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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공정위 사건 처리 두고 문제 제기…"美·EU 보다 강제적"


사건처리절차서 기업과 대등한 관계 필요…공정위 조사 두고 기업 압박감 높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사건 처리 절차가 미국, EU 등에 비해 강제적인 성격이 강한 데다 기업에 대한 압박이 심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공정위 조사 착수와 관련한 기업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각종 법적 장치를 보강하는 한편, 명확하고 투명하게 조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전경련이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피심인 보호장치 강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 결과, 한국은 사전조사·정식조사 관계없이 조사에 불응하는 피심인에게 형사처벌, 이행강제금 등 법률상의 제재를 부과해 사실상 강제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연방거래위원회), EU(집행위원회)가 경쟁당국의 조사를 '사전조사-정식조사'로 나눠 정식조사에서만 조사를 강제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아이뉴스24 DB]
공정거래위원회 [사진=아이뉴스24 DB]

사전조사는 공정위 심사관의 '사건심사 착수보고'로 시작되는 정식조사 전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조사라기보다는 '내사'에 가깝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사전조사에서도 정식조사와 마찬가지로 자료제출요청, 현장조사 등을 벌이고 있다.

홍 교수는 "피심인 입장에서는 양자에 차이가 없어 지금 받고 있는 조사가 사전조사인지 정식조사인지 구분하기 어렵고, 제재를 수반하는 사실상의 강제조사이므로 협조가 불가피하다"며 "미국, EU처럼 우리도 사전조사와 정식조사를 명확히 구별해 전자에 대해서는 강제조사가 아닌 임의조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공정위 사건처리절차상 심사관이 '사건심사 착수보고'를 해야만 정식조사를 착수할 수 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 사전조사가 끝난지 한참 후에야 착수보고가 이뤄져 최초 공정위 요청으로 자료를 제출한 후 아무 소식이 없어 사건이 종결된 것으로 생각했다가 뒤늦게 출석요구, 현장조사 등 정식 조사를 받는 사업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EU는 달랐다. 미국은 조사를 '예비조사'와 '본조사'로, EU는 '단순요구에 의한 조사'와 '결정에 의한 조사'로 나눈다. 미국의 '예비조사'는 임의조사로, 당사자·관계인의 자발적인 자료제출에 의하거나 연방거래위원회(한국의 공정위에 해당) 자체적으로 자료를 수집한다. EU의 경우에도 '단순요구에 의한 조사'에 사업자가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제공한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그릇된 정보인 경우 과징금 성격의 금전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미국, EU는 강제조사 전 경쟁당국의 결정도 의무화하고 있다. 강제조사의 근거가 '위원회 결정'이므로 해당 결정에 대한 피심인의 불복(이의신청, 법원 제소)도 허용된다.

반면 한국은 위원회 결정 없이 조사가 이뤄진다. 위원회 결정이 없는 강제조사는 단순히 공무원의 사실행위에 불과해 피심인의 불복도 허용되지 않는다.

홍 교수는 "이처럼 공정위 조사권에 대한 견제 시스템이 없다 보니 현실에서 과도한 조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불응 시 제재를 수반하는 강제조사에 대해서는 위원회 결정을 거치도록 해 무분별한 조사를 막고, 해당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 소 제기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전경련]
[사진=전경련]

공정위 조사 시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경우에도 미국, EU에 비해 무리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예비조사 결과 원하는 내용이 미흡하거나 강제적인 자료요구가 필요한 경우 본조사로 전환을 한다. 결정권자는 소관국장인데 소환명령 등 강제절차를 진행할 경우에는 '연방거래위원회의 사전승인'을 얻어야 한다. 강제조사에 대해서는 피심인의 이의신청권이 인정돼 조사 요청을 받은 후 20일 이내에 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EU는 피심인이 '집행위원회 명의'의 강제조사권 발동 결정에 대해 유럽법원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심인은 법원 제소를 통해 집행위원회 결정의 적법성을 다툴 수 있다.

또 미국과 EU는 피심인이 법률자문을 받기 위해 변호사와 나눈 의사교환 내용을 비밀로 보호하고 있다.

미국은 변호사-의뢰인 간 의사교환 내용을 '변호사·의뢰인 특권(Attorney-Client Privilege, ACP)'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는 법률자문을 목적으로 변호사와 의뢰인 간 비밀리에 이뤄진 의사교환은 의뢰인의 특권 포기 없이는 공개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EU의 경우 집행위원회가 요구한 정보가 '법률가 면제(legal professional privilege)'에 해당하는 경우 피심인의 자료제공 의무가 면제된다. 이와 관련해 유럽 사법법원은 '고객과 외부변호사 간 의사교환’이 법률가 면제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은 공정위 조사 시 증거자료 수집 범위에 제한이 없다. 이에 공정위는 법 위반 혐의를 받는 특정 사업부서의 자료뿐 아니라 사내 공정거래팀, 법무팀 등이 법률 위반 예방 차원에서 작성한 자료까지 모두 수집해 위법 증거로 활용하고 있다.

홍 교수는 "공정거래법 특성상 법률 리스크를 판단하는 경우 보수적으로 접근해 위반 가능성을 크게 부각해 자료를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렇게 작성된 자료를 위법 증거로 활용할 경우 기업들의 자율준수 활동은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 자문내용, 준법활동 자료 등 법령을 준수할 목적으로 작성한 자료는 공정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증거능력 또한 배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공정위 조사와 위원회 심의·의결은 일감몰아주기, 담합 등 엄중한 처벌로 이어지는 행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업에 큰 부담"이라며 "공정위 조사 착수 자체가 해당 기업에 대한 신뢰 저하,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매출,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피심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각종 법적 장치를 보강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명확하고 투명하게 조사를 수행하여 피심인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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