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맥주' 실종 그 이후…소비자의 선택은?

[아이뉴스24 김성화 기자] 수제맥주 콜라보의 성공신화와 같던 ‘곰표밀맥주’의 제조사 변경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콜라보 트렌드를 이끌었던 세븐브로이는 '원조 곰표맥주' 이미지를, 제주맥주는 익숙한 브랜드에 새로운 경험을 내세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브로이는 3월 말로 대한제분과 상표권 계약이 종료된 이후 기존 곰표밀맥주라는 브랜드를 '대표밀맥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또 제주맥주는 세븐브로이에 이어 곰표 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 대한제분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과의 상표권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곰표밀맥주' 이름을 '대표밀맥주'로 변경했다. [사진=세븐브로이]

곰표밀맥주는 2020년 5월 출시 이후 5천850만 캔 이상 판매되며 수제맥주 업계에 콜라보 바람을 불러일으킨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곰표밀맥주가 콜라보 제품의 시초격으로 이후 수많은 콜라보 제품들이 출시되는 계기가 됐다"며 "다만 대부분 콜라보 맥주들은 트렌드에 편승하고자 기획부터 출시까지 빠른 시간 내 이뤄졌고, 그러다보니 품질이 저렴하거나 맛에서 차별화를 보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곰표밀맥주는 콜라보 트렌드의 초기 단계 제품으로, 기획부터 출시까지 들인 공도 여타 제품들과는 다를 것"이라며 "곰표밀맥주의 성공이 곰표라는 브랜드의 힘으로만 이뤄진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한제분의 곰표 브랜드와는 별도로 맥주 본연의 맛에 끌린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세븐브로이는 '원조'의 맛을 앞세운 마케팅 활동을 계획 중이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당분간은 대표밀맥주가 곰표밀맥주의 원조였다는 걸 알리는 데 집중하겠다"며 "곰표밀맥주를 즐겼던 분들이 대표밀맥주를 계속 찾게 하고, 이번 기회에 또 새로운 소비자를 유입시킬 수 있도록 팝업스토어 등 마케팅을 계획중이다"고 설명했다.

세븐브로이는 곰표밀맥주가 잘 팔려나가던 때처럼 단골 소비자를 고려해 300억원을 들여 익산공장을 증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익산공장 증설이 곰표밀맥주 만을 염두에 둔 건 아니며,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제품들을 익산공장으로 돌리는 작업을 완료하면 가동률이 꽤 나올 듯 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곰표밀맥주가 출시된지 4년 째인데, 이제는 곰표 브랜드 효과보다는 맛으로 찾는 충성 소비자들이 더 많을 것"이라며 "이들 중 곰표밀맥주 생산 업체가 변경된 걸 모르는 사람들은 맛이 달라졌다며 주 소비 제품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제주맥주 측에서는 곰표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할 경우 신제품이면서도 기존 곰표밀맥주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제품 마케팅을 쉽게 펼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곰표밀맥주와는 색다른 맛이 오히려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제맥주 경험자를 대상으로 '수제맥주를 마시는 이유'를 묻자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41.5%), '호기심'(36.6%), '독특하다'(29%) 등 새로운 맥주에 대해 거부감이 적은 답변들이 많았다는 점에 기대는 것으로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맥주는 제주위트에일 등 자체 개발한 제품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다"며 "제주맥주 제품들의 독특한 맛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분명 존재하고, 제조 과정을 감안해보면 제주맥주도 기존 곰표밀맥주와는 다른 맛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주맥주 관계자는 "현재 협상이 진행 중으로, 관련 내용은 보안 사항이라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당분간은 제주위트에일 마케팅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제분은 제조사를 변경함으로써 곰표 브랜드를 활용한 사업 확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는 입장이다. 대한제분은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류 제조 및 판매업, 아이스크림 및 빙과류 제조업, 떡·빵·과자류 제조 판매 및 수출입업, 생활용품 제조·판매업, 의류 제조·판매업 등 소비자향(B2C) 사업 목적을 정관에 대거 추가했다.

/김성화 기자(shkim0618@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