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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잘 나가는 삼성·LG, 우크라 사태에 불똥 튈까 '초긴장'


전운 고조 속 美 제재 수위·사업영향 촉각…원자재價 급등에 수익 악화 우려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침공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으로부터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는 압박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수익성 악화도 우려돼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전쟁 발발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며 이에 따른 미국의 제재 수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는 40여 개, 우크라이나에는 10여 개의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는 상태다.

현지 코트라 무역관은 "경제제재가 현실화되면 우리 가전, 휴대폰, 자동차와 부품 수출이 위축될 수 있고 러시아로부터 원유, 천연가스, 석탄 등을,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립톤, 제논 등 광물 및 곡물류 등을 공급 받는 데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우리 유연탄·무연탄 수입에서 러시아산 비중이 각각 16%, 41%(2021년 기준)에 달하고, 우크라이나 수출기업들이 교전 발발 시 위험지역인 러시아, 벨라루스와 접경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야시누바타에서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친러시아 무장세력과 대치한 최전방 초소에서 기관총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야시누바타에서 한 우크라이나군 병사가 친러시아 무장세력과 대치한 최전방 초소에서 기관총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일단 미국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금융제재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곧바로 러시아 최대 은행들을 '국제 은행 간 통신망(SWIFT)'에서 퇴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이 은행과 거래하는 은행들도 제재 대상에 포함돼 한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수출하고도 수출 대금을 제 때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또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 핵심 기간산업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중국기업 화웨이에 적용했던 것과 유사한 수출규제도 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앞서 화웨이는 도청 혐의 등으로 미국 기술과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 수출을 막는 방식의 제재를 받아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나 급감했다.

로이터 통신은 "'화웨이 방식'을 적용하면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와 컴퓨터, 가전, 통신장비, 기타 미국 기술로 만든 전 세계 제품 선적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미 상무부는 휴대전화, 노트북부터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소비재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며 "미국 제품뿐 아니라 미국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들어간 한국, 유럽 등 외국산 제품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이에 국내 기업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민감한 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대기업들로, 현지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미국 제재 시 타격이 클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러시아에 가장 많이 수출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일에 대해 가장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러시아 수출의 절반가량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이다.

한국의 대러시아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품목은 자동차로, 지난해 연간 24억9천600만 달러(약 3조원)어치를 수출했다. 자동차 부품은 14억5천400만 달러를 수출해 2위를 기록했다. 자동차와 관련 부품이 러시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2019년 기준)은 각각 29.2%와 15%로, 이를 합치면 44%가량이다.

현지 공장 가동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데다 현지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을 인수하며 사업 확장에 나선 상태다. 또 현대차는 신공장 재정비 후 가동을 준비 중이어서 이번 사태를 더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러시아에서 모바일,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러시아에서 모바일,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현지에서 높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국내 가전업체들도 긴장감에 휩싸여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러시아에서 모바일,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초조해하는 분위기다.

또 현지 생산 공장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눈치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서 TV 공장을 운영 중으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자산 규모는 1조2천448억원 수준이다. 현지 판매법인(1조1천245억원)과 연구개발(R&D) 조직(455억원), 우크라이나 판매법인(2천743억원) 등을 포함하면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자산은 2조7천억원 수준이다.

LG전자는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주로 내수용이다. LG전자의 러시아 등 기타 지역 매출 비중(2020년 기준)은 2.9% 수준이다. 규모로는 1조6천634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전쟁이 일어나게 되면 시장 자체가 무너질까 염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원자재 가격, 금리 인상 등의 영향도 이어질 수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 외에 오리온, 롯데제과, 롯데호텔 등 러시아에 진출한 국내 유통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현지 시장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초코파이' 생산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최근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는 눈치다. 롯데제과는 최근 러시아 현지 법인에 약 340억원을 투자해 '초코파이' 생산 라인 및 창고 건물을 증축했고, 오리온은 러시아 현지 수요 대응 및 인근 국가로의 수출 확대를 위해 트베리주 크립쪼바에 세 번째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러시아는 최근 원자재를 무기화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한국가스공사]
러시아는 최근 원자재를 무기화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한국가스공사]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원자재값 폭등이다. 이미 러시아는 원자재를 무기화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영향으로 가스 공급을 중단한 당일 유럽연합(EU)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TTF거래소 천연가스 가격은 1MWh(메가와트시)당 175유로(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처럼 가스 가격이 비싸지면서 대체재인 석유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실제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해 12월 1일 배럴 당 68.87달러에서 지난달 26일 장중 배럴당 90.42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7년여 만의 최고치다.

또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설 경우 알루미늄 등 원자재와 곡물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미국이 제재에 나서면서 알루미늄과 니켈, 팔라듐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더불어 글로벌 8대 소맥 생산지인 우크라이나 피해로 농산물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공급망 역풍'을 맞을까 초조해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에서 원유, 나프타, 유연탄, 천연가스 등을 주로 수입하고 있는 상태로, 대 러시아 수입액 중 에너지 연료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교전 없이 긴장 국면만 지속되더라도 원유·가스·광물 등 원부자재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는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쟁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더라도 석유 및 가스 가격은 당분간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러시아가 반격차원에서 천연가스 등에 대한 수출 제한카드를 꺼내 들면 공급망 붕괴로 인해 연쇄적으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며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하는 정유업계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도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달 28일 원자재 수급 불안과 금융·시장 등 실물경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비상 대응 체계를 본격 가동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를 열고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 오미크론 확산 등과 함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경기회복의 주요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 등 사태가 악화되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될 수 있어 이에 따른 대응체계와 상황별 대응계획을 마련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트라 역시 비상 대응 체계를 운영한다. 본사의 글로벌공급망실, 지역조사실 등이 주도하는 대책반을 구성하고, 코트라 모스크바, 키예프 무역관과 인근 무역관이 참여해 대응 계획도 세웠다. 또 글로벌공급망 교란 요인에 대비해 최근 신설한 '글로벌공급망실'이 공급망 대응을 전담할 계획이다.

유정열 코트라 사장은 "혹시 있을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수출입,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여파를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관련 기관과 협력해 피해 최소화와 진출기업, 국민 안전 지원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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