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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집 사는게 좋은가요" '급매물 소진' 두고도 해석 분분


KB금융지주 "최근 주택시장은 경착륙과 연착륙 갈림길에 서 있는 것으로 판단"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급매물 다 팔렸다. 집값이 바닥 찍고 반등한다'는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선도단지 봐라, 계속 집값이 내려갈 거다'라는 지적도 나오네요. 대체 지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도 이랬다가 집을 못 샀는데, 이번에도 매수 타이밍을 놓치진 않을까 걱정됩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진 기자]
12일 오후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김성진 기자]

집값 변동률이 박스권 장내에서 주간 단위, 월 단위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가운데, 급매물이 소진되는 과정에서 집값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인지,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큰지 의견이 분분해지면서 실수요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6%로 5주 연속 하락폭이 줄어들었다. 고가 선도단지들이 즐비한 강남 3구에서 하락폭을 좁혀나가고 있다.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와 같은 0.01% 하락했고, 강남구는 전주 -0.10%보다 낙폭이 줄어든 -0.07%를 기록했다. 송파구는 반등 한 주 만에 -0.01%로 전환했지만,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R114도 비슷한 통계를 내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5% 하락해 전주(-0.07%)보다 낙폭이 줄었다. 재건축이 0.01% 내렸고, 일반 아파트는 0.06% 하락했다. 신도시와 경기·인천은 각각 0.02%, 0.04% 떨어졌다.

특히, 전주 대비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낙폭이 일제히 축소됐다. 서울은 서초구가 보합을 나타내는 등 강남 3구 모두 하락폭이 2배 이상 줄었으며, 신도시는 지난해 10월 마지막 주(-0.02%) 이후 가장 낮은 변동률을 보였다.

부동산R114는 시중은행 대출금리 인하와 정부의 규제 완화 영향으로 급매물 소진 속도가 빨라졌고, 매도호가의 하향 조정이 둔화하면서 전체적으로 내림세를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가격 변동률의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낙폭이 큰 일부 지역 위주로 매물이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하락 둔화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주간 단위 통계가 집값 하락폭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지만, 서울을 대표하는 굵직한 대장주 단지들의 실거래가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도곡1차아이파크 전용 130.25㎡는 지난달 24억5천만원(7층)에 거래됐다. 동일면적대 매물은 지난해 7월 29억원(8층)에 거래됐으나, 7개월 만에 4억원 하락했다.

인근 삼익아파트 역시 내림세다. 단지의 전용 104.01㎡는 지난달 17억5천만원(10층)에 팔렸는데, 가장 근래에 거래된 매물(2021년 12월, 21억1천만원)보다 약 3억6천만원이 떨어졌다.

서초구 잠원동 일원 신반포자이 전용 84.92㎡는 지난달 27억8천만원(11층)에 계약이 완료됐는데, 7개월 전인 지난해 7월 동일면적대 매물 2건이 35억5천만원(26층), 33억6천500만원(13층)에 실거래됐다. 7개월 새 7억7천만원이 하락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월간 단위 통계에서도 감지된다. 지난달 26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지난달 89.32로 전월(90.08)보다 하락해 90선도 무너졌다. 이 지수는 지난해 9월부터 6개월째 100선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는 전국 아파트 단지 가운데 가구 수와 매매가를 곱한 상위 50개 단지의 시가총액 변동률을 수치화한 것이다. 소위 잘나가는 아파트 50곳 단지를 추려 만든 것인데, 이는 가격 변동의 민감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에 시장 선행지표로도 활용된다.

이처럼 반등과 재하락 사이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믿을 수 있는 통계수치가 반복적으로 오르내리는 가운데, 드물게 저점에 거래되는 실거래가가 또 다른 절대적 지표로도 활용되면서 수요자들의 혼란이 가중하고 있다.

집값 반등 기조는 전방위 규제 완화 기조에 힘입어 일종의 데드캣 바운스(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다가 잠깐 반등하는 상황을 비유할 때 쓰이는 말)라고 볼 수 있다는 점과 여전히 금리 부담이 높고 침체 기조가 깊은 상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으며, 일각에선 거래량이 점점 살아나고 낙폭이 줄어드는 것은 반등 조짐이라고 볼 수 있다는 시각이 팽팽하게 양립하면서 매수 적기를 또 놓치는 것은 아닌지, 지금 매수하면 더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수를 고려하고 있는 A씨는 "요즘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부동산값이 올랐다, 내렸다 하는 것 같다"며 "과거에도 집값이 곧 내려간다는 전망이 우세하면서 적기를 노리다가 결국 부동산 폭등기를 맞이하면서 전세 난민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기사를 보면 집값이 오를 거 같다가, 어떤 기사를 보면 더 기다리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며 "수치상으로 보면 하락폭을 줄인 것도, 어떤 단지는 신고가를 경신했다가, 어떤 아파트는 폭락하는 게 다 팩트가 맞는데 혼재돼 있으니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예비 실수요자인 B씨는 "폭락론, 폭등론이 첨예하다. 집을 사야 할지 매일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 그냥 관망하고는 싶은데 나중에 또 후회할까 봐 갈등된다"며 "가장 시장 분위기를 빠르게 변화를 감지하는 중개사들도 오늘은 사야 한다고 했다가, 내일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가 도통 감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급매물 소진이 마무리되는 시기를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당분간 매도자들은 호가를 한참 밑도는 가격으로 적극적인 거래 활동에 나서지는 않고, 매수자들은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을 쫓아가는 추격매수를 지양하는 등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23 KB부동산 보고서: 2022년 부동산시장 진단과 2023년 전망'을 통해 "주택가격이 정상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최대한 부작용 없이 조정이 일어나야 한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며 "주택가격 급락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나, 과도한 불안심리는 시장의 진폭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 현상들과 같이 부동산 혼란을 방지할 수 있는 경착륙과 연착륙에 대한 기준 정립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최근 주택시장은 경착륙과 연착륙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경착륙 우려가 최대 현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택시장이 직면한 다양한 이슈들을 점검함으로써 객관적으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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