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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랬다가 저랬다가'…선거 앞두고 양도세 완화에 민심 '격화'


"정부 말 듣고 집 판 사람만 호구됐다"…전문가 "큰 폭으로 인하해야 효과" 지적도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정부 말 믿고 울며겨자먹기로 높은 양도세로 집을 팔아치웠다. 선거 앞두고 갑자기 양도세를 완화한다니 황당하다. 정부 말 들은 사람만 결국 '호구'가 됐다. 민주당과 정부의 말을 들은 내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다."

더불어민주당이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대폭 완화한 데 이어 하루만에 다주택자에게도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를 검토하면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여당은 양도세 규제를 완화해 1주택자에게 이사기회를 제공하고 다주택자에게는 매물을 내놓도록 유인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친 데다 내년 초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으로 정부정책의 신뢰도만 떨어뜨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의 아파트 한 모습 [사진=아이뉴스24 포토DB]
서울의 아파트 한 모습 [사진=아이뉴스24 포토DB]

◆ 다주택자도 양도세 완화?…與 "세금 탓에 집 못팔고 있어"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현재 1주택자에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여야는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시세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확정지은 데 불과 하루만이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 의장은 "(매물) 잠김 현상이 오래가고 있다"며 "보유세가 올라서 (주택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때문에 내놓을 수 없다는 여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여당은 다주택자에 대해 일변도의 규제 정책으로 몰아세웠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에 따라 올해 6월1일부터 양도세 중과에 나섰다. 양도세가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씩 중과키로 했다. 지방세까지 포함할 경우 양도세만 최대 80%까지 이른다.

그동안 시장과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우려를 표했다. 2022년까지 전국적으로 분양이 부족한 만큼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자칫 공급난에 따른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주택공급 부족으로 역대급 집값 상승이 이뤄졌다.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고지 현황 [사진=기재부]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고지 현황 [사진=기재부]

정부여당은 종합부동산세에도 중과했다. 올해 종부세 산정 기준인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상승률은 14년 만의 최대 폭인 19.09%를 기록했다. 여기에 다주택자 종부세율은 0.6~3.2%에서 1.2~6.0%로 2배 뛰었다. 최근 정부가 올해 주택분 종부세를 고지하면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민심은 급격히 악화됐다.

◆ '다주택자, 이미 증여했는데…', 정부조차 "투기수요 부추길 것" 우려

여당이 돌연 입장을 선회하면서 시장에서는 양도세 완화 효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대체적으로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여당은 양도세 완화하면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많은 다주택자는 증여 등 우회로를 찾은 상태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아파트 증여는 6만3천54건으로 2006년 통계작성 이래 두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세청이 지난해 세무조사를 통해 양도세·상속세를 추징한 결과, 양도세액은 2천247억원으로 전년 대비 36.0% 감소한 반면, 상속세액은 7천523억원으로 45.2% 증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가구1주택 양도세 완화는 갈아타기 수요만 이어지고, 다주택자에 대해서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출규제와 함께 주택의 취득, 보유, 매도 전단계에서 규제가 강화된 상태에서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큰 폭의 인하가 아니면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여당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양도세 개편 방침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양도세를 무턱대고 내릴 경우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고 안정세를 보이던 현재의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정하다가 최근 안정세로 돌아섰는데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 조정이 부동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시기적으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모습 [사진=김성진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모습 [사진=김성진 기자]

시민단체 반발도 거세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에서 "양도세는 불로소득을 환수하기 위한 세금"이라며 “주택 가격의 키맞추기 현상과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정책이지 소수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 '시기' 놓치고 저의마저 의심…"인하 폭 따라 시장 영향" 주장도

더욱이 시장에서는 정부여당의 입장변화에 '저의'까지 의심하고 있다. 여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민심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이를 반전시키고자 다주택자에 대해 세금을 완화해 표심 구애에 나섰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는 '존버(끝까지 버틴다)가 승리했다', '다주택자가 정부와 여당을 이겼다' 등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집을 매도했다는 한 글쓴이는 "높은 양도세에 집을 팔았는데, 정부의 말만 믿고 행동한 나는 바보이자 호구"라며 자책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선거를 앞두고 줄감세를 통해 집부자들 표를 얻겠다는 여당의 몸부림이 눈물겹다"면서 "지난 2007년 박근혜 대선후보의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을 보는 듯 하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의도가 의심스럽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검토 자체가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시기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양도세를 완화해야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며 "양도세 완화가 이뤄지면 다주택자들의 보유주택을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 양도세 완화를 한시적이 아닌, 50% 이하로 내려서 재고주택이 시장에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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