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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돋보기] 구글 인앱결제 대책 내놨는데…韓 콘텐츠 업계 '갈팡질팡'


제3자결제 자유롭게 했지만 수수료 차이는 미미…구글 조치에 대응 방안 고심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이행 계획을 발표하면서 콘텐츠 업계가 고민에 빠진 형국이다.

구글의 무리한 인앱결제 의무화 추진으로 다소 벌어졌던 구글과의 관계를 다시 개선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한편, 구글의 세부적인 이행 계획이 '꼼수'에 불과하다며 반발하는 기류도 거세기 때문.

구글은 지난 4일 인앱결제 대신 제3자 결제를 사용하는 개발사들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4%p 감면해 주고, 제3자 결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제3자 결제에 대해서도 기존과 달리 수수료를 걷어가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추후 구글로부터 보다 세부적인 이행 계획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관련 협·단체를 만나 대책 마련에 나선다.

[디자인=조은수 기자]
[디자인=조은수 기자]

◆구글과 협의체 꾸리고 대화 나서…관계 개선 움직임 '가속화'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지난 8일 구글코리아와 웹소설·전자책 업체들이 참여한 상생협의체 출범식을 열었다. 출협은 지난 9월 상생협의체 출범을 예고한 바 있다. 향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관련 이슈에 대해 협의체를 중심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협의체에는 출협을 비롯해 웹툰·웹소설 플랫폼 업체들과 전자책 업체들이 다수 참여했다.

구글이 웹툰·웹소설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도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인앱결제 수수료를 떼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이후 콘텐츠 업계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에 격렬히 반대해 왔다. 주로 출협, 웹툰산업협회, 웹소설산업협회 등 관련 협·단체들이 전면에 나섰지만 플랫폼사들도 다양한 경로로 인앱결제 의무화에 대한 반대의 뜻을 나타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구글과 콘텐츠 플랫폼사들은 냉랭한 기류를 형성했다.

그러나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이 지난 9월 발효되고 구글도 법 준수 의지를 나타내면서 서로 다시 손을 내미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출협은 법 통과 이후 상생협의체 조직 준비에 나서 왔고 지난 8일 정식 출범에 이르렀다. 구글과 콘텐츠 플랫폼사들이 정례적으로 논의의 장을 마련할 전망이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구글코리아와의 이번 상생 협약이 출판 업계의 발전과 복리 증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 기대한다"며 "상생협의체 가동을 비롯해 대한민국 출판저작 생태계 보호를 위해 구글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진전된 조치와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구글이 지난 8일 상생협약식을 갖고 양자간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사진=구글]
대한출판문화협회와 구글이 지난 8일 상생협약식을 갖고 양자간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사진=구글]

구글코리아는 이에 앞서 최근 출협 가입 절차를 밟기도 했다. 출협의 회원 대부분은 출판사인데, 구글 등 IT기업이 회원사로 가입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7월 말 구글의 인앱결제가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글과 구글코리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던 출협은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통과 이후 구글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다.

콘텐츠 업계 일각에서도 어쨌든 구글의 조치 자체는 전향적으로 평가할만 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적어도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준수 의지 자체가 없는 애플에 비하면 최소한의 성의는 마련했다는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법을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는 했다"라면서 "구글 입장에서도 앱 마켓 사업자로서 법 테두리 안에서 수익을 최대한 보전할 필요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작 4%p 수수료 인하는 '꼼수' 아니냐"…콘텐츠 업계 '부글부글'

다만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준수에도 여전히 고율의 수수료를 고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업계에서는 반발 기류가 거세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 4일 자사 개발자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제3자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의 수수료를 구글 인앱결제보다 4%p 낮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인앱 결제 수수료는 업종·규모별로 30%, 15%, 10%로 나뉘는데 제3자 결제를 할 경우 이보다 4%씩 낮은 비율이 적용되는 셈이다.

문제는 신용카드나 상품권 등에 부과되는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구글 인앱결제보다 높은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결제대행사(PG)를 통할 경우 수수료는 더욱 올라간다. 다날, KG모빌리언스 등 기준으로 신용카드 수수료는 3~4% 정도이며 휴대폰 결제(디지털 콘텐츠 기준)는 9~12%, 상품권은 9~11% 수준으로 뛴다.

더욱이 본래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하기 전에는 제3자 결제를 이용하더라도 별도로 구글에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었다. 즉 이전부터 인앱결제가 의무였던 게임을 제외하면 디지털 콘텐츠 등을 제3자 결제를 통해 구매할 경우 전에 없던 수수료를 구글에 내게 되는 셈이다. 앞서 이미 외부결제를 허용한 국내 앱 마켓인 원스토어의 경우 외부결제 시스템을 쓰는 앱에 5%의 수수료만을 부과하고 있다. 원스토어의 인앱결제 수수료는 20%다.

8일 서울 키다리스튜디오에서 열린  '웹툰·웹소설 업계 구글갑질 방지 간담회’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8일 서울 키다리스튜디오에서 열린 '웹툰·웹소설 업계 구글갑질 방지 간담회’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그간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에 대해 결제시스템까지 플랫폼이 강제하는 것은 지나친 독점적 지위 남용 행위라는 논리를 펼쳐 왔다. 구글이 어쨌든 제3자결제를 허용하면서 이 같은 논리는 힘을 잃게 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구글이 제3자결제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에 대해 사실상 '앱 마켓 통행세'로 보고 있다. 사실상 법망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제대행사를 낄 경우 수수료가 4%p를 넘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 개발사들에게 제3자 결제라는 선택권이 실질적으로 주어졌는지는 의문"이라며 "어떻게 보면 그간 결제 비용으로 간주됐던 것을 결제 비용과 그 외의 비용으로 나눈 셈인데 결국 구글이 여전히 앱 마켓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에 취할 수 있는 조치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구글의 이 같은 태도가 자칫 모처럼 조성된 구글과 콘텐츠 업계 간 화해 무드에 잡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사실 언제까지나 구글 등 앱 마켓들과 대립각을 세울 수 없기는 하다"면서도 "구글이 이러한 꼼수를 부린다고 하면 결국 업계 입장에서는 다시 대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협·단체들은 우려를 표명하며 필요할 경우 추가 대응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은 "창작자와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이 힘들게 쟁취했던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에 대해 구글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통과를 위해 힘을 모았던 것처럼 구글의 제대로 된 법 준수를 촉구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움직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통과시킨 국회에서부터 공식적으로 반발이 나왔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낸 성명에서 "개발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선택권을 주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결국 수수료 30%나 26%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라며 "앱 마켓 사업자는 법(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준수하고 개정 취지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과방위원장인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구글 측에서 '빅테크 기업으로서 책임감을 인지하며 앞으로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라며 "빅테크 기업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통큰 결정과 공정을 먼저 보여주는 기업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의 이 같은 대응에 실무진 차원에서 우려를 표명하고, 추가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구글 측에 강하게 우려를 전달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구글 측과 소통하고 있다"라며 "11월 중순이나 하순 경 구글에서 법 이행 계획을 추가로 제출할 예정인데 이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10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등 관련 협·단체들과 급하게 논의 테이블을 마련한 것도 이 같은 구글의 수법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이 자리에서 구글의 수수료 4%p 인하 조치에 대한 업계의 의견 등을 전반적으로 청취하고 다음주 입법예고할 예정인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시행령에 대해서도 논의할 전망이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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