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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SKC, '모태' 필름사업 1.6조원에 매각…"2차전지·반도체 소재 집중 투자"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인수…물적 분할 후 신설법인 매각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SKC가 회사의 모태인 필름사업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

SKC는 이번 매각을 통해 2차전지, 반도체, 친환경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속도를 내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소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SKC는 필름사업을 물적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 사진은 SKC 본사.  [사진=SKC]
SKC는 필름사업을 물적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 사진은 SKC 본사. [사진=SKC]

◆ 올해 매각 절차 마무리…사업모델 재편 본격화

SKC는 이달 8일 이사회를 열어 필름사업을 물적 분할해 자회사 SKC미래소재(가칭)를 설립하고, 분할 회사 지분 100%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되는 사업은 SKC의 필름사업부문과 필름가공 자회사 SKC하이테크앤마케팅, 미국과 중국 사업장으로, 계약금액은 1조6천억원이다. SKC는 주주총회, 사업 분할 등 필요한 절차를 마무리하고 올해 4분기에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필름사업은 SKC의 모태로,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등 첨단 IT기기와 산업용도로 쓰이는 제품을 생산한다. 1977년 국내 최초로 폴리에스터(PET)필름을 개발한 데 이어, 1980년 국내 최초로 비디오테이프를 개발하는 등 수많은 '최초'를 기록하며 국내 필름산업을 선도해왔다.

2000년대에는 디스플레이용 필름으로 주력제품을 전환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용 첨단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1천319억원, 영업이익 689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SKC 전체 매출(3조3천960억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필름사업은 여전히 SKC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익 기여도가 낮고, 성장성도 크지 않아 매각 대상으로 검토돼 왔다. 올해 초 중간지주회사로 전환한 SKC는 필름사업 매각으로 사업구조를 2차전지, 반도체,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재편해 '글로벌 ESG 소재 솔루션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는 전략이다.

SKC 관계자는 "필름사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기반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SKC가 추구하는 전략 방향과 상이하다"며 "이에 SKC는 필름사업의 성장과 발전에 적합한 인수자에게 필름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앤컴퍼니는 약 13조5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 중인 국내 최대 투자전용 사모펀드 운영사다. 2010년 설립 이후 국내 우량 기업 30곳을 인수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 최초로 도입한 볼트온 전략(사업 연관성이 높은 다른 기업을 인수)으로 인수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 기업 가치를 높여왔다.

한앤컴퍼니는 SKC 필름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업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 2차전지 '동박' 사업 대규모 투자…글로벌 1위 SK넥실리스 해외 생산 거점 확대

SKC는 이번 필름사업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현재 추진하고 있는 미래 성장동력 사업과 앞으로 추가할 신사업 등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사업 확장을 위한 공장 증설 등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제품.  [사진=SK넥실리스 ]
SK넥실리스가 제조한 동박 제품. [사진=SK넥실리스 ]

SKC는 지난 2019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KCFT(옛 LS엠트론 동박사업부)를 인수하며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1조2천억원에 KCFT를 인수하며 100% 자회사로 편입했고, 이후 사명을 SK넥실리스로 변경했다.

2차전지용 동박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음극재를 감싸는 얇은 구리막이다. 얇을수록 배터리 고용량화, 경량화에 유리하고 넓고 길수록 고객사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용 동박 수요는 2025년 159만 톤(t)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3.5배 증가한 규모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SK넥실리스의 글로벌 동박 시장 점유율은 22%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의 왓슨(점유율 19%)과 대만의 창춘(18%) 등의 업체들이 바짝 뒤쫓고 있고, 국내 업체 일진머티리얼즈도 13%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솔루스첨단소재(옛 두산 솔루스)도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에 SK넥실리스도 동박 시장 공략을 위해 해외 생산기지 구축 등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넥실리스는 현재 국내 5만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2025년 국내외 25만 톤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7월 연간 생산능력 5만 톤 규모의 말레이시아 공장을 착공해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총 6천500억원을 들여 연산 4만4천 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2분기 내 폴란드 공장 건설에 들어가 중장기적으로 유럽 내 생산규모를 현재 5만 톤에서 10만 톤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총 9천억원을 투입하고, 2024년 4분기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SK넥실리스는 미국 동박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현재 몇 군데의 현지 부지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으로, 올해 안에 부지 선정을 마치고 착공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SK넥실리스는 해외 생산거점 확보로 글로벌 톱티어(선두) 배터리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에 따른 매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SK넥실리스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5개사의 매출 비중이 90%를 차지한다.

SKC 관계자는 "지난해 KDB산업은행과 1조5천억원 규모의 금융협력 협약을 체결하는 등 성장재원을 꾸준히 마련해왔다"며 "이번에 필름사업 매각으로 1.6조 원 규모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SKC는 한층 더 주주가치를 제고하며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2차전지, 반도체, 친환경 중심의 사업구조를 확립하고, 글로벌 확장과 미래성장에 투자를 집중해 도약과 수확을 위한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ESG 소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기존 사업 매각으로 신사업 투자재원 확보…"기업가치 재평가 기대"

증권가에서는 SKC가 필름사업 매각으로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사업 매각으로 신사업 매출 비중이 증가하면 기업가치 상승이 가능하고, 매각 자금으로 신성장 사업에 투자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수 있다는 평가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용 동박의 생산능력은 지난해 말 5만2천 톤이었지만 적극적인 증설을 통해 2025년 25만2천 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반도체용 유리 기판과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신규 투자할 예정으로, 2개 사업의 1차 투자 비용은 3천억원 내외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필름사업 매각을 통해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자금 확보는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셀업체의 출하량 감소에도 최근 글로벌 셀업체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며 실적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동박 선도업체가 갖는 장점을 바탕으로 고객다각화와 증설 효과를 완연하게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한 기존 사업 매각으로 사업모델 혁신이 본격화하며 기업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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