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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몽]①비합리적 규제에 한숨 쉬는 은행권


'비이자이익' 막아놓고 늘리라는 당국 "규제 완화 필요"
"핀테크는 되고 은행은 안 돼"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
"국내 은행에도 다양한 수익 창출할 여건 만들어야"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빅블러 시대를 맞이하며 금융규제도 진화해야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경고하듯, 섣부른 완화는 금융위험을 부른다는 현실이 충돌하고 있다. 난관에 부딪힌 금융 산업의 신(新)규제 해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진입 장벽을 낮춰 신규 플레이어를 늘린다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은행권이 술렁인다. 특화은행과 같은 신규 은행을 늘려 은행의 과점적 이자 수익을 막겠다고 칼을 빼 들면서 비이자 수익을 올릴 길은 열어주지 않는다고 아우성친다.

금융위원회는 스몰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해 핀테크와 같은 새로운 플레이어에게 은행 부문 인가를 내어주고 특화은행을 설립하겠다는 그림을 제시했다. 금융위원회는 "산업자본의 진출은 제한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은행권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상 핀테크와 빅테크를 통해 산업이 금융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하는 반면, 금융권에는 산업 진출을 금지하고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여전하다"며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지주 전경. [사진=각 사 ]
왼쪽부터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 NH농협금융지주 전경. [사진=각 사 ]

은행권에서 금산 분리 완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금융당국과 감독 당국의 비이자 수익 확대 주문에 대응하려면 필요해서다. 금융당국의 은행업 인가 규제 완화 이면에는 은행의 과점적 이자 이익을 막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미국의 사례를 들어 국내 은행에 비이자 이익 확대를 주문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주문인 데다 비이자 이익을 늘리려면 다른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보스턴컨설팅에 따르면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은행 등 미국 상위 3개 은행의 비이자 수익은 45%로,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국내 3개 은행의 9.1%를 3배 이상 웃돈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들어 비이자 이익 확대를 주문했다.

그러나 미국 은행들이 비이자 수익을 낸 항목들은 대부분 수수료 항목이다. 수수료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우리나라에 도입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지난해 미국 은행들이 예금계좌 수수료 명목으로 얻은 이익은 15조3천450억원으로 총수익의 4.2%에 달했다. 미국은 계좌를 유지하는 데만 월평균 13달러의 수수료를 떼어가는 데다 '최소 잔액'을 설정하고 예금액이 이를 밑돌면 월 25달러 안팎의 비용을 청구한다. 국내 은행들은 소비자 반발에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수수료를 아예 부과하지 못해 관련 수익이 '0'인 것과 판이하다. 만약 국내 은행이 미국 수준으로 예금계좌 수수료를 매긴다면 단순 계산으로 연간 1조9천530억원을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미국은 금고 대여와 유가증권 보관, 현금자동인출기(ATM) 이용 명목으로 한 수수료 비중도 11.5%로, 국내 은행이 받는 관련 수수료가 2%에 그치는 것과 대조된다. 투자은행 업무와 증권 중개에 붙는 수수료 비중도 미국은 1.5%, 한국은 0%다.

은행들은 비이자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선 규제를 현실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5% 규정을 비롯한 방카슈랑스 규제를 완화, 투자일임업 허용, 금산분리 완화 등을 통해 배달이나 유통 등 비금융 업종에 진출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은행이 이자 수익에 집중하는 모습을 개선하려면, 은행에도 ICT 등 비금융 자회사 설립을 통해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여건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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