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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 떨어진 보험업계…IFRS17 대응 '어쩌나'


금리 상승기 후순위채 발행 어려워…"ESG채권 눈 돌린다"

[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보험사들이 역대급 실적개선에도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 대응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보험사들의 투자운용수익률 개선은 기대할 수 있지만, 자본확충은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보험사들이 IFRS17 대응을 위해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사진은 현금(동전)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보험사들이 IFRS17 대응을 위해 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사진은 현금(동전) 관련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 금리상승기 채권 투자심리 약화…"수요예측 실패도 나와"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주요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4조8천481억2천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평균 18.7% 증가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22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4천69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전년 대비 16.1% 증가한 수치다. 같은 날 현대해상도 지난해 당기순익 4천384억원을 달성해 전년대비 43.2%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 밖에 삼성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익이 1조92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0.5%,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순이익이 6천631억원으로 53% 늘었다. 한화생명 역시 지난해 별도순이익이 4천106억원으로 150.4% 증가했는데, 판매 자회사 분리로 사업비 차익 확대와 투자수익 증가가 반영된 결과다.

이런 실적개선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우선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적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보험매출 증가와 손해율 감소로 나타난 '반짝 성과'로,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게 보험업계 전반적인 분석이다.

여기에 당장 내년부터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가 보험업계에 적용되면서 자본금을 늘려야 하는데, 이에 따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보험사들은 나중에 돌려줄 보험금(보험부채)을 가입 시점 기준인 원가로 계산해 쌓고 있다. IFRS17이 도입된 이후부터는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자본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특히 과거 고금리 시절 저축성 보험을 많이 가진 보험사는 보험 가입 당시의 이율과 보험금 지급 시점의 금리 차이가 발생해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

부채가 늘어나면 보험사의 지급여력(RBC)비율이 줄어들게 된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보험사의 자본량(가용자본)을 손실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보험 가입자에게 약속한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금융당국은 RBC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부채 부담을 줄이고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보험사들은 사내유보금 등 자본금을 늘려야 한다. 문제는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 발행을 통한 자본 확층이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갚아야 할 빚이며, 금리를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자본을 확충하려면 새로운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되면 결국 이자율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되면 지급해야 하는 이자가 늘어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자본조달 비용 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금리를 보면 운용자산이익률을 초과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 14곳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0%인데 반해 생보사가 발행한 후순위채의 금리는 3.61~4.6%로 책정됐다.

아울러 금리 상승은 채권 투자자들이 투자를 유보하는 경향이 나타나, 보험사들의 자금조달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은 채권의 수익률(일드)를 높아지게 하고, 그 결과 채권의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채권을 사는게 더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이 매입을 유보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지난해 12월 최대 6.8%의 발행금리를 책정한 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려고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참여 기관이 단 한곳도 나오지 않기도 했다. 롯데손보의 펀더멘털(투자판단 기초 여건)이 좋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지만, 높은 수익률임에도 주목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투자유보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인기많은 ESG채권 대안될 수도…"유의미한 성과 있다"

일각에서는 자금조달 대안으로 ESG(환경·사회·자배구조)채권 발행을 꼽는다.

ESG채권은 사회책임투자와 관련한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ESG에 대한 기준과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필수 경영항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련 채권을 통해 기업의 투자방향이 전환되고, 체질개선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국내에서는 2019년 26조7천억원 규모의 ESG채권이 발행됐지만 2020년에는 54조1천억원 수준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김필규 KCMI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최근 다양한 ESG투자를 목적으로 한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의 ESG채권 발행이 증가하고 있어 향후 ESG채권 발행을 통한 ESG부문의 신규 투자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손해보험는 지난해 7월 10년물로 1천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수요예측에서 주문 3천660억원 들어오기도 했다. 때문에 연 3.45~3.85%로 제시했던 희망금리밴드를 3.3%로 낮췄다.

미래에셋생명도 지난해 1천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하자 4천140억원의 주문이 몰려 희망금리밴드 3.6~4.2%를 낮춰 3.8% 수준에서 목표액을 모두 확보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교보생명도 4천700억원 규모의 ESG인증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ESG매칭 투자를 진행하고 1년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기간을 크게 앞당겨 3개월만에 마무리했다. 교보생명 측은 신종자본증권 조달금리인 3.72%보다 훨씬 높은 4.10%의 운용금리로 투자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등 보험사들이 국내외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채권을 발행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일반적인 채권과 달리 ESG채권에 투자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보험사들도 ESG채권 쪽으로 눈을 돌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kimth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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