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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CERCG ABCP 항소심 첫 재판…증권사 입장차 여전 '날선 공방'


현대차·BNK·KB "인수인 역할 미흡, 투자자 기망" vs 한화·이베스트 "'선수끼리'하는 사모거래"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부도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증권사간 부당이득금 반환 항소심 첫 재판이 18일 열렸다.

소송을 제기한 현대차·BNK·KB증권 등 금융사들은 인수회사의 책임을 강조하며 피고 측이 조사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BCP어음을 발행한 한화·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은 원고가 전문투자자간 이뤄진 사모거래에서 과도한 책임을 묻고 있다며 반박했다.

앞서 한화·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CERCG의 자회사인 CERCG캐피탈이 사모로 발행한 외화채권을 기초 자산으로 ABCP를 발행했다. 원고를 비롯한 국내 금융사 9여곳이 약 1천600억원어치의 ABCP를 매입했다.

문제는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CERCG의 지급 보증을 받은 다른 자회사가 채권 만기 상환에 실패하면서 발생했다. 해당 문제로 ABCP가 교차부도(크로스디폴트)를 맞으면서 이에 투자한 금융사들이 손실을 보게 됐다.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부도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증권사간 부당이득금 반환 항소심 첫 재판이 18일 열렸다. 사진은 서울고등법원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부도 사건과 관련해 제기된 증권사간 부당이득금 반환 항소심 첫 재판이 18일 열렸다. 사진은 서울고등법원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 현대차·KB증권 등 5개사 "ABCP 3일만에 부도, 피고 측 조사·확인 불충분"

서울고등법원 제18민사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오전 현대차·BNK·KB증권, 부산·하나은행 등 5개사가 한화·이베스트투자증권, 나이스·서울신용평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CERCG ABCP 매매계약 취소에 따른 부당이득금 반환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현대차·BNK·KB증권 측 변호인은 "피고들은 인수인임에도 불구하고 (상품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들을 기망해 상품을 매입하게 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ABCP는 발행된 지 3일만에 사실상 부도에 이르게 됐다. 대리하고 있는 원고들의 손해액을 합치면 900억원이고, 전체 투자자들의 손해 규모는 1천645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 측은 원고가 전문투자자이고, 법령에 따라 신용평가등급 2개를 받은 이상 해야할 부분은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며 "인수인은 공모·사모를 불문하고 투자자 보호 의무를 부담하고, 단지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조사하고 확인해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2개의 신용평가 등급은 기업 보험 증권이 거래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전체적인 거래를 주관하는 인수인의 의무의 범위와 한계를 설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본권 거래에서 인수인인 피고들은 약 8억원을, 신용평가사는 5천만원을 수령했다. 경제적인 이익을 보더라도 이 사건 거래 구조에서 누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해야 되는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외환국(SAFE)의 지급보증 승인이 나지 않은 사실을 피고 측이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세이프 등록이란 것은 국경간 돈이 넘어와야 하는 부분인데, 이 등록이 안됐으면 적기 상환 가능성을 어떻게 담보할 지에 대한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며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제때 상환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위험을 충분히 고지했어야 한다. 이 정보를 알았다면 투자자들은 ABCP를 매입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설령 매입한다 해도 같은 조건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판결이 구조화된 금융 상품과 관련해서 단지 신용등급 평가를 받고 이를 신뢰했다는 이유로, 투자자가 전문 투자자라는 이유만으로 인수인에게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사건의 배경과 본질을 면밀히 판단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 한화·이베스트증권 "원고 주장은 책임 회피용, '적극적 기망' 없었다"

이에 대해 피고 측은 원고가 APCP 발행 후 짧은 시간 내 교차부도가 난 점을 이용해 본인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한화투자증권 측 변호인은 "원고가 주장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고도의 주의 의무를 요구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하는 공모거래에 관한 내용이지, 전문 투자자 속칭 '선수끼리' 하는 사모 거래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고들이 해당 상품과 관련해 신용평가 업체에 의뢰했더니 두 곳 모두 A2등급으로 평가했다. 상환능력이 있지만 A1보다는 다소 미흡한 정도라는 의미"라며 "투자자들은 이를 받아보고 독자적으로 투자위험이 크겠다, 적겠다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세이프 등록과 관련해선 "애초부터 세이프 등록이 안되는 것으로 예정됐던 것이 아니라 교차부도가 났기 때문에 등록되지 않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측 변호인도 "원고 측 주장의 핵심은 '적극적 기망행위'인데, 어떤 행위를 했는지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유일한 것이 (판매 당시) '이거 얼마 안 남았다. 빨리 사야 한다'는 녹취인데, 그것은 사실일 뿐 기망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작위에 의한 기망 행위로 주되게 얘기하는 것은 세이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부분인데, 세이프는 사실상 국가간의 자금을 이동하는 것에 대해 신고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조금 더 엄격하게 관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것은 기관투자자로 당연히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원고는 선관주의(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사실상의 추상적인 의무를 주장하고 있을 뿐이다. 원고 회사 직원들이 이 상품과 관련해 투자설명서를 3장 정도 받았는데, 부실하다고 생각했다면 추가로 정보 요구했어야 한다"며 "투자설명서 상에 특별히 거짓된 진술이 없다면 피고 증권사들의 책임은 인정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 법원, "다른 회사채 부도 미리 알았는지 청문…4월 20일 2차 변론 실시"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CERCG가 ABCP 발행 전 다른 회사채의 부도 여부를 알았는지 등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CERCG가 사흘 뒤 상환될 회사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사건 ABCP가 발행되도록 뒀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 측에 해당 내용에 대한 의견 등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0일로 2차 변론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기일엔 원고와 피고 측이 각각 1시간 씩 구술 변론을 진행한다.

한편 앞서 1심 재판부는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ABCP의 구조적 결함과 투자자보호의무 위반 등을 인정하지 않으며 원고 패소를 판결했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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