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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왜 거기서 나와?"…中 CERCG 소송전에 등장한 미래에셋대우 보고서


원고 "동일 구조 ABCP, 리스크 이유로 상품화 안돼" vs 피고 "초기 단계 보고서일 뿐"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관련 금융사간 민사 소송에서 제 3자인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의 상품 심사보고서가 등장했다. 원고 측은 미래에셋증권이 높은 위험성을 이유로 동일 구조 상품 투자를 중단한 점을 들어 피고 측이 상품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은 해당 보고서는 심사 초기 내용일 뿐 아니라 구조상 이 사건 ABCP와 동일하지 않다고 반박하며, 전문투자자간 거래에서 투자자 보호 등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앞서 한화·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CERCG의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이 사모로 발행한 외화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약 1천600억원 규모 ABCP를 발행하고 판매하는 업무를 주선했다. 이후 CERCG의 부도로 ABCP가 교차부도(크로스디폴트)를 맞게 되자 ABCP를 사들인 일부 금융사들이 인수인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부도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금융사간 부당이득금 반환 항소심 재판에서 양측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사진은 서울고등법원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부도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금융사간 부당이득금 반환 항소심 재판에서 양측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사진은 서울고등법원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서울고등법원 제18민사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0일 오후 현대차·BNK·KB증권, 부산·하나은행 등 5개사가 한화·이베스트투자증권, 나이스·서울신용평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CERCG ABCP 매매계약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금 반환 항소심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원고 측 현대차증권 변호인은 "원고를 비롯한 투자자들은 피고들이 인수인으로 이 사건 거래를 설계하고 주관한다는 것을 신뢰해 투자했지만, ABCP가 발행된지 불과 3일만에 사실상 부도에 이르게 됐다"며 "투자자들은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지만, 피고인들의 담당 직원은 본건 거래와 관련해 약 6억원 상당의 뒷돈을 받은 사실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에셋증권도 CERCG가 지급보증한 ABCP 발행을 추진했으나 인수인으로 조사,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법률적, 구조적 리스크의 해소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위험을 알고도 투자할 사람이 없다고 보고 투자를 중단했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에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교보증권, 하이투자증권을 포함한 4개 증권사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피고들은 인수인으로 이 사건 거래의 구조와 위험성에 대해 충실한 검토를 하기는 커녕 자금 조달의 목적이 무엇인지 최소한의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 거래에 관한 정보와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채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거짓말하며 투자를 종용했다. 이는 자본 시장에서의 투자자 보호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고,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피고 측은 전문투자자인 원고가 스스로 감내해야 할 투자 손실을 근거없이 전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화투자증권 측 변호인은 "원고 측은 형사 소송 고발 당시 중국외환국(SAFE)의 지급보증 승인 등록 관련 내용만 문제삼다가,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는 ABCP의 상환구조와 현금흐름 등을 얘기한다"며 "지급보증인인 CERCG의 보증채무 불이행이나 중국정부의 디폴트기업 지원정책 등에 대한 주장은 민사 1심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결국 세이프 이슈를 제외하고는 당초 문제삼지 않았던 사안을 새로 청구해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전문투자자인 원고 부당성의 실체다.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문제를 파악했을 것"이라며 "피고는 (ABCP 발행과 관련해) 법령상 의무인 복수의 신용평가를 받았고, 투자정보도 제공했다. 신용평가사의 요구에 따라 세이프 등록의 필요성이 있는지, CERCG의 재무상태 등을 확인해 투자자에게 제공했다. 원고가 주장하는 내용은 법적 근거도 없고 실체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미래에셋증권의 ABCP 심사보고서와 관련해서도 "(해당 보고서 내용은) 세이프 이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확인·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법률과 구조적리스크가 높다고 잘못 판단한 것으로 명백히 이 사건과 차이가 있다"며 "(미래에셋 측은) 회사채 지급보증과 관련해 신용공백의 우려가 있었다고 봤는데, 이 사건 ABCP에는 이러한 신용공백 우려가 없다. 사채인수 계약상 보증서 작성과 교부가 대금 지급 선결 조건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증인인 CERCG의 재무상태를 다투는 점에서도 미래에셋증권의 보고서가 주요하게 등장했다.

원고 측 부산·하나은행 변호인은 "이 사건은 재정상태가 악화된 CERCG의 필요에 의해 정상적이지 않은 구조금융상품이 발행, 판매돼 대한민국의 대규모 자금이 국외로 유출된 사건"이라며 "은행의 투자금은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한 많은 개인과 소규모 법인들의 자금으로 이 사건 청구가 기각될 경우 이들의 손해로 귀결될 수 있다"고 변론했다.

변호인은 "2018년 4월 미래에셋증권이 완전히 동일한 구조의 ABCP 발행을 검토하다가 결론적으로 포기한 심사문서에 따르면, CERCG의 부채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급증했다"며 "자본이 증가하는 것보다 부채가 앞서 부채비율이 최근 3년간 급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CERCG의 지급보증 현황을 살펴보면 사채발행 관련 지급보증이 2조원, 전체 지급보증 현황이 2조5천억원이다. 2017년 기준 부채가 2조9천억원 가량인데, 기재돼 있는 지급보증액이 현실화돼 CERCG가 부담하는 것을 가정해보면 부채규모는 5조4천억원으로 자본의 2배가 넘는다"며 "피고 증권사 직원들이 이 사건 거래를 설계함에 있어 단순 수치만 확인해도 재무상태가 최근 3년간 좋지 않다는 정도는 확인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피고 측이 주장하는 '전문투자자간 거래'에서 은행은 예외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부산은행과 하나은행은 신탁업무를 하고 있다. 법률적, 실무적으로 증권사 업무와는 구분된다"며 "은행들은 ABCP 등의 유동화 구조화거래를 설계하거나 금융상품을 발행하고 인수하는 업무는 전혀 수행하지 않는다. 같은 기관 투자자여도 업무영역이나 내용에 있어 증권사들이 하는 업무를 수행치 않고 있기에 투자자 보호 의무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6월 17일을 3차 변론기일로 지정했다. 다음 기일에는 원고 측이 신청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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