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정조준] ㊦ 건설업계, 안전·보건관리자 채용 '러시'


30대 건설사 안전·보건관리자 10명 中 6명이 비정규직 노동자…"구조적 개선책 필요"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건설업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대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건설업계에서는 현장직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원하는 건설업 안전·보건관리자 채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그간 등한시됐던 안전·보건관리자 채용에 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부가 산재사고를 막기 위해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음에도 산재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 집계한 올해 1∼6월 산재 사고 사망자는 47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명 증가했다. 노동부는 올해 들어 산재 사망사고의 획기적 감축을 목표로 강도 높은 대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사망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또한, 노동부가 지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 2천11건을 사고 원인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추락 방지시설 등 안전시설 미설치(1천59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작업 방법 미준수(737건), 작업 절차 미수립(710건), 안전모 등 보호구 미지급·미착용(601건) 등의 순이었다. 기본적인 안전 수칙 위반이 산재 사망사고의 주원인이다. 노동부는 "산재가 발생하면 심각한 작업 차질과 함께 품질, 생산성과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안전·보건관리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30대 건설사, 안전·보건관리 '유명무실'…비정규직 비중도 높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안전과 보건 등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는 안전·보건관리자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30대 건설사의 안전·보건관리자 10명 중 6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로 드러났다.

이에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떠넘긴 안전·보건관리 체계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정읍시·고창군)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2020년 30대 건설업체 안전·보건관리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0대 건설사의 안전·보건관리자 4천272명 중 정규직은 1천629명으로 38.1%에 불과했다. 62%에 해당하는 2천643명은 비정규직이다.

또한, 지난 2월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재 관련 청문회 증인 건설업체 3곳을 보면 현대건설은 400명 중 128명이 정규직으로 32%에 그쳤고, GS건설은 36.8%(329명 중 121명), 포스코건설은 39%(326명 중 127명)에 불과했다.

30대 건설사 중 안전·보건관리자 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삼호(현 디엘건설)로 전체 70명 중 10명(14.3%)만이 정규직 노동자다. 이어 HDC현대산업개발 21.1%(175명 중 37명), 신세계건설 21.4%(56명 중 12명), 한양 22.4%(49명 중 11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지난해 기준 안전·보건관리자 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영주택으로 전체 28명 중 27명(96.4%)이 정규직 노동자다. 이어 중흥토건이 90.2%(61명 중 55명), 반도건설이 70.3%(37명 중 26명)로 뒤를 이었다. 시공순위 10위 내 대형건설사 중에서는 삼성물산이 55.7%(296명 중 165명)로 가장 높은 정규직 비율을 기록했다.

윤준병 의원은 "건설업은 산재 사망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인 만큼 안전과 보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하지만, 지난해 30대 건설사의 안전·보건관리자 10명 중 6명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 잦은 이직, 소속감 부족 등 불안정한 지위로 인한 구조적인 안전관리 부실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8년~2020년 30대 건설업체 안전·보건관리자 현황. [사진=윤준병 의원실]

◆"건설 현장 산재 막자"…안전·보건관리자 '수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안전관리자 선임대상도 확대했다. 기존에는 공사비 120억원 이상 건설공사에서만 안전관리자 선임이 의무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 올해 7월부터는 80억원 이상 공사현장으로 대상이 늘어났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건설업계도 현장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안전 문화 의식 전환을 위해 현장직원들의 건강과 안전한 근무환경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보건기획 전문가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회사 보건 이슈 전반에 대한 대응과 회사 또는 현장 내 보건관리 체계와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기업체 보건관리 경력 10년 이상, 보건 관련 정책과 법률해석이 능통하며 관련학과 전공자를 대상으로 채용이 진행됐다.

이어 같은 달 경력직 안전관리자도 동시 채용했다. 건설 현장 안전보건을 관리하고, 위험성 평가 수립 검토와 안전교육·점검 실시, 안전기준 이행과 시스템 운영관리, 법적 안전교육과 점검 이행, 리스트 사전 예방 관리 등이 주 업무다. 두 직무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DL이앤씨는 이달 본사와 국내외 현장에서 안전관리, 보건관리직으로 근무할 계약직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안전관리직무는 안전시설 설치상태 확인과 점검, 유해위험 기계기구의 안정성 확보와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을 점검하는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보건관리직무의 경우 사업장 순회점검을 통해 지도와 조치, 작업장 내 환기장치와 배기장치를 점검, 현장 보건교육과 행사 등을 진행하게 된다.

한화건설은 지난 6월 광교상현 지산 현장과 세종안성고속도로 2공구 현장의 보건관리자를, 지난 4월 과천 지식정보타운7블록 현장의 보건관지라를 채용했다. 포스코건설은 오는 2024년 7월 준공예정인 대구 침산동 주상복합 신축사업 현장에서 근무할 계약직 직원을 모집했으며, 내년 말까지 광양 세풍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 건설공사에서 안전관리자로 일할 계약직 채용에도 나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직원들의 안전준수를 지원하기 위해 최근 건설 현장의 보건관리자와 안전관리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주로 현장별 계약직 채용이 이뤄지던 분위기에서 정규직으로 안전·보건관리자를 수혈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권기섭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은 경영자의 기본적 의무"라며 "안전보건 관리가 경영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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