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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글도 먹고는 살아야 한다지만


플랫폼에 달린 생태계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정책 필요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그래도 앱 개발사들이 앱 마켓 사용에 따른 이용료를 낼 필요는 있다고 본다. 무임승차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들은 복수 앱 마켓 업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앱 마켓 업체들은 앱 개발사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에 입점함으로써 더욱 많은 이용자들과 접촉할 기회를 얻고, 앱 이용자들을 위한 다양한 보호 장치의 혜택을 받으며, 앱 마켓이 제공하는 인앱결제를 통해 이용자들의 결제 편의성을 높이는 등 앱 마켓으로 인한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가를 앱 개발사들이 지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개인적으로 앱 마켓의 이러한 주장은 합당하다고 본다. 일단 앱 마켓 운영업체도 결국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먹고 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앱 마켓이 앱 개발사들에게 제공하는 편익도 분명하다. 특히 더욱 다양한 앱 개발사들의 앱과 이용자들 간 접점이 앱 마켓을 통해 형성된다는 점에서 대다수 앱 개발사들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다.

바꿔 말하면 그렇기 때문에 앱 개발사 입장에서 앱 마켓은 그야말로 '갑 중의 갑'이다. 특히 앱 마켓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사실상 구글과 애플이 양분하는 독과점 시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앱 개발사들이 아무리 구글·애플에 불만이 있더라도 대놓고 내색하지 못하는 이유다.

구글을 옹호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자신의 지위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발표한 구글의 결제정책을 보면 자신이 형성한 '구글 플레이 생태계'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더욱 구글의 정책에 동의하기 어렵다.

구글이 정한 인앱결제 수수료 최고율은 30%, 제3자결제는 26%에 달한다. 수수료를 감면하기 위해서는 구글이 조성한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한다. 이 경우 인앱결제 수수료 10%, 제3자결제 수수료 6%로 줄어든다. 이를 근거로 구글은 앱 개발사들과 상생을 위한 노력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하다. ▲구글 플레이에서 월간 1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구글 플레이에서 우수한 평점을 받은 고품질 사용자 환경 ▲양호한 상태의 개발자 계정 ▲미디어 콘텐츠 유형에 따른 특정 구글 플랫폼 및 API 통합 등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 또 태블릿·폴더블 디바이스 최적화를 해야 하고, 태블릿용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 및 오디오북 앱용 웨어OS, 안드로이드 오토와 통합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는다.

최고 30%에 달하는 수수료 부담을 낮추려면 온 힘을 다해 구글의 생태계에 융합되기 위한 노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결제수수료를 통한 '구글 플레이' 생태계 고착화의 의도가 뚜렷하다. 그렇게 더욱 강력해진 앱 마켓 점유율을 바탕으로 구글이 또 앱 개발사들의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수수료 개편을 한다면 이를 막기는 사실상 매우 어려워지게 된다는 우려가 크다. 사실상 앱 개발사들의 목이 구글에 달리게 되는 셈이다. 앱 마켓 이용료를 어느 정도 내야 한다는 주장이 일리있다고 보지만 구글의 이러한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처음 구글이 인앱결제 의무화를 선언하고 수수료 최대 30%를 거론하자 국내 웹툰·웹소설·출판업계를 비롯해 음원 스트리밍,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디지털 콘텐츠 업계 전체가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자칫하면 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곡소리'도 나왔다. 구글이 수수료를 올리는 순간 플랫폼 업체들도 콘텐츠 구매 가격을 올리게 되고, 이로 인해 이용자들의 소비가 줄어든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창작자들이 짊어지게 된다고도 호소했다. 그만큼 앱 마켓의 수수료 정책 하나가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의미다.

앱 개발사에게 앱 마켓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앱 마켓 역시 앱 개발사들의 활발한 활동이 절실하다. 이용자들이 앱 마켓을 이용하는 이유는 앱 개발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해서다. 둘은 결코 뗄 수 없는 관계다.

앱 마켓이 수익을 추구할 수 있지만 이것이 앱 개발사를 쥐어짜고 압박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결국 공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앱 개발사도 플랫폼인 만큼 또 그 플랫폼으로 형성된 생태계가 존재한다. 앱 개발사의 손목을 비틀면 그 피해가 단지 개발사 혼자 감당할 수 있는 피해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앱 마켓, 특히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거대 앱 마켓이라면 이러한 부분을 더욱 면밀히 고려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했어야 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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