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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인텔에 낀 삼성, 반도체 투자 가속…리더십 부재는 '과제'


첨단공정 개발·선제 투자 움직임에도 위기감 ↑…"오너 리스크 풀고 국가 지원 필요"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첨단 공정 조기 개발과 선제적인 투자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데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도 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한 데 따른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삼성중공업과 1천901억원 규모의 평택반도체 공장 일부 공사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은 삼성전자가 393만㎡(약 120만 평) 부지에 2030년까지 단계별로 반도체 생산라인 6개동(P1L~P6L)과 부속동을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지난 2020년부터 극자외선(EUV) 공장 및 P2L, P3L의 파일럿 공사에 참여한 삼성중공업은 평택 3라인(P3L) Ph2 팹(FAB)동 마감공사를 맡는다.

이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투자의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대한 투자계획을 171조원으로 확대해 연구개발(R&D)과 시설 투자를 가속화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리더십 조기 확보를 위한 첨단 파운드리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또 지난 2020년 8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인 평택 2라인이 가동을 시작하며 생산력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생산능력은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축구장 25개에 달하는 클린룸 규모를 갖춘 평택 3라인이 올해 하반기께 완공되면 삼성전자의 생산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열린 '2021 투자자 포럼'에서 회사의 설비를 2026년까지 3배로 확장하겠다고 밝힌 데다 올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2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시작할 것이란 점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은 오는 2024년 하반기 목표로 가동될 예정으로,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곳에서는 5G와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AI, 5G, 메타버스 관련 반도체 분야를 선도하는 전 세계의 시스템반도체 고객에게 첨단 미세 공정 서비스를 보다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신규 라인은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번 라인 건설로 '기흥·화성~평택~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생산 체계도 한층 강화된다. 이를 통해 고객사 수요에 대한 보다 신속한 대응은 물론 신규 고객사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노메타리서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공장을 원천으로 리드를 더 넓혔다"며 "테일러에 건설된 새로운 공장은 최첨단 공정을 위한 파운드리 서비스 확장을 위한 회사의 강력한 추진을 지원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 반도체 공장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경기도 화성 반도체 공장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하지만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이미 파운드리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TSMC는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최대 440억 달러(약 53조3천200억원)로 제시하며 격차 벌이기에 나섰다. 이 중 70~80%는 차세대 기술인 극자외선(EUV) 공정에 투자할 예정으로, 향후 3년 동안 1천억 달러(약 123조4천5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시장에 재진입한 인텔의 추격도 거세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오하이오주에 각각 200억 달러(24조6천900억원), 유럽에 10년 동안 800억 유로(약 106조5천8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2월에는 이스라엘의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54억 달러(약 6조7천억원)에 인수했다.

여기에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까지 국가적 지원 속에 반도체 생산 장비 구입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점도 위협 요소다. 중국의 지난해 투자액은 1천26억 달러로, 한국(249억8천만 달러)의 4배를 넘었다. 미국 역시 연방의회 상원이 5년간 총 520억 달러(약 58조5천억원)의 반도체 지원 예산을 확보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지난해 6월 통과시키며 적극 지원에 나섰다. 또 일본에선 소니가 TSMC와 손잡고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키로 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이 중장기적인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쟁사들에 비해 투자 금액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반도체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171조원이 모두 파운드리에만 투입된다고 가정해도 연간 20조원 수준인데, 이는 올해 TSMC 투자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메모리반도체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파운드리 투자 규모는 이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이에 기술·설비투자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인텔의 진입으로도 위협받는 상황이라 중장기 전략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TSMC는 압도적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를 무자비하게 늘리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사업구조로는 파운드리에서 TSMC를 추격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희망 온(ON) 참여기업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사업부의 수율(합격품 비율) 논란 등으로 고객 확보 경쟁에서 위기를 맞았다. 업계에선 삼성의 5나노미터 이하 공정 수율이 목표치에는 다소 못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최근 발주한 데이터센터용·소비자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업을 TSMC에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의식해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최근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고객사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율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향후 공정 로드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며 협력을 확대하자는 뜻을 제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더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총수가 수감, 취업 제한 등으로 발목을 잡혀 눈에 띄는 인수합병(M&A)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과감한 투자와 M&A를 위해선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총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투자는 기업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전문 경영인이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엔 다소 어려운 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적기에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한 데 정부가 이를 위해 오너 리스크를 풀어주는 한편, 인허가와 전력·용수·토지 등 인프라 지원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며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총수의 역할이 지대한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은 삼성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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