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차세대 촉매로 각광받는 단원자촉매(Single atom catalysts, SACs)를 금속 구슬을 굴리는 간단한 공정으로 합성하는 신기술이 나왔다.
유니스트(UNIST, 총장 이용훈)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팀은 용기 안에서 금속 구슬을 충돌시키는 기술(볼 밀링)을 이용해 단원자 촉매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금속 구슬이 부딪칠 때 떨어져 나온 금속 원자가 지지체에 박히게 돼 단원자촉매가 합성되는 원리다.
단원자 촉매는 단일 원자 수준으로 작은 금속 입자가 지지체에 고정된 형태의 촉매를 말한다. 단원자 촉매가 차세대 촉매로 꼽히는 이유는 덩어리 형태 금속 촉매보다 고가 희귀금속 원료를 적게 쓸 수 있어서다. 기존 단원자 촉매 합성법은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유기 오염물이나 유해 가스가 나왔다.
![질소 가스, 금속 구슬, 지지체를 용기에 넣고 회전시킨다. 구슬에서 떨어져 나온 금속 원자가 지지체에 박힌다. 지지체 내 포함된 질소 성분이 마치 자석처럼 금속 원자를 잡아당겨 지지체에 고정되는 것을 돕는다. 금속의 산화를 막고 단원자 금속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사진=유니스트]](https://image.inews24.com/v1/1ae9edaf97d17c.jpg)
연구팀이 개발한 합성법은 용기에 금속 구슬, 질소 가스, 지지체를 넣고 돌리기만 하면 된다. 금속 구슬이 서로 강하게 충돌하면 표면이 압축과 팽창을 반복해 활성 상태가 된다. 이 때 지지체가 활성화 된 금속을 잡아당김으로써 금속 원자가 쉽게 떨어져 나오는 원리를 쓴다. 같이 넣은 질소 가스도 질소 원자 형태로 지지체 구조 안에 들어가게 된다. 이 질소 덕분에 금속이 단일 원자 상태로 지지체에 안정하게 고정된다.
일반적 촉매 합성에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유기 액체를 쓰는 것과 달리 이 합성법은 물조차도 필요 없다. 일산화탄소, 염소 가스 같은 유해 가스가 발생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이다.
금속 구슬의 원료만 바꾸면 다양한 종류의 단원자 촉매를 합성할 수 있다. 용기 회전 속도(운동에너지), 지지체 양, 반응시간을 조절하면 지지체에 고정되는 금속 양도 쉽게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금속 구슬 원료를 철, 니켈, 코발트, 구리 등으로 바꿔 촉매를 합성했다. 합성된 단원자 촉매의 성능 또한 기존의 값비싼 귀금속 촉매보다 뛰어나 상업화 가능성이 컸다.
![질소 가스, 금속 구슬, 지지체를 용기에 넣고 회전시킨다. 구슬에서 떨어져 나온 금속 원자가 지지체에 박힌다. 지지체 내 포함된 질소 성분이 마치 자석처럼 금속 원자를 잡아당겨 지지체에 고정되는 것을 돕는다. 금속의 산화를 막고 단원자 금속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사진=유니스트]](https://image.inews24.com/v1/0bedcd6c32c0aa.jpg)
촉매는 플라스틱이나 화장품 원료를 만드는 공정부터 디젤차의 배기가스 저감 장치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다. 촉매를 쓰는 그린수소 생산 기술(수전해)이나 이산화탄소 변환 기술과 같은 청정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 된다면 희귀 금속 수요가 더 커질 전망이다. 희귀 금속을 적게 쓰는 것이 가능한 단원자 촉매 기술이 중요한 이유다.
백종범 교수는 “기존 단원자 촉매 합성의 문제점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합성법을 개발했다”라며 “앞으로 다양한 산업에 응용할 수 있어 수소 경제와 탄소중립 사회 실현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논문명: Abrading bulk metal into single atoms)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2월 10일자에 실렸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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