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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게임체인저' 전고체 배터리…대량생산 길 열리나


'긴 주행거리-짧은 충전속도'로 선점 경쟁 치열
삼성SDI 2027년-LG엔솔 2026년 상용화 목표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차세대 이차전지인 전고체(全固體) 배터리 상용화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전고체 전지용 고체 전해질을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솔리드파워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사진=솔리드파워]
미국 배터리 스타트업 솔리드파워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 [사진=솔리드파워]

전고체 배터리의 또 다른 별명은 '전기자동차 분야 게임체인저(Game Changer)'다. 전문가들은 상용화만 된다면 전기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완벽히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해액과 음극재 등의 소재를 고체화해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이 훼손되더라도 형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의 위험이 현저히 적다.

그런 이유로 기존 리튬이온 전지의 안전성과 관련된 부품들을 줄이고, 그 자리에 활물질을 채워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그 결과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800~900km까지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고, 충전 속도도 빠르다.

◆ 한국전기연구원, 고체 전해질 '간단 합성법' 개발

하지만 큰 단점이 있다. 전고체 배터리의 고체전해질 주원료인 황화리튬(Li2S)이 매우 비싸다는 점이다. 개별 원료인 황과 리튬은 비싸지 않지만, 둘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높아진다. 1kg 가격이 약 1만2천 달러(약 1천600만원)에 육박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5배 이상 비싸진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차이. [사진=삼성SDI]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차이. [사진=삼성SDI]

그런데 최근 고가의 황화리튬 없이도 고순도의 고체 전해질을 제조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지난 15일 한국전기연구원 이차전지연구단 박준호 박사와 허영준 연구원은 '간단 합성법(One-pot)'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공정의 스케일업 및 양산화 관점에서 유리한 습식 합성법에 집중했고, 용매 내에서의 최적 합성 반응을 통해 고순도의 고체 전해질을 제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비용은 기존 황화리튬을 사용했던 재료비 대비 무려 25배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고, 제조공정 시간도 줄여 고체전해질의 저비용 대량 생산화가 기대된다.

박준호 박사는 "유기 용매 내에서 시작 물질의 최적 화학반응 조합을 통해 고순도의 고체전해질을 쉽고 간단하게 제조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았다"며 "전고체 전지 상용화의 가장 큰 난관인 가격 경쟁력과 대량 생산 이슈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한국전기연구원은 관련 수요 기업체를 발굴해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간단 합성법으로 고체전해질을 저가로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KERI 박준호 박사(왼쪽)와 허영준 연구원이 제조한 원료 용액과 분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한국전기연구원]
간단 합성법으로 고체전해질을 저가로 대량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한 KERI 박준호 박사(왼쪽)와 허영준 연구원이 제조한 원료 용액과 분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한국전기연구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직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이 없기 때문에 누가 먼저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 '전고체 배터리'에 사활 건 국내 3사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가장 앞선 곳은 삼성SDI다. 지난해 3월 경기도 수원 연구소 내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착공했다. 삼성SDI는 이를 올해 상반기 내에 준공하고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 올해 1분기에 국내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에 쏟아부었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동기(2천583억원)보다 19.6% 증가한 3천88억원을 투입했다.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8%에 달했다.

앞선 기술력과 생산능력 확보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는 오는 2027년이 목표다.

국내 이차전지 분야 최강자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오는 2026년으로 앞당겼다. 이를 위해 충북 청주시 '오창 에너지플랜트2'에 6천억 원을 투자해 2024년 말까지 마더라인을 구축하고,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전 세계 배터리 생산공장의 글로벌 기술 허브인 '마더 팩토리'로 키울 계획이다. 업계는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전고체 배터리 마더 라인도 구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에 지난해 동기보다 23.3% 늘어난 2천262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배터리 생산라인 신·증설에 지난해 같은 기간(9천90억원)의 2배 수준인 1조8천104억원을 투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원통형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북미 지역에 가장 많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미국 내 생산능력을 제너럴모터스(GM) 1·2·3 공장(140GWh), 혼다 JV(40GWh), 미시간 단독공장(26GWh), 애리조나 단독공장(43GWh) 등을 포함해 총 250기가와트시(GWh)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2025년까지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총 4천700억원을 투입해 연구원 시설을 확장하고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신설할 계획이다. 파일럿 플랜트에는 전고체 배터리용 소재 개발을 위한 실험 공간과 시범 생산 라인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발판으로 SK온은 내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개발하고 2028년 상용화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다.

◆ "게임체인저 맞지만, 상용화 더 걸릴 것"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폭발 등 안전 문제가 사라지고 주행가능 거리와 충전 속도도 대폭 개선돼 결국에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며 "다만 고체로 바꾸는 과정에서 이온 전도도가 낮아지는 문제와 비싼 가격 때문에 상용화까지는 꽤 오랜 세월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전고체 기술력은 소출력 소형전지 정도에나 쓸 수 있는 수준"이라며 "기업들이 이 기술에만 모든 역량을 집중해선 안 되고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하는 것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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