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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兆 더 든다"…美 추가 건설비용에 우는 삼성·TSMC


인플레이션 영향에 건설비 '눈덩이'…보조금 '독소조항'에 신청 머뭇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하는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영향으로 예상보다 10조원 가량 더 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반도체 보조금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공개한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인스타그램 캡처]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공개한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사진=경계현 인스타그램 캡처]

16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에 짓는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은 처음 계획보다 80억 달러(약 10조5천500억원) 늘어난 250억 달러(약 33조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공장 건설에 삼성전자는 이미 170억 달러의 절반가량의 비용을 지출한 상태다.

이는 공장 건설을 결정했을 때보다 자재 비용이 더 비싸진 탓이다. 철강을 포함한 건축 자재 가격이 큰 폭을 뛰었을 뿐 아니라 미국 내 인건비도 가파르게 올라 전반적인 비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이 밝힌 한 소식통은 "공장 건설을 결정했을 때보다 자재 비용이 더 비싸졌다"며 "공사비 상승이 전체 비용 증가분의 약 80%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첨단 로직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짓는 자금이 100%라면, 한국과 대만에서는 78%가 든다. 중국에서는 같은 공장을 지을 때 72%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2021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 설립을 발표하고 경쟁사들보다도 일찌감치 미국 내 반도체 생산 기반을 다져왔지만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인플레이션으로 불어난 공사비가 미국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반도체 보조금을 넘어선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 상무부는 이달 초 반도체 업체에 지원하는 연방정부의 보조금이 총 설비투자액의 최대 15% 수준일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삼성전자가 처음 계획했던 투자 금액(170억 달러)를 기준으로 계산 시 직접 보조금은 최대 25억5천만 달러(약 3조3천600억원)에 불과하다.

로이터는 "삼성은 2024년까지 공장을 완공해 2025년에는 칩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인공지능(AI), 5G, 휴대폰 등에 쓰이는 첨단 칩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는 다른 반도체 회사들도 삼성전자와 상황이 비슷하다. 인텔은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약 26조3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최대 1천억 달러(약 131조5천억원) 규모로 증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장 규모 자체가 커지는 것도 있지만 공사비 증가분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만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TSMC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막대한 비용에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TSMC는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할 공장 투자 계획 규모를 기존보다 3배 이상 늘린 400억 달러(약 52조6천억원)로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양산된 3· 4나노 칩은 이르면 내년부터 애플·엔비디아 등에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애리조나 공장의 조성과 장비 도입이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어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됐다. 반도체 인력 부족, 건설비용 상승 등도 문제다.

디지타임즈는 "TSMC가 애리조나 새 공장에서 3·4·5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반도체를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대량생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막대한 건설비용의 일부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고려 이 공장이 내년에 생산에 들어갈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본다"며 "가동 시기가 2025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두고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처음부터 미국 내 반도체 생산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4월 한 언론 인터뷰에선 "반도체 제조 능력을 강화하려는 미 정부의 노력은 헛수고"라며 "미국에서 반도체를 제조하려면 대만보다 비용이 50%가 더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압력에 TSMC는 현지 투자 금액을 늘려가며 생산시설 확대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39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신청 접수를 시작했지만, 삼성전자와 TSMC는 보조금 신청 여부를 두고도 고민에 빠졌다. 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초과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하고, 중국 등에서 향후 10년간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없다는 독소 조항이 있어서다.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과 면담한 후 미국 측에 "반도체지원법이 과도한 경영 개입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신청 요건 발표 후 세계 경제계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5일 "미국 반도체법이 크리스마스 트리가 됐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너무 많은 목표를 달성하려다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도체법이 '좌파 정책'을 강요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며 "반도체법에 포함된 인재 양성, 보육시설 보장 등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정책의 연장"이라고 비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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