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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반환 '쩔쩔'…집주인, '사업자 대출'까지 손댄다[현장]


세입자 안 구해지자…일선 중개업소들 '사업자 대출' 제안
"편법 대출에 해당… 대출 용도를 기망한 사기죄 처벌 가능성"
편법 대출 여부 가려내기 어려운 것은 '제도적 허점'
업계 전문가들 "대출 관리 감독과 합리적 범위 내 대출 문 열어야"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임차권 등기에 걸렸고, 석 달째 매달 800만원이 넘는 전세금반환지연이자를 세입자에 주고 있습니다. 전세퇴거자금대출을 알아봤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집을 보러 오는 예비 세입자들이 있었지만, 계약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어요. 언제까지 고액의 보증금 반환 지연이자를 내야 할지 막막합니다."

집주인들의 수난시대다. 전셋값 하락 기조가 굳어지며, 계약갱신청구권 비중도 뚝 떨어졌다. 이와 함께 부동산 경기침체, 기준금리 인상 여파 등이 맞물리면서 계약 당시보다 전셋값이 떨어져 세입자에게 기존 보증금을 주지 못하고, 새 세입자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지자 임대인들이 역전세난 고난에 빠졌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원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원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김서온 기자]

특히,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임차권 등기가 설정, 고액의 전세금반환지연이자를 물어줘야 하는 집주인들은 하루빨리 새 세입자를 구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찮아 보이자 일선 중개업소들의 '솔깃한 제안'에 주목하고 있다.

매달 800만원 상당의 지연이자를 3개월째 세입자에 지불하고 있는 집주인 A씨는 얼마 전 중개업소 대표 B씨로부터 '사업자 대출'을 고민해 보라는 말을 들었다.

임대인 A씨는 "예전부터 집을 중개해준 부동산 대표가 전세 세입자가 쉽사리 구해지지 않으니 막대한 지연이자를 계속 내는 것보다 사업자등록을 내고, 비교적 대출이 쉽고 한도가 큰 '사업자 대출'을 받아 먼저 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주는 것이 낫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부동산 대표 B씨의 말에 따르면 사업자 대출은 사업자등록을 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은행에서 쉽게 대출이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사실 보증금을 돌려줄 방법이 도무지 없을 때 사업자 대출을 통한 자금 확보는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곧 임차인의 전세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둔 또 다른 집주인 C씨 역시 부동산 관계자 D씨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았다. 부동산 관계자 D씨는 C씨에게 "최대한 세입자가 나갈 일정에 맞춰 새 임차인을 구해보겠지만, 요즘 분위가 좋지 않다"며 "보증금을 못 주고 임차권 등기에 걸려 기록에 남고, 지연이자를 내는 것보다 당장 다른 방법이 없다면 '스마트스토어'와 같은 업종의 사업자를 내고 사업자 대출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는 것이다.

전세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집주인들이 전세퇴거자금대출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자 이처럼 일선 중개업소에서는 임대인에게 '사업자대출'을 받을 것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스마트스토어와 같이 '전자상거래업자'를 비롯해 비교적 어렵지 않은 업종의 사업자등록을 통해, 사업자 대출을 받아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라는 것이다.

(왼쪽부터)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 [사진=아이뉴스24DB]
(왼쪽부터)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 [사진=아이뉴스24DB]

업계 전문가들은 사업자 대출을 통한, 이 같은 보증금 마련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출 용도를 속였기 때문이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이 경우 대출 용도를 기망한 것으로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과거 판례를 보면 대출 용도를 기망해 받은 경우에도 사기죄에 해당함을 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가짜 사업자등록을 내고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라고 제안한 중개업자도 법망에 걸리게 된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실제 영업할 의사 없이 허위로 사업자 대출을 냈다는 점을 밝히기 어렵기는 하나, 중개업자 역시 대출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엄 변호사는 "사기죄 공범, 사문서위조 및 동행 사죄, 정당한 대출업무를 방해한 업무방해죄 등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집주인과 중개업자가 가담해 사업자 대출을 이용해 전세 보증금을 마련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명할 길이 쉽지 않다는 점도 허점으로 손꼽힌다.

김 변호사는 "실제로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 대출 용도로 사용했다면 대출사기에 해당할 수 있지만 영업하려고 했지만 잘 안된 경우와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 형사적으로 문제 삼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편법 대출 여부를 가려내고 대출 절차를 강화 및 감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세금 반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활로 모색도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김예림 변호사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다 보니 편법 대출이 성행한다"며 "정부에서도 전세금 반환을 위한 대출은 적극적으로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정숙 변호사는 "대출 심사의 실질적인 감독 절차가 필요하다"며 "실제 자금이 대출 용도에 맞게 사용된 것인지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출 이후에도 관리가 부실한 것 부분을 좀 더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팀장은 "부동산 규제로 대출이 제한돼 한도 제약이 큰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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