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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삼성SDI에 '배터리 대장주' 자리 뺏긴 LG화학…왜


화재에 따른 리콜과 상장 심사 연기 신청 등이 주가 하락에 영향

[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LG화학이 삼성SDI에게 추월당하며 시가총액 7위(삼성전자 우선주 제외)로 내려 앉았다. 이는 LG화학 배터리부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에 시정조치(리콜), 상장 심사 연기 신청 등의 이슈가 대거 발생한 탓이다.

삼성SDI에게 배터리 대장주 자리를 내준 주된 원인이 '배터리 안정성' 논란이라는 점에서 LG화학 입장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LG화학 시가총액 왜 하락했나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SDI는 전 거래일 대비 5천원(0.63%) 내린 78만8천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LG화학은 3만7천원(4.88%) 내린 72만1천원에 마감했다. 이에 삼성SDI의 시총은 54조1천864억원으로 소폭 감소했지만, LG화학(시총 50조8천971억원)을 이틀 연속 앞섰다.

양사의 시총 역전은 지난달 31일 이뤄졌다. 이날 삼성SDI는 79만3천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LG화학은 75만8천원에 마감했다. 이로써 삼성SDI는 시총 54조5천302억원으로, LG화학(시총 53조5천89억원)을 약 1조원 차이로 따돌리며 '배터리 대장주'로 등극했다.

제너럴 모터스(GM) 쉐보레 순수 전기차 볼트EV. [사진=한국지엠]
제너럴 모터스(GM) 쉐보레 순수 전기차 볼트EV. [사진=한국지엠]

업계에서는 삼성SDI와 LG화학의 시총이 역전된 원인으로 최근 불거진 리콜 사태를 지목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제너럴모터스(GM)가 3차례에 걸쳐 대규모 리콜을 진행하자 모회사인 LG화학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GM은 지난달 21일 10억 달러(약 1조1천835억원)를 들여 볼트EV에 대한 리콜 조치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리콜 대상은 미국·캐나다 등에서 팔린 2019~2022년형 모델이다.

특히 이번 리콜은 GM이 지난 7월 2017~2019년 생산된 볼트EV 6만9천대를 대상으로 리콜 결정을 내린데 이은 추가 조치다. 당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마친 볼트EV(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탑재)에서 두 건의 화재가 발생했던 것이 리콜 결정의 배경이 됐다.

따라서 볼트EV 리콜 총 대수는 14만2천대로 증가했다. 미국 CNBC 방송은 리콜 대상인 볼트EV의 배터리 모듈을 교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18억 달러(약 2조1천303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LG전자가 모듈화해 GM에 납품한 것이다. 이에 GM과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3사는 공동으로 화재 원인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충당금 설정과 분담 비율 등이 정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GM이 '배터리 결함'을 볼트EV 화재 원인으로 최종 지목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가 리콜 비용 상당 부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올 2분기에 각각 2천346억원과 910억원 등 총 3천256억원의 리콜 충당금을 반영한데 이은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다.

LG화학의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은 GM발 리콜뿐만이 아니다. LG엔솔의 배터리를 탑재한 폭스바겐의 전기차 ID.3 화재를 비롯해 최근 호주에서 발생한 에너지저장정치(ESS) 화재 등의 이슈가 추가적으로 발생한 영향도 있다.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이브이즈(Insideevs)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흐로닝언에서 폭스바겐 전기차 ID.3가 전소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폭스바겐 ID.3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됐다. 이로 인해 앞서 현대차 코나EV와 쉐보레 볼트EV 화재 원인이 배터리로 지목된 만큼 이번 화재 역시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가 발화지점이면 '열 폭주' 현상 등으로 화재 진압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이번 화재는 빠르게 진압된 점을 미뤄봤을 때 다른 원인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최근 대형 화재가 발생한 테슬라의 호주 빅토리아주 ESS '메가팩'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파나소닉의 배터리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가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관련 화재 이슈에 따른 추가 비용을 또다시 떠안게 될 가능성이 커지자 10월 말 예정된 기업공개(IPO)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려는 현실이되면서 LG화학 주가 하락에 기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이 추가 리콜 시행 발표 이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나아가 IPO 연기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은 "GM 리콜 조치 방안,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한 후 올해 내 상장 완료를 목표로 IPO를 지속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 10월까지 결정해 시장과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삼성SDI 美 진출 기대심리 작용

LG에너지솔루션 악재로 모회사인 LG화학이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SDI에 대한 '핑크빛' 전망들도 이번 배터리 대장주 역전에 한몫했다.

삼성SDI가 LG화학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코스피 시총 6위에 등극했다. [사진=각 사]
삼성SDI가 LG화학 시가총액을 넘어서며 코스피 시총 6위에 등극했다. [사진=각 사]

투자(IB)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중대형 전지 호조로 하반기 실적 성장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삼성SDI는 7월 27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미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기대 심리가 작용, 주가 상승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품질은 물론 '안정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와중에 LG화학이 배터리 안정성 문제를 겪으며 삼성SDI에게 배터리 대장주 자리를 내줘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일회성 충당금 반영으로 그쳤지만 이번에는 중장기 관점에서 몇몇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GM의 볼트EV와 현대차 코나EV 등 LG화학이 판매한 제품들에 대한 대규모 리콜의 반복으로 향후 충당금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구조적인 비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어 중장기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유진 기자(ou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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