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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가전·전장 땡큐"…'매출 80兆' 시대 연 LG전자, 올해 수익성 확보 '관건'


작년 4분기 영업익 693억 '어닝쇼크'…'만년 적자' 탈출한 전장, '실적 효자'로 급부상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LG전자가 지난해 연매출 8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직격탄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0% 넘게 급감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1조8천575억원, 영업이익이 693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장유미 기자]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1조8천575억원, 영업이익이 693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사진=장유미 기자]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1조8천575억원, 영업이익이 693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2%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90.7% 줄었다. LG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천억원대에 못 미친 것은 2018년 4분기 이후 15분기만이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전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2조7천202억원, 영업이익은 4천20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망치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LG전자의 부진은 주력 사업 부문의 수요 침체 여파가 주효했다. 특히 TV 시장이 쪼그라든 것이 실적 악화를 이끌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TV 출하량은 지난 2020년 2억2천535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2억1천354만 대, 지난해 2억452만 대로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탓에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지난해 2분기 이래 3분기 연속 적자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지난해 2분기에는 189억원, 3분기에는 554억원, 4분기에는 1천7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적자 폭이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TV 사업을 맡은 HE 부문이 2분기 이상 적자를 낸 것은 지난 2015년(1~2분기) 이후 7년 만이다.

성수기임에도 HE사업본부의 지난해 4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9.9% 줄어든 4조4천917억원에 머물렀다. HE사업본부의 지난해 연매출은 15조7천267억원, 영업이익은 5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8.7%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99.5%나 줄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글로벌 TV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 속에서 유럽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성수기 프리미엄 TV 판매가 둔화됐다"며 "경쟁 대응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및 유통재고 수준 정상화를 위한 판매 촉진 비용 증가로 전 분기 대비 적자 규모 증가했다"고 말했다.

LG전자 모델들이 팝업스토어에서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 모델들이 팝업스토어에서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가전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탓이다. 실제 LG전자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H&A사업본부의 주요 원재료인 철강 가격은 전년 대비 23.1% 상승했다. 레진 가격은 21.3%, 구리 가격은 42.3%나 올랐다.

또 LG전자는 공급망 차질에 대비하기 위해 원재료를 적극 확보했지만, 수요 침체가 지속되면서 연말 대형 쇼핑 특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데다 가전 재고가 급증해 타격을 입었다. LG전자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재고자산은 11조2천7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어났다.

이에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4.6%나 줄어든 236억원에 그쳤다. 앞서 지난해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5천16억원)보다 55% 떨어진 2천283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4분기 매출 역시 2.2% 감소한 6조3천845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사업은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지속 등 거시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가전수요 감소와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 영향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며 "마케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규모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로 인해 H&A사업본부의 지난 한 해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8.9%나 감소한 1조1천296억원에 그쳤다. 다만 매출은 10.3% 오른 29조8천955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7년 연속 매출 성장세도 이어갔다.

LG전자 관계자는 "워시타워, 크래프트아이스 얼음정수기냉장고, 스타일러 등 베스트&온리 제품을 앞세우는 프리미엄 전략이 주효했다"며 "영업이익은 물류 및 원자재비 인상 영향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의 수익성도 상당히 악화됐다. 지난해 BS사업본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증가한 6조903억원, 영업이익은 92.1% 감소한 25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조2천4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줄었고, 영업손실은 778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IT 제품 수요 감소 영향이 있었으나,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업의 높은 성장에 힘입어 전년 대비 매출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며 "영업이익은 경쟁 심화 및 건전한 유통재고 수준 유지를 위한 비용 지출 영향으로 줄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만년 적자'로 불리던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사업은 '실적 효자'로 새롭게 급부상했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8조6천496억원을 기록했고, 전체 매출 가운데 비중이 처음으로 10%를 넘겼다. 반도체 공급 지연 이슈에도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시장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한 점이 주효했다.

지난 10년간의 투자가 성과로 나타나며 연간 영업이익은 1천696억원을 기록했다. VS사업본부는 실적을 처음 공시한 2015년 연간 50억원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후 7년 만인 지난해 흑자 전환에 드디어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44.6% 증가한 2조3천96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해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LG전자는 "완성차 업체의 안정적인 주문 물량 유지, 주요 원재료 관련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고 수익성도 흑자를 유지했다"며 "다만 신규 생산법인 초기 운영비가 늘고 올해 확보된 대규모 신규 수주 물량에 대한 제품 개발비가 늘어난 탓에 4분기 흑자 규모는 지난해 3분기보다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이 크게 부진했음에도 연간 실적은 사상 첫 매출 80조원을 돌파했다. LG전자의 지난해 연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 늘어난 83조4천673억원으로, 지난 2021년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 70조 원을 넘어선 이후 1년 만에 다시 한 번 최대 매출액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과 미래 성장동력인 전장 사업이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덕분이다.

그러나 연간 영업이익은 12.5% 감소한 3조5천510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에 따른 소비심리 둔화, 경쟁 심화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선 전사 수익성이 낮아졌지만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처리 문제로 한 해 내내 골머리를 앓은 것치고는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성장 동력(모멘텀)이 큰 VS 사업본부를 비롯해 전 사업본부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라고 봤다.

LG 올레드 TV에서 LG 채널 서비스를 구동하는 모습 [사진=LG전자]
LG 올레드 TV에서 LG 채널 서비스를 구동하는 모습 [사진=LG전자]

하지만 올해가 문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체감되기 시작한 IT 제품의 수요 급감이 올해 상반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LG전자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88조725억원, 영업이익 4조535억원으로 전망됐다.

이에 LG전자는 부진 장기화에 대비하고 나섰다. 경기 악화에 선제 대응하고자 최근 각 사업부문 및 본사 조직 구성원 일부가 참여하는 '워룸' 태스크포스를 조직,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 LG전자는 프리미엄 전략과 고부가·고수익 수주 확대 등을 통해 추가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철저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를 통해 안정적 수익성 확보에도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H&A사업본부는 일관성 있는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하며 가전 1위의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볼륨존 제품 경쟁력 또한 대폭 강화해 추가적인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제품 구매 이후에도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며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업(UP) 가전을 해외 주요 시장으로 본격 확대하며 스마트 가전 생태계 확장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H&A사업본부는 물류비, 원자재가격 등이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고 있는 점을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기반으로 원가 개선활동을 지속하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HE사업본부는 웹OS 플랫폼 기반 콘텐츠·서비스 사업을 본격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경험과 서비스 중심으로의 사업 체질 변화에 속도를 내고 추가 성장 동력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10년간 차별화된 경쟁력을 인정받아 온 LG 올레드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효율적 자원 운영을 통해 수익성 또한 지속 개선해 갈 계획이다.

VS사업본부는 고부가 및 고성능 제품의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전개하며 매출 성장과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또 올해부터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전기차 구동부품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등 전장 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80조 원에 이른다.

BS사업본부는 게이밍 모니터, 그램 노트북 등 프리미엄 IT 제품의 경쟁력을 보다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또 버티컬(Vertical, 특정 고객군)별 맞춤 솔루션을 앞세운 B2B(기업간거래)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하며 매출 성장을 추진하고 오퍼레이션 안정화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박상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경기는 좋지 않을 전망"이라며 "고가의 프리미엄 가전, TV의 수요는 크게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고, LG전자의 전망 역시 크게 좋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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