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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②빅블러 시대와 금융위기 사이


SVB 사태 배경으로 금융 규제 완화 지목
금융규제 강화하는데 당국은 완화 추진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법제 구축 필요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있다. 섣부른 규제 완화가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촉발된 배경 중 하나로 규제 완화가 언급되면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감독 당국의 행보는 시장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은행들에 자본금 확충 및 스트레스테스트(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SIFI) 대상) 등의 의무를 부여하는 도드-프랭크법을 시행했다. 그러나 2018년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 등 감독·규제 대상 은행의 자산규모를 완화하며 '도드-프랭크' 법을 무력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자산규모 500억~2천500억 달러의 중소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가 면제 또는 완화됐다.

네이버파이낸셜, 토스뱅크, 케이뱅크 로고 이미지. [사진=박은경 기자]
네이버파이낸셜, 토스뱅크, 케이뱅크 로고 이미지. [사진=박은경 기자]

바이든 행정부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도드-프랭크법 완화를 지목하면서 중소은행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당국에서는 스몰라이선스 및 소규모 특화은행을 도입하기 위해 자본금 규제 등을 지방‧인터넷전문은행 수준으로 낮춰주며 거꾸로 움직이고 있다. 시중은행업 인가를 받으려면 자본금 1천억원, 지방·인터넷은행은 250억원 이상을 갖춰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SVB와 같은 특화은행을 설립하기 위해 자본금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SVB와 같은 중소형 은행을 도입하려면 자본금 완화가 필요해서다. 중소형 은행들은 대형 은행 대비 예금 비율이 낮아 대출 여력이 작다. 건전성 규제 등으로 충당금이 늘어 운영비용이 증가하면 대출을 줄여야 하고 대출 감소로 수익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도드-프랭크법으로 규제가 강화되면 중소형 은행들의 신규 대출은 40%까지 줄어든다.

이에 금융권에선 자본금을 낮춰 한국판 SVB를 도입하는 것을 두고 우려를 제기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SVB 사태로 특화은행 도입은 동력을 잃었다"며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당국이 어떤 방식으로 지고 갈지에 대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일각에선 금융 산업 발전을 위해선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소형 핀테크 업체에서는 스몰라이선스 제도 도입과 같은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며 "일부 은행업만 영위할 수 있어도 핀테크 산업은 현재보다 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2023년에도 금융과 산업의 결합, 금융상품의 제조와 판매 분리, 디지털기반의 금융 확장이 가속화할 전망"이라며 "금융회사의 부수업무 허용과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제공 확대와 같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금융 규제가 요구된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지털 금융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데 비해 기존의 금융법제는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에 부응하는 법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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