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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국내 106兆 투자 차질 없나"…구광모, 전략 보고회 서두른 이유


주력 사업 '위기' 몰린 LG…수요 부진·시장 악화에 전자·화학 등 1분기 공장 가동률 '뚝'
경영 환경 악화에 故 구본무 회장 5주기도 조용히 추모…가족들만 따로 제사 지낼 듯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각 계열사 경영진들과 함께 중장기 전략 구체화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오는 2026년까지 국내서 총 106조원을 투자하고 매년 1만 명씩, 총 5만 명을 직접 채용하는 내용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된 만큼 지난해보다 20여 일 앞당겨 '상반기 전략 보고회'를 열어 미래 준비에 더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테크콘퍼런스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LG]

19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 8일 LG화학을 시작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반기 전략 보고회'를 직접 주재하고 있다. 지난해 '전략 보고회'는 5월 30일부터 LG전자 HE사업본부를 시작으로 약 한 달간 진행됐으나, 올해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수요가 위축돼 각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자 시기를 다소 앞당겼다.

◆ 전자·화학 계열사 부진에 전략 마련 시급…'호실적' LG엔솔 제외

실제로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계열 3사의 분위기는 다소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공장 가동률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대부분 떨어졌는데, LG전자에서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의 공장 가동률은 87.8%에서 75.3%로 12.5%p 하락했다. TV 시장 위축으로 인해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가동률도 지난해 96.5%에서 올해 1분기 80.0%로 하락했다.

카메라 모듈을 주로 생산하는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공장 가동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 59.9%에서 10%p 넘게 하락한 47.1%로 떨어졌다. LG이노텍은 애플이 주 고객사로, LG이노텍의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7%에 달한다.

그룹 주력 사업의 한 축인 LG화학 역시 분위기는 좋지 않다. 특히 석유화학 사업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올해 1분기에만 50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21년 91.9%였던 석유화학 부문 공장 가동률도 지난해 81.4%, 올해 1분기에는 77.4%로 떨어졌다. 첨단소재 사업부문 역시 공장 가동률이 2021년 82.5%에서 올해 1분기 57.8%로 급락했다.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샵'에서 구광모 (주)LG 대표가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LG그룹]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샵'에서 구광모 (주)LG 대표가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사진=LG그룹]

이처럼 주력 사업들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구 회장은 시기를 앞당겨 '상반기 전략 보고회'를 진행시켰다. 올해 1분기에 매출액, 영업이익이 각각 101.4%, 144.6% 급증한 LG에너지솔루션처럼 호실적을 기록한 곳은 제외됐다. LG는 그룹 내 계열사를 세 그룹으로 나눠 3년에 한 번씩 전략보고회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전략 보고회는 사업·기술·고객 포트폴리오 등 중장기 사업전략을 논의하고 그룹 차원의 미래 준비를 심도있게 살펴보는 자리다. LG그룹은 1989년부터 매년 상반기 전략보고회, 하반기 사업보고회를 진행했는데, 2020년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1년에 한 차례 하반기 사업보고회로 통합했다가 3년 만인 지난해 상반기에 전략 보고회를 다시 부활시켰다.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다.

전략·사업 보고회는 그룹 회장이 각 계열사 사장단으로부터 성과 등을 보고 받는 사내에서 가장 큰 회의다. 보통 10~11월에 진행하는 하반기 사업 보고회는 올해 사업 성과와 다음 해 사업 계획을 보고받는 자리로,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열릴 예정이다.

LG그룹은 올해 전략보고회에서 전략방향을 세밀히 점검하고 고객가치에 기반한 미래준비를 위해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또 향후 글로벌 공급망 대응 등을 위해 해외 투자를 늘리게 되더라도 총 투자액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국내에 투자해 LG그룹의 최첨단 고부가 제품 생산기지 및 연구개발 핵심기지로서 한국의 위상이 지속돼야 한다는 데에 그룹 내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LG그룹은 지난해 5월 국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해 주목 받은 바 있다. 국내에만 총 106조원을 5년간 투자할 계획으로, 총 투자액 가운데 43조원은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등 미래성장 분야에 투입키로 했다.

◆ 故 구본무 회장 5주기에도 별도 행사 없어

또 LG그룹은 최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오는 20일로 5주기를 맞는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의 추도식은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1주기에는 그룹 차원의 행사를 진행했으나, 2주기와 3주기에는 온라인으로 추모 영상만 게시했고 4주기 때는 별도 행사를 치르지 않았다. 이는 생전에 지나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멀리한 고인의 뜻에 따르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LG그룹 3대 회장인 구본무 회장은 2018년 5월 20일 73세 일기로 별세했다.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회장은 1995년부터 LG그룹 회장을 맡아 23년간 이끌었다. 구본무 회장은 취임과 함께 LG그룹의 창립기념일을 3월 27일로 지정한 데 이어 그룹 명칭을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꿨다.

구본무 회장은 조부 구인회 창업회장과 부친 구자경 회장이 다져놓은 사업 기반 위에 전자·화학·통신 3대 사업축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경영 혁신과 신규 사업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2017년 말 기준 매출 160조원, 임직원수 21만여 명의 명실상부한 글로벌 LG의 기틀을 마련했다.

또 과감하고 집요한 구본무 회장의 리더십은 한 발 앞서 미래를 준비하는 LG의 저력을 만들어낸 원동력이었다. 특히 구본무 회장이 새롭게 강조한 '일등 LG'는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1995년 LG CI 선포식에 참석한 고 구본무 회장(왼쪽) [사진=LG그룹]
1995년 LG CI 선포식에 참석한 고 구본무 회장(왼쪽) [사진=LG그룹]

구본무 회장이 별세하면서 외아들인 구광모 당시 상무는 그룹 회장을 이어 받았다. 현재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광모 회장은 최근 '선택과 집중' 전략을 앞세워 미래 준비에 본격 나선 모습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모바일 사업에 이어 올해 태양광 사업을 정리한 대신, 로봇·전장·AI와 함께 블록체인·의료기기 등 신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2018년 취임 후 '실용주의'를 강조한 구 회장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구광모 회장은 '고객 중심 경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 2019년 회장 취임 후 발표한 첫 신년사를 통해 LG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고객가치 실천'을 제시한 후 줄곧 임직원들에게 이를 강조하고 있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해 75주년 창립기념일에 사내 방송을 통해 방영된 기념 영상 '우리, LG인이었습니다'에서 "지난 75년, LG의 여정에는 늘 한결같은 고객과 우리 LG인들의 도전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고객과 LG의 더 가치 있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밝힌 바 있다.

LG 관계자는 "올해는 별도의 추모 행사 없이 조용히 고인의 넋을 기릴 예정"이라며 "가족들은 일가의 전통대로 따로 모여 집안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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