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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할러데이의 '오아시스'와 메타버스


[아이뉴스24 김혜경 기자] 메타버스 광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현재. 메타버스는 신기루에 불과할까.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일까. 한쪽에서는 신중론과 함께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메타버스가 '웹 3.0' 시대 주류가 된다면 꿈과 희망의 세상이 펼쳐질까 아니면 현실 도피처로 전락할까.

메타버스 광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현재. 메타버스는 신기루에 불과할까.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일까. [사진=조은수 기자]
메타버스 광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현재. 메타버스는 신기루에 불과할까.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일까. [사진=조은수 기자]

2018년 개봉했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은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간접적으로 경험해 수 있는 일종의 교과서로 통용된다. 가상현실 '오아시스(OASIS)'를 둘러싼 아이들과 나쁜 어른들의 대결을 그린 이 영화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동명의 원작 소설과 비교했을 때 많은 부분이 각색됐다. 특히 세계관의 중심인 오아시스가 영화에서는 일종의 게임으로 묘사된 반면 원작에서는 '제2의 현실'로 묘사된다.

가까운 미래, 현실에서 밀려난 99%는 오아시스에서 삶을 이어나간다. 원작 세계에서 오아시스는 현재의 스마트폰과 인터넷 그 이상의 존재다. 단순 유희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생존을 위해 의존해야 하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가상현실에만 몰두해 현실 세계가 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다. 사회 시스템이 무너진 후 등장한 것이 오아시스다. 제임스 할러데이라는 개발자가 만든 오아시스는 사람들에게 희망 그 자체다. 그가 신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또 다른 현실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오아시스는 양면성을 띈다. 대다수는 오아시스에서 교육을 받거나 직장을 구하고,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한다. 반면 오아시스에 장기간 접속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현실 정치에는 무관심하지만 메타버스 내 선거와 사건들에 대해서는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창조주인 할러데이는 현실세계의 빈부격차 문제를 가상현실을 이용해 해결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오아시스다. 이같은 철학이 잘 드러나는 부분은 오아시스에 설립된 각종 교육기관들이다. 1%는 현실의 학교를 다니고 99%는 오아시스에서 교육을 받는다. 국가의 의무를 기업인이 맡은 셈이다. 이 세계가 디스토피아인 또 다른 이유다.

영화에서도 첨단 기술과 빈민촌 풍경, 거대 세력에 저항하는 군중 등의 장치를 통해 2045년의 암울한 현실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1%의 기득권과 현실을 빼앗긴 99%의 대결이라는 느낌보다는 'IOI'라는 악덕 게임회사 사장과 유저들의 싸움으로 상대적으로 가볍게 묘사됐다. 이 회사의 목적은 세계정복. 이들이 오아시스를 장악하는 행위는 단순 경쟁사의 플랫폼을 차지하는 것이 아닌 다수를 위한 마지막 기회의 장소를 뺏는 것이기 때문이다.

디스토피아 소설이나 영화의 기능은 현재의 잠재된 위험 요소를 미래 시간대로 옮겨 현대인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한다. 암울한 미래가 예상되니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상상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레디 플레이어 원이 메타버스를 잘 구현한 대표적인 콘텐츠로 평가받고 있지만 화려한 CG 이면에는 앞으로 우리 사회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김혜경 기자(hkmind90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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