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조선-대우조선 기업결합심사 딴지 거는 일본


[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장벽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EU는 애초부터 기업결합 심사가 까다롭게 진행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 양사 합병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러나 일본의 미온적 태도는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한국조선해양과 KDB산업은행이 맺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관련 현물출자·투자계약 기간이 오는 30일 만료되는 가운데, 재연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EU와 일본 등 주요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현재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EU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에선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 중 단 1곳만 불허 결정을 내려도 합병은 무산된다.

특히 EU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EU의 기업결합심사 지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업계에선 유럽지역에 선주들이 밀집해 있는 탓에 한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EU 심사 결과는 양사 합병 속도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U의 기업결합 심사결과에 따라 공정위와 일본도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당초 일본 경쟁당국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 무난히 승인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주력 선종이 다르고 자국 발주량이 많아 일본이 합병 승인을 거절한 명백한 이유가 없다는 데 따른 관측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노골적으로 반대하며, EU에 이어 최대 걸림돌로 급부상해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양사 합병을 부당지원했다며 WTO에 제소하는 등 반대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이 같은 행보를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첫 번째는 글로벌 조선업계 강자로 꼽혔던 일본이 현재 한국과 중국에 밀려 '만년 3위'에 머물러 있어 심사 지연을 통해 앙갚음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EU가 반대할 경우 합병 자체가 무산되는 점을 이용하기 위해 반대 입장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앞서 일본은 2019년 한국에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가했던 것이 자충수가 됐다. 자국 내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한국이 직접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들이 이를 방증한다.

목적성이 짙은 이번 기업결함심사 지연이 향후 일본 기업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선례를 통해 자각하길 바란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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