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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 신(新) 양자물질 발견…큐비트 역할 가능할까


국내 연구팀, 스핀구름 응축 통한 새로운 양자물질 발견

국내 연구팀이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양자물질을 발견했다. [사진=과기정통부]
국내 연구팀이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양자물질을 발견했다. [사진=과기정통부]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기존의 모든 암호체계를 깨트릴 만큼 강력한 컴퓨터이다.”

양자컴퓨터를 설명할 때 전문가들이 자주 인용하는 ‘문장’이다. 양자컴퓨터를 기술적으로 설명하면 전문가들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인들에게 설명하기란 훨씬 어렵다. 이 때문에 ‘기존 암호체계를 깨트리는’이란 표현을 쓴다. 그만큼 빠르고 기존 암호체계를 무너뜨릴 만큼 강력하다는 뜻이다.

국내 연구팀이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양자물질을 발견했다.

큐비트(qubit)는 양자컴퓨터에서 사용하는 기본 단위를 뜻한다. 퀀텀 비트(quantum bit)의 줄임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는 임현식 동국대 교수 공동연구팀이 극저온 실리콘 금속에서 스핀구름들의 응축 현상을 통해 새로운 양자 물질을 발견하고 규명했다고 7일 발표했다. 스핀구름(콘도구름)이란 금속이나 반도체 내에 자성을 가리기 위해 형성된 자유 전자들을 말한다.

전기 저항이 없어 자기부상열차,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에 활용이 가능한 고온 초전도 현상에서 스핀구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높은 이론·실험적 관심에도 응집물질물리학 분야에서 스핀구름 형성과 더 나아가 이들 사이 상호작용에 의한 새로운 양자 물질에 대한 연구는 아직 풀리지 않은 난제가 많다.

연구팀은 양자컴퓨터 소자관련 연구를 하던 중 우연히 실리콘 금속에서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특이한 신호를 발견했다. 이를 소자나 측정기기의 오류가 아닌 새로운 양자역학적 물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스핀구름에 관한 연구는 극저온에서 측정해야하는 제약 등 여러 실험적 어려움과 해석의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선행 연구가 매우 적었는데도 연구팀은 포기하지 않고 2015년부터 수년 동안 연구를 지속했다.

그 결과, 실리콘 금속에서 관측된 것은 물질의 상(相) 중 고체, 액체, 기체, 플라스마(Plasma)에 이어 1990년대에 발견된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상태 특성을 갖는 새로운 물질임을 분광학, 전기 전도도 측정을 통해 밝혀냈다.

실리콘 금속을 이용해 극저온(섭씨 영하 272.15도)에서 스핀 구름들을 응축하면 새로운 양자 물질이 존재할 수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초록색 화살표(불순물 자성)에 대해 작은 화살표(전자)가 극저온으로 갈수록 응축되면서 자성을 없애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응축되면서 새로운 양자물질이 만들어진다. [사진=과기정통부]
초록색 화살표(불순물 자성)에 대해 작은 화살표(전자)가 극저온으로 갈수록 응축되면서 자성을 없애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응축되면서 새로운 양자물질이 만들어진다. [사진=과기정통부]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은 보존 입자(대표적으로 광자 또는 He4)들이 극저온에서 같은 에너지 상태를 공유해 새로운 물질 상태가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 성과는 금속과 반도체에서 스핀-스핀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고온 초전도체를 포함한 다양한 강상관계 물질을 연구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상관계 물질이란 구성 입자들이 강하게 상호작용을 해 일반적 도체나 부도체에서 보이지 않는 특이한 현상을 나타내는 물질이다.

임현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또 다른 양자 응축상태를 생성하고 제어할 수 있다면 양자 소자 기술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순수 금속에서 스핀 구름들의 농도 변화에 대한 다양한 스핀 구름의 물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핀 구름들의 응축상은 온도, 자기장과 주변 환경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센서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스핀-스핀 사이 양자 얽힘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양자 정보 기술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 성과(논문명: Observation of Kondo condensation in a degenerately doped silicon metal)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2월 7일자에 실렸다. 공동교신저자는 김은규·신상진 한양대 교수, 정연욱 성균관대 교수 등이다.

◆다음은 임현식 교수와 일문일답

임현식 동국대 물리반도체과학과 교수. [사진=과기정통부]
임현식 동국대 물리반도체과학과 교수. [사진=과기정통부]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양자컴퓨터 개발의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집단연구를 통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그룹이 없다는 점이다. 선진국은 집단연구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소자 싸움이다. 현재 초전도체와 이온을 큐비트로 하는 양자컴퓨터가 있다. 이 또한 완벽하지는 않다.”

-양자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그렇다. 양자컴퓨터는 기술적 문제보다 근본적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대규모 집단 연구가 중요한 분야이다. 제약회사 등이 양자컴퓨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배경이다. 신약을 개발할 때 복잡한 계산과학이 필요하다. 이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하더라도 시간이 꽤 걸린다.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달라진다. 이 때문에 돈과 시간이 많이 필요한 제약회사들이 양자컴퓨터에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다.”

-나노기술이 발전하면 양자물질도 더 많이 찾을 수 있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나노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나노 분야에서 양자역학적 현상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벌크(나노가 아닌)에서도 양자물질은 있을 수 있다. 나노 기술이 반드시 양자컴퓨터의 해답은 아닌 셈이다. 양자역학적 특성을 잘 따르는 물질을 나노기술을 통해 찾든지, 이제까지 알려져 있지 않은 물질의 근본적 특성을 이용해서 찾든 지가 관건이다.”

-양자를 한 마디로 설명한다면.

“양자는 물리량의 최소단위를 일컫는다. 에너지든, 운동량이든 최소의 단위를 뜻한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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