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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세" vs "이제는 월세"…임대차 흐름 어디로 [현장 써머리]


젊은층과 보증금 불안 느낀 계층은 '월세 선호'…기성세대는 익숙한 '전세 선호'
지난달 월세지수는 역대 최고 수준 vs 전세지수 2020년 10월 이후 '최저치'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김서온 기자가 현장에서 부닥친 생생한 내용을 요약(summary)해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요즘 부동산 중개업소에 오는 분들이 종종 싸우고 돌아갑니다. 뭐 가족 간의 가벼운 언쟁 수준이긴 합니다만, 전세로 하느냐, 월세로 하느냐를 두고 견해차가 생겨서 그렇습니다. 현재 분위기를 비춰볼 때 충분히 고민되는 부분이죠. 아무래도 어르신 분들은 전세를 고수하는 견해고, 젊은 층은 월세가 낫다는 주장을 펴는 것 같습니다."

전세로 살 건지, 월세로 살 건지 시장 수요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적잖이 엇갈리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중개업소에 근무하는 분들이 도식적으로 간추려 본다면, 젊은 세대의 예비 수요자들은 월세를 선호하고, 이미 전세제도에 익숙한 어르신 세대에서는 그래도 전세가 낫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고 하네요.

우선 통계를 살펴보면 국내에서 비주류로 손꼽혔던 월세 거래가 각광받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월세가 전세를 추월해 가장 선호 받는 주거 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을 정도죠. 전세사기, 역전세난, 깡통전세 사태와 함께 금리 부담이 커진 영향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진 기자]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진 기자]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85.47로 지난 2020년 10월(85.0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7월(100.64) 이후 9개월 연속 하락한 것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1월(90.50), 2월(88.12), 3월(86.54) 떨어지고 있네요.

특히 '서울 전세거래 활발지수'(100 기준 초과 활발, 미만 한산함)는 지난달 16.5로, 전월(16.7) 보다 하락했습니다. 반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06.756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네요. 경기도(109.773), 수도권(108.354)로 마찬가지로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전세 대출 금리 부담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전세제도와 관련된 문제들이 끊임없이 지적받으면서 차라리 월세를 내겠다는 이들이 늘며 전세 수요는 감소, 월세 수요와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다만,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전세냐, 월세냐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큰 자금이 투입되고 주거와 관련된 문제인 만큼 한 가정 내에서 논의가 이뤄지기도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세대별 견해차가 팽팽하다고 합니다.

실제 예비 세입자들이 찾게 되는 중개업소에서도 이 같은 현장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하네요. 마포구 일원에 자리 잡은 G부동산 대표는 "인근에 대학교가 많아 1년 내내 전월세 매물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며 "젊은층이 많아 고가의 보증금을 요하는 매물은 적지만, 최근엔 부모님과 함께 오는 학생들이 월세 물건만 보겠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래도 아직 부모님들은 월세나 관리비 지출이 적은 전세 매물을 찾아봐달라고 하는데 이때 같이 온 자녀들이 '요즘 전세사기나 역전세난 뉴스 못봤냐'고 하면서 월세가 안전하다고 부모님을 설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 중에서도 비슷한 고민에 빠진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올겨울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A씨는 "요즘 전세 문제가 많아 예비 신랑과 월세로 집을 알아보기로 했는데, 예비 시부모님께서 월세로 살 거면 처음에 지원해주기로 했던 전세보증금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며 "도움을 받는 처지라 할 말은 없지만 전세가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A씨는 이와 같은 고민을 단골 스파 관리사 B씨에게 이야기했는데, 비슷한 이야길 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하네요. B씨에 따르면 얼마 전에도 똑같은 고민에 빠진 한 고객이 "예비 시댁과 친정에서 전세로 사는 게 좋지 않냐고 말씀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어차피 집을 매매할 게 아니면 이자 부담도 비슷한데 굳이 전세를 살아냐 하냐"는 속내를 털어놨다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뿌리내린 전세제도에 익숙하고, 월세가 낯설고 자금 여유가 있는 부모님 세대에서 유독 전세 선호도가 강한 모양입니다. 최근 발생한 전세 계약사례에서도 이 같은 인식이 드러났습니다.

역전세난으로 임차인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임차권 등기에 걸려 10%에 달하는 지연이자를 임차인에 물어주고 있는 임대인 C씨의 매물을 70대 노부부가 내부를 둘러보지도 않고 전세계약을 맺은 것입니다.

이 매물을 중개한 부동산 대표 D씨는 "같은 강남권역 내에서 이뤄진 거래인데 더 넓은 아파트에 살다가 규모를 줄여 전세 매물만을 고집하신 분들"이라며 "임차권 등기에 걸렸고 어떤 의미인지 상세하게 설명해 드렸으나 이미 익숙한 동네고 전세권 설정, 보증보험 가입 등 안전장치를 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내부를 보지도 않고 '쿨거래' 했다"고 말하네요.

중개업계 관계자는 "요즘 젊은 세대야 미디어와 각종 플랫폼에 익숙해 누구보다 빠르게 정보를 얻고 반응한다"며 "이슈나 뉴스에도 민감한데, 정보를 습득한 데서 그치지 않고 더 깊이 공부해 부동산 분야에도 빠삭한 친구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어 그는 "그렇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서도 전세보다 월세를 뚜렷하게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계산기까지 두드려보면 이자 부담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니 젊은 세대들이 월세를 더 많이 찾고 있다"며 "반면, 부모님 세대는 워낙 전세제도에 익숙하고 이를 안전하다고 보는 인식이 있다. 또한, 달마다 나가는 월세도 낭비라고 보기도 해 요즘 세대 간 의견충돌이 생기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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