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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퀵커머스 규제 일단 '신중'…"동네 슈퍼도 인프라 지원해야"


퀵커머스 시장 추이 지켜보되, 지역 중소업체 풀필먼트 역량 강화 나서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최근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을 비롯해 이마트·GS리테일 등 유통 대기업까지 퀵커머스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퀵커머스에 대한 대기업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 동반성장위원회에 퀵커머스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퀵커머스에 대한 규제를 당장 시행하기보다는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상생을 통한 산업의 발전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중소상공인, 중소 유통업체 등도 폭넓게 퀵커머스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퀵커머스 시장 흐름 지켜봐야"…정부, 즉시 규제에는 '부정적'

정상영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장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퀵커머스는 유통의 미래인가' 토론회에서 퀵커머스에 대한 규제 방향을 묻는 질문과 관련해 "(퀵커머스에 대한) 규제화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시장이 계속 확산될 것이냐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소비자들의 이해관계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퀵커머스 규제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것은 퀵커머스 시장이 아직 골목상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정도로 급성장하진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퀵커머스는 유통의 미래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윤선훈 기자]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퀵커머스는 유통의 미래인가'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윤선훈 기자]

현재 가장 활발하게 퀵커머스 사업을 진행하는 배달의민족 'B마트'의 서비스 지역은 수도권 일부 지역 중심이다. 쿠팡이츠의 '쿠팡이츠마트'는 서울 송파구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GS리테일과 이마트, 롯데 등도 퀵커머스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유의미한 매출이 나오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연구원이 작성 중인 '퀵커머스 골목상권 영향분석' 보고서에도 이 같은 고민이 나타난다. 현재 출시된 퀵커머스 서비스가 중소 유통업체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유통업체 보호를 위해 이를 규제할 경우 자칫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배달의민족 'B마트'가 신규 출점한 5곳을 대상으로 서비스 범위 내 소매 점포의 서비스 전후 매출 변화를 카드·패널 데이터 등을 활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지역 편의점의 주간 매출액은 8.4%, 대기업 슈퍼마켓(SSM) 9.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퀵커머스가 활성화되면 중소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소상공인업계의 우려를 어느 정도 입증한 셈이다.

다만 보고서는 오히려 퀵커머스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는 경계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퀵커머스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전반적인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오히려 퀵커머스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구진경 산업연구원 서비스미래전략실 실장은 "퀵커머스는 지역 기반으로 기존 중소상공인이 판매하는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디지털 전환과 유통산업 진화에 따라 새로운 유통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는 상황에서, 기존 유통 보호를 위한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지나친 규제 역시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네 슈퍼마켓도 퀵커머스 할 수 있어야"…정부 지원 강조

이날 토론회에서는 퀵커머스를 중소 유통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퀵커머스 자체는 더 빠르게 물건을 배송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는 만큼, 결국 중소 유통업체들의 퀵커머스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골자였다.

구진경 실장은 "퀵커머스를 제공하려면 온라인 플랫폼과 물류 대행 시스템과 같은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데 개인 소매점이 이를 구축하기는 어렵다"라며 "오프라인 중심 영업 방식에 머물고 있는 중소 유통의 온라인 유통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업계에서도 자체적으로 퀵커머스로 발을 뻗으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경쟁력 높은 플랫폼이 없었던 데다가 물류망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퀵커머스 사업은 그간 대기업과 배달 인프라를 갖춘 배달앱 업체들 위주로 이뤄져 왔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지역 중소 유통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물류센터 건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 왔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퀵커머스를 단순히 기업들의 영리행위로 접근할 것이라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필수적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에서 퀵커머스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한 공동 물류센터를 지자체 주도로 촘촘히 설치해 이들의 퀵커머스로의 전환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디지털 유통 인프라 구축 사업'은 이와 같은 풀필먼트 플랫폼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산업부가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디지털 유통 인프라 구축 사업'은 이와 같은 풀필먼트 플랫폼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지난해 4월부터 부천, 포항, 창원 등 3개 지역에서 산업부 주도로 '디지털 유통 인프라 구축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첨단물류시스템을 통해 주문부터 배송까지 유통 전 과정을 통합 지원하는 사업으로, 동네 슈퍼 등 지역 중소 유통업체들이 쉽게 온라인 배송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지역 기반 풀필먼트 인프라를 구축해 중소 유통업체들이 대기업 못지 않은 퀵커머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향후 다양한 방식으로 소상공인업계가 퀵커머스에 뛰어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홍요섭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디지털유통센터장은 "보호와 지원만을 통해서는 장기적으로 지역 중소유통시장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우며, 중소 유통사의 장점인 지역을 기반으로 스스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지역 중심 IT시스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 지원이 단기적 민원 해결에서 중장기적인 인프라 조성 사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유병국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구진경 실장과 홍요섭 센터장, 이성원 사무총장, 정상영 과장을 비롯해 김영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 박상미 로마켓 대표가 참석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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