욱 치열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주류 업체들은 가정용보다 마케팅 효과가 즉시 발생하는 업소용 맥주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맥주전쟁'이라 불릴 만큼 치열한 영업 전도 벌인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 맥주를 판매하지 않는 조건으로 노골적으로 다양한 혜택 제공을 약속하거나, 냉장고와 TV 등을 대신 구입해 주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 을지로와 강남 일부 유명 주점 등에서는 이 같은 지원을 받고 특정 맥주를 판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특정 맥주를 찾는 고객이 분명 있을텐데도 그 제품을 들여 놓지 않아 판매하지 못하는 일은 업주에게 분명한 손해"라면서도 "다만, 업주 입장에서는 경쟁사 제품을 팔지 않을 때보다 더 큰 이익을 누군가 제공해 준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점 등 영업 현장에서는 맥주 회사들이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불법 영업도 급증하고 있다. 영업 사원들은 업주에게 직접 현금을 전달하는 방식 대신 회식 등을 이유로 매달 50만원에서 100만원 가량의 선결제를 진행 후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 수법을 주로 사용한다.

서울 을지로 한 유명 호프집에서는 특정 맥주 브랜드만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서울 을지로 한 유명 호프집에서는 특정 맥주 브랜드만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

또 다른 주류 업계 관계자는 "물병이나 컵, 메뉴판 등을 변경해주는 것은 합법적 마케팅 범위에 들어가지만, 리베이트성 지원은 모두 불법"이라면서 "식당 사장 등이 경쟁사는 현금성 지원을 해주는데, 왜 여기는 해주지 않느냐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응해야 제품을 납품할 수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세청은 주류제조업자가 주류공급과 관련해 장려금 또는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금품 및 주류 등을 제공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에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선을 넘은 영업 활동을 벌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하이트진로 일부 영업사원이 오비맥주 광고판을 무단으로 철거하거나 훼손했다가 형사처벌 되는가 하면, 하이트진로 역시 자사 광고판이 사라졌다며 맞고소를 하는 등 양사는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이후 쌍방고소 등이 진행되면서 논란이 지속되자 양사의 마케팅 전쟁도 잠잠해졌다.

하지만 최근 하이트진로가 신제품 켈리를 출시하고 오비맥주가 이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업계 간 '진흙탕 싸움' 재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영업활동이 치열해질수록 불법적 양태가 더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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