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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입시'로 끝난 조국 자녀의 의대 진학 [원성윤의 人어바웃]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입시 유튜브 '미미미누' 채널은 고려대 행정학과에 재학 중인 김민우 씨가 운영하는 입시 전문 채널이다. 그는 5수를 하고 대학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재수학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끝도 없이 풀어놓는가 하면, 대형 입시학원 1타 강사들의 이야기나 성대모사도 곧잘 한다. 그래서 나무위키 등에는 그의 채널을 가리켜 '교육을 빙자한 스탠드업 코미디 쇼'라고도 부른다. 그런 그가 최근 진지하게 연재하게 된 코너가 있다.

◆ "늦게 가도 괜찮다" 의대 권하는 사회

'과학고와 서울대 졸업 후 직장 생활하다 의대생이 된 44살 22학번 아저씨'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약 226만회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진=유트브 미미미누]
'과학고와 서울대 졸업 후 직장 생활하다 의대생이 된 44살 22학번 아저씨'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약 226만회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진=유트브 미미미누]

바로 'N수의 신' 코너다. 본인도 N수생이기에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 출연하겠거니 했지만 이 코너는 결이 달랐다. '과학고와 서울대 졸업 후 직장 생활하다 의대생이 된 44살 22학번 아저씨'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약 226만회를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연은 이렇다.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한 곽 모씨(45)는 대기업에서 17년간 일했다. 3년간의 도전 끝에 결국 의대에 합격했다. 그는 "41살에 늦둥이 첫 딸이 태어나면서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었다"며 "결국 수능을 봐서 전문직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회사에 휴직계를 냈다"고 전했다.

'한의대 22학번이 된 고려대 법대 85학번'이라는 제목의 영상에 나온 출연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고려대를 졸업한 뒤 여러 회사를 다니다 동신대학교 한의예과에 합격했다. 그는 "딱히 벌어 놓은 것이 없는데 노후에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살아갈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전문직을 고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의 사회의 취약성이 결국 의대라는 선택지로 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이제는 SKY 대신 '의치한약수'… 꺽이지 않는 의대 열풍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해당 사진과 기사는 관계 없음.  [사진=세브란스병원]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해당 사진과 기사는 관계 없음. [사진=세브란스병원]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는 이제 의대고시로 불리며 수험생과 직장인들 사이에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공무원의 인기가 예전만 못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수시 모집 통계를 보면 이런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SKY의 2023학년도 수시 선발 인원 가운데 318명(4.7%)이 미등록했는데 자연 계열이 과반수인 58.2%(184명)를 차지했다. SKY라는 간판보다 이제는 지방대라도 '의치한약수'를 택하는 수험생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고려대 이과계열에 재학 중이 A씨는 아이뉴스24에 "수시로 원하는 대학에 들어왔는데 선배들 절반이 의대 반수 혹은 재수를 준비하고 있어서 몹시 당황스러웠다"며 "너도 의대 반수할거냐고 묻는데 정말 나도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바람직하게 보고 있지는 않다. 경기 하남 미사에서 대형 종합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 B씨는 "의대를 졸업하고 개원하려고 서울 시내에 차릴 곳을 봤더니 바늘 하나 꽂을 곳이 없어 경기도 신도시를 찾다 하남으로 오게 됐다"며 "수입이 다른 직종에 비해 높은 것은 맞지만 개원에 드는 돈도 많고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토로했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은 최근 여러 강연에서 "미래를 생각하면 의대를 가도 고연봉을 받기는 어렵다"고 수차례 말했으나 의대 열풍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 두 자녀를 의대에 보내려던 조국 전 장관…'징역 2년' 무거운 의미 알아야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 김정곤 장용범)는 3일 뇌물수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사진=김성진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 김정곤 장용범)는 3일 뇌물수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사진=김성진 기자]

의대 열풍은 꽤 오래된 현상이지만 최근 5년 사이에 이런 현상이 유독 더 심해졌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 스캔들' 역시 결국은 부모의 의대 욕망이 빚어낸 참사였다. 한 때 조 전 장관은 진보 진영의 스타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았고, 이후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한때 대통령 후보까지 거론됐으나, 자식 교육을 향한 삐뚤어진 '대리 작성'이 본인의 미래까지 잠식하고 말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판사 마성영 김정곤 장용범)는 지난 3일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019년 12월 31일 기소된 지 3년여 만이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에 대해 딸과 아들의 입시비리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딸의 서울대 의전원 입시에 허위 인턴확인서와 동양대 표창장 제출 혐의, 아들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활동 예정증을 발급 및 제출 혐의 등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대학교수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수년 동안 반복해 범행해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조 전 장관은 "나머지 무죄 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 다투겠다"며 자녀 입시 비리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내놓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왜 탄생했는지, 사람들이 왜 그토록 분노했는지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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