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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자사주 매입도 안 통하는 '가시밭길' 주가


최근 시총 5조 가까이 증발…블소2 흥행 실패·과한 과금 정책 영향

[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엔씨소프트 주가가 심상찮다. 신작 블레이드&소울2(블소2)가 흥행에 실패하고 과한 과금 정책이 유저들의 반발을 부르면서 주가가 바닥을 모르게 추락하고 있어서다. 통상 주가엔 호재인 대규모 자사주 매입도 안 통하는 모습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전일 장중 59만9천원까지 떨어지며 결국 앞자리가 '5'를 가리켰다. 이는 52주 최저가는 물론 지난해 3월 이후 1년 6개월 만의 50만원대 추락이다.

특히 당시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증시가 고꾸라진 시기다. 그 이전까지 엔씨소프트 주가가 70만원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수준인 셈이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블레이드&소울2' 화면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신작 '블레이드&소울2' 화면 [사진=엔씨소프트]

주가가 본격적으로 급락한 건 블소2가 출시되면서다. 시장에서는 블소2의 흥행을 점쳤지만 지난달 26일 출시 첫날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매출은 11위에 그쳤다. 모바일 게임 매출이 통상 론칭 초기 많단 점을 고려하면 부진했단 평가다. 당일 주가는 무려 15% 넘게 빠졌다. 기존 30억~40억원 수준이던 증권가의 블소2 일 매출 전망치는 현재 5억~8억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흥행 실패의 가장 큰 원인엔 타사보다 과한 과금 정책이 꼽힌다. 엔씨소프트는 그간 리니지 시리즈의 과금 모델을 모바일 게임에도 도입해왔는데, 이는 최상급 아이템을 얻기 위해 '뽑기'에 참여하는 구조로 돈을 들일수록 캐릭터가 강해지는 특성에 '페이투윈(Pay to Win)'이라 불린다.

이런 과금 정책이 누적되면서 유저들의 비판이 일었고, 이른바 '린저씨(리니지+아저씨·고액 과금 게임 유저)'의 이탈이 시작됐다. 앞서 수년간 구글플레이 매출 1·2위 자리를 지킨 리니지2M 순위가 최근 5위까지 내려간 게 대표적이다. 이 게임은 지난 2분기 엔씨소프트 전체 매출(5천384억원)의 40%인 2천180억원에 달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연초부터 불거진 리니지 불매운동 등 게이머의 정서 변화가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주가 급락에 놀란 엔씨소프트는 결국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회사는 지난 7일 장 마감 후 자사주 30만주를 1천899억원에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이튿날부터 장내 매수 방식으로 사들이기 시작해 오는 12월 7일 종료한단 계획이다.

그러나 급락한 주가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전일 장중 50만원대까지 내려간 엔씨소프트 주가는 60만원을 가까스로 수성한 종가(61만1천원) 기준으로도 블소2 출시 직전 대비 27%나 하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4조9천616억원 증발했다. 자사주 매입 발표 당일 JP모건이 엔씨소프트의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13% 하향한 55만원으로 낮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증권가의 평가도 부정적인 편이다. 블소2를 시작으로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 더이상은 수혜를 보기 어렵단 분석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는 지난 수십 년간 신작에 대한 손익분기점 상회비율(Hit ratio·히트레이쇼)이 매우 높다는 이유로 멀티플 프리미엄을 받아왔는데, 이번 블소2의 흥행 부진으로 차기 신작들의 성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가 다음 신작들에서도 기존의 공식을 답습한다면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기존 과금 모델과 인터페이스를 과감한 변화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은 오는 4분기 출시될 '리니지W'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니지의 정통성을 이은 게임으로 글로벌 이용자를 겨냥한 작품이다. 4분기 중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 출시된다. 올해 출시한 신작 반응이 모두 지지부진하고 리니지 이용자마저 조금씩 돌아서는 상황에서 리니지W의 성공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W가 과금 모델과 콘텐츠를 기존 게임들과 얼마나 차별화할지가 중요하다"며 "리니지W의 초기 성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기업 가치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강성훈 DS투자증권 연구원도 "리니지W를 비롯한 하반기 신작들의 성적이 주가 반등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리니지W가 어떤 과금 정책과 콘텐츠를 적용할지, 그리고 이에 대한 이용자들의 초기 반응은 어떤지를 살펴본 뒤 투자를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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