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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가 e북을 살찌운다"...오재혁 북토피아 사장


 

"전자책(e북) 사업은 분명 돈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인정합니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부터냐는 점이었는데, 바로 지금입니다."

오재혁 북토피아 사장(37)은 그것을 알고, 믿고, 준비한 CEO다.

e북 아이템이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사람은 많았다. 이 때문에 1990년대부터 2000년 초반에 많은 e북 기업들이 생겨났다. 오 사장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이를 믿고 제대로 준비한 기업가는 그다지 많지 않았던 모양이다. 지금은 그때 분위기와 달리 창업한 e북 기업이 대부분 없어졌으니까.

그런데, 이제야 e북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태세고, 오 사장은 지난 5~6의 기다림과 준비 끝에 그 과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오 사장이 이렇게 확신하는 까닭은 유비쿼터스(u) 환경 때문이다. 이미 시작된 위성DMB와 내년에 선보일 휴대인터넷(와이브로), 갈수록 진보하고 있는 이동통신망 등이 e북 시장에 결정적으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부분에서 오 사장의 설명을 좀 길게 들어보자.

"e북 시장이 초기에 기대를 모았던 까닭은 멀티미디어 기능을 구현할 수 있고, 변형 가능하며, 재고부담이 적다는 장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실제로 소비자가 책을 구매하는 것과 거의 무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멀티미디어 경우만 보더라도, 소비자는 멀티미디어적인 요소가 가미된 텍스트보다는 차라리 텍스트 없는 멀티미디어를 원한 거죠. 이를테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같은. 따라서 e북이 소비자한테 효용가치를 주려면 다른 그 무엇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모바일이죠.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책을 검색하고,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e북이 소비자한테 줄 수 있는 최고 효용가치입니다."

이런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통신, 놀이, 배우기…. 그중 놀이를 충족시켜주는 게 멀티미디어 요소를 갖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라면, 배우기를 총족시켜 주는 것은, 어학을 제외하면, 아무래도 텍스트 콘텐츠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이 e북일 것이다. 사람이 놀고만 살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유비쿼터스 북에도 기대를 걸어 볼만한 상황이 됐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북토피아는 이를 위해 잘 준비된 기업이라 할 수 있다.

"7월부터 SK텔레콤을 통해 모바일 북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길거리나 지하철이나 어디서건 '모바일 내 서재'를 통해 책 본문을 찾아보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문장 하나를 찾으려고 온 서재를 다 뒤져야 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전자책 본문 검색 서비스가 그것을 언제 어디서든 해결해주기 때문입니다."

오 사장과 북토피아의 이런 확신을 인정해준 것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1년 전 북토피아와 '책 본문 검색 서비스'를 공동으로 제공하면서 이 회사에 투자, 1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했다. 단순한 서비스 제휴를 넘어 '피'를 섞어야 할 만큼 이 회사의 비전을 믿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이런 믿음을 얻은 것은 그동안 오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5~6년 간 200억 원을 투자하며 준비했습니다. 전자책은 디지털 콘텐츠 가운데 가장 늦게 열리는 시장이라 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사실 단순히 '어렵게 버틴 것'만은 아니다.

IT 경기가 수년 채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고, 텍스트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가 시장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게 현실이라고 한다면, 종이 책을 디지털화해 판매하는 북토피아의 상황 또한 안봐도 '뻔'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북토피아의 지난 실적은 이런 '뻔한 예측'을 조롱한다.

이 회사는 2002년에 40억 원의 매출에 1억 원의 흑자를 낸 뒤, 2003년 100억 원, 2004년 150억 원 등 놀라울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년 50~100%씩 성장하고 있다. 올해에도 300억 원 매출로 100%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런 여세를 몰아 내년에는 코스닥 시장에 기업을 공개할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e북 시장이 초창기 예측과 달리 지난 5~6년 동안 차갑게 식어버린 상황에서도 북토피아가 이처럼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초기에 B2B 시장 개척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서관 공략이 그것이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1천250여 개 각급 도서관에 '전자책 도서관'을 구축하고, 여기에 전자책도 공급해왔다. 여기서 생긴 매출이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아직 일반 소비자가 전자책 구매를 망설이고 있을 때, 문화부 지원을 바탕으로 한 '전자책 도서관' 사업이 '젖줄'이 됐던 것이다.

동시에 일반인을 상대로 한 B2C 사업 준비도 착실히 해왔다. 현재 누적 회원수가 150만 명에 달하고, 매일 5만 명이 방문한다.

이 회사는 무엇보다 기본 체력을 튼튼히 갖춘 게 돋보인다.

업계 최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4만5천여 권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1천200만 페이지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연말까지 이를 8만 권, 내년까지 20만 권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여기에다 120여 개의 주요 출판사를 주주로 확보하는 한편 700여개의 출판사와 전략적으로 제휴한 상태다. 이는 책 수급에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저작권 시비에서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뜻.

오 사장과 북토피아는 그렇게 오래 기다리고 준비해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제 오 사장이 만든 서재를 들고 다닐 것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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