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놀이터 오면 도둑" 어린이들 신고한 입주자대표

[아이뉴스24 홍수현 기자]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단지 내 놀이터에 다른 거주지역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4일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아이가 평소 귀가하던 시간에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 걱정하던 찰나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며 "급히 달려가 보니 우리 아이 포함 5명의 초등학생이 관리실에 잡혀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경찰들로부터 출동 사유를 듣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경찰이 전한 사유는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주민이 아닌 어린이들만 골라 경찰에 놀이터 기물파손으로 신고한 것"이라며 "폐쇄회로(CC)TV를 봐도 그런 정황은 없었지만 다른 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 게 그분의 논리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입주자 대표가 아이들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욕을 하고 핸드폰, 가방, 자전거를 전부 놀이터에 두고 따라오라고 해서 아이와 연락도 안 됐던 것"이라 말했다.

글쓴이는 "담당 형사도 아동학대, 감금, 언어폭력 등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지만 힘들 것 같다고 본인도 참 안타까운 일이라 했다"며 "타 단지 아파트에서 재미있게 논 아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지 아직까지 아이에게 설명을 못 해주고 있다.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당시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아이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갑자기 할아버지가 어디 사냐며 물어보고 나는 'XX 산다'고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에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할아버지가 이XX, 저XX 커서 아주 나쁜 큰 도둑놈이 될 거라고 했다"며 "친구 어머니와 형이 오자 자식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경찰 아저씨께 전화를 했는데 너무 무섭고 큰일 났다는 생각을 했다"고 적혔다.

실제 지난달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은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며 해당 어린이들을 112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의 부모는 이 회장을 협박 및 감금 협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후 해당 아파트는 입주자대표 회의 임시회의에서 단지 내 놀이터를 외부 어린이가 이용할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용이 담긴 '어린이 놀이 시설 외부인 통제' 건이 의결됐다가 입주민들의 반대로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부모들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돼 고소인 조사를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기물을 파손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수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