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피자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저가 피자 브랜드와 냉동피자 등 간편식(HMR)의 영역이 확대되면서다. 반면 대형 피자 프랜차이즈들은 매출이 급감하며 자리를 내주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국내 대표 대형 프랜차이즈 세 곳의 실적을 비교해보면 해가 지날수록 매출 하락세가 뚜렷하다. 국내 배달 시장 1위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의 매출은 2020년 2천328억원에서 2021년 2천235억원으로 4%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 역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한국피자헛 매출은 1천197억원에서 966억원으로 19% 줄었다. 미스터피자는 467억원에서 321억원으로 31%나 급감했다. 다만 파파존스는 국내 프랜차이즈 피자 빅4 중 유일하게 525억원에서 618억원으로 18% 증가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의 매출 감소 원인으로는 가격경쟁력 약화가 꼽힌다. 지난해 치즈 가격 폭등과 글로벌 물류 대란 등으로 피자 업계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 배달료까지 포함하면 3~4만원 대에 피자를 구매할 수 있다. 도미노피자는 원부자재 가격 부담을 이유로 지난해 1월과 8월 두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피자헛과 파파존스, 미스터피자도 한 차례씩 가격을 올렸다.
냉동 피자 등 간편식과 1인 가구 비중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프랜차이즈 업계는 고객 취향을 반영한 신제품을 적극 출시하고, 프리미엄 피자 외에 중저가 피자와 1인용 피자를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11월 라지 사이즈 한 판당 1만7천900원인 스트릿 피자 3종을 출시했다. 이 피자들은 6천900원의 1인 메뉴로도 3개월 한정 판매된다. 피자헛도 1인 메뉴를 내놨다.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의 의미 없는 정가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피자 업체들은 특정한 요일이나 통신사 할인 등 20~50%의 상시 할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가령 3만5천원의 피자의 경우 정가에 구매할 수도 있고 20% 할인 적용 시 2만8천원, 50% 할인 적용 시 1만7천500원에 구매 가능하다. 매번 달라지는 구매 가격에 소비자들이 원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는 이유다.
반면 고피자, 빽보이피자, 노브랜드 피자 등 가성비를 앞세운 피자 브랜드는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2016년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피자 브랜드 고피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매출 130억원 대비 50% 이상 성장한 수치다. 현재 국내에 124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등 5개국에서 4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가격은 7천원 대에서 1만2천원 대에 이른다.
더본코리아의 빽보이피자는 지난해 5월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후 반년 만인 10월 가맹점 80호점을 돌파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피자로 피자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해 3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1호점을 열었고, 11월 역삼동에 2호점을 열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맹사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피자 가격은 9종으로 1만4천900원에서 2만3천900원으로 책정해 저가 피자를 표방한다.
냉동피자의 성장세도 거세다. 다양한 냉동피자 제품이 출시되는 가운데 국내 냉동피자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오뚜기는 최근 국내 누적 판매량 1억 개를 돌파하고 2천700억원의 누적 매출액을 달성했다. 오뚜기는 원형·사각·1인용 피자, 떠먹는 컵피자 등 다양한 종류의 냉동피자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판에 3~4만원 하는 피자 가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갖춘 피자를 선호하고 있다"며 "대형 프랜차이즈가 여전히 큰 매출 점유율을 차지하는 가운데, 냉동피자와 저가 피자 브랜드들이 양이 적거나 가격이 낮아진 메뉴를 내놓으며 경쟁하는 양상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실적이 개선될 것인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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