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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허울 좋은 중고차 '업자상생'에 내팽개친 소비자 권익


현대차·기아 중고차 시장 진출 1년 유예 결정…중고차 업체 소비자 신뢰 회복 마지막 기회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미루고 미뤄왔던 중고차 시장 개방이 결국 1년을 더 미루는 것으로 결론 났다.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으로 불린다. 신맛이 강해 먹기 힘든 레몬은 미국에서 불량품을 뜻하는 속어로 쓰이기도 한다. 레몬마켓은 정보 비대칭성으로 저품질의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시장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중고차 시장은 업자들이 거래하는 자동차에 대한 정보 우위를 점하고,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정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보가 적은 소비자가 시세 보다 낮은 가격에 차를 팔고 높은 가격에 살 가능성이 큰데, 중고차 업자들은 그 차이를 이용해 돈을 번다.

정보 비대칭이 심한 중고차 시장에서 소비자는 알고도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강매, 허위매물 등 사기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도 알아서 피하는 게 상책일 정도다. 중고차 거래할 때 동행해주는 전문가가 있을 정도다.

소비자들의 불만만 커지는 상황에서 '레몬마켓'을 뒤흔들 만한 메기가 나타났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가 직접 인증한 중고차를 거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소비자들은 강력한 우군을 만난 마냥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소비자들이 반기는 것은 단순히 '대기업'이라서가 아니다. 차를 만든 회사가 직접 중고매물을 인증하고, 소비자들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장'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적어도 소위 '눈탱이'를 맞거나, 제값도 못 받고 '호구 잡히는' 일은 없을 거라는 최소한의 바람이다.

그런데 결국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의 '신맛'을 1년 더 참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28일 밤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당초 예정일보다 1년 늦은 내년 5월로 미뤄야 한다는 최종 권고안을 결정했다.

기존 중고차 사업자들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포함됐다. 심의회는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 진출 초기에 판매할 수 있는 물량도 제한했다. 현대차는 2023년 5월 1일부터 2024년 4월30일까지 전체 중고차의 2.9%,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 4.1%만 판매할 수 있다. 기아도 같은 기간 중고차 판매 대수가 전체 물량의 각각 2.1%, 2.9%로 제한된다.

중고차 매매업계의 자정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고차 업자들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중소기업적합업종'이란 울타리 안에서 대기업의 진출로부터 보호받았다. 6년이라는 긴 시간이었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개방을 앞두고 '생존'을 호소하고 있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상황에 놓일 만큼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건 남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1년 유예됐지만, 결국 시장의 문은 열리게 돼 있다. 중고차 업계는 1년이란 시간을 얻었다. 생존을 위해서는 시장의 문고리를 붙잡고 버티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든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소비자들이 제 발로 찾아올 수 있도록 자체적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일이다. 소비자는 '호구'가 아니라 '고객'이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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