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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 '플랜B' 본격화되나


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에서 수행중인 HWR 타입 초전도가속관의 대안설계 모델링 [사진=원자력연]
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에서 수행중인 HWR 타입 초전도가속관의 대안설계 모델링 [사진=원자력연]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정상 구축에 어려움을 겪어온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플랜B(대안설계)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25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단장 김유종)은 "중이온가속기에 적합한 초전도가속관을 공동개발하기 위해 14명의 가속기 전문 인력을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이하 중이온사업단)에 파견했다"고 밝혔다.

또한 "파견된 인력은 올해 12월까지 저에너지 초전도가속관의 성능시험을 수행하고, 이와 별도로 포항가속기연구소와 함께 고에너지 초전도가속관의 대안설계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원자력연은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의 구축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으며, 특히 중이온가속기의 핵심 장치인 초전도가속관 설치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가속기 전문가들이 힘을 합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도영 과기정통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조성추진단장은 "지난 5월 중이온사업단에서 원자력연구원에 HWR타입 초전도가속관에 대한 대안설계를 맡긴 것으로 알고 있으며, 9월 중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최종적으로 플랜B 채택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중이온가속기 구축일정이 여러 차례 지연되고 있는 핵심적인 기술이슈로 고에너지구간의 초전도가속관이 꼽혀 왔다. 중이온가속기는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를 이온화하고 가속해 표적물질에 충돌시켜 희귀 동위원소들을 만들어내는 시설이다. 초전도가속관은 전기저항이 없는 진공관 내부에 강력한 전기장을 형성시켜 양성자, 우라늄 등의 무거운 이온들을 가속하는 장치다.

중이온가속기 구성은 크게 저에너지가속구간(SCL3), 고에너지가속구간(SCL2), 희귀동위원소 생성장치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저에너지가속구간은 올해 안에 구축이 완료될 예정이다. 원래는 올해까지 모든 구간을 완성할 계획이었지만 핵심부품인 초전도가속관 개발일정이 늦어짐에 따라 당초 사업기간인 올해 말까지는 저에너지구간만 완성하고, 고에너지구간은 내년 이후 '2단계'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변경된 상태다.

중이온사업단은 당초 고에너지 가속구간에 SSR(Single Spoke Resonator) 타입의 초전도가속관을 구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큇살(spoke) 모양의 SSR 타입은 형태가 복잡해 제작과 설치가 어려워, 중이온가속기 구축 지연에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고에너지가속구간에 들어갈 초전도가속관의 설계변경은 이미 여러 차례 거론된 바 있다. 중이온가속기 총괄점검단 위원장을 맡았던 조무현 포항공대 명예교수는 지난 2월 열린 과기정통부 주관 공개토론회에서 총괄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에너지가속구간(SCL2)은 사업기간 예측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해외 가속기 전문가들이 초전도가속관의 설계변경을 제안한 내용도 소개한 바 있다.

당시 한 해외 전문가는 '라온'의 고에너지가속구간에 들어가는 초전도가속관을 기존 계획인 SSR(Single Spoke Resonator)타입 대신 HWR(Half Wave Resonator)타입으로 변경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에도 저에너지가속구간에는 HWR타입의 초전도가속관이 설치돼 있다. 전체 128기의 가속관 중에서 106기가 HWR타입이다. 반면 고에너지가속구간에는 SSR타입 만으로 가속관 213개를 설치한다는 게 당초설계다.

이날 원자력연도 "양성자과학연구단이 개발해온 HWR 타입 초전도가속관은 해외에 성공적인 개발 사례가 있고 제작이 보다 용이해 SSR 타입의 대안설계로 주목받는다"며 HWR타입으로의 설계변경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최도영 단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이온가속기의 SSR타입 가속관 시제품들이 품질을 확보하지 못해 플랜B를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HWR 타입 역시 설계도 만으로 품질이 확보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대안설계가 완성되더라도 실제로 채택할 지 여부는 검토해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단장은 "다만 SSR타입보다 HWR타입이 구조적으로는 만들기 쉬운 것은 확실하고, 미시건대학에서 최근 구축한 중이온가속기에서 새로운 방식의 HWR타입 가속관을 설치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축 중인 중이온가속기 저에너지 가속관 모습 [사진=원자력연]
구축 중인 중이온가속기 저에너지 가속관 모습 [사진=원자력연]

한편 원자력연 양성자과학연구단은 국내 기술로 구축한 100 MeV(메가전자볼트) 양성자가속기를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성능 확장을 위해 초전도가속관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한 현재 100MeV급 양성자가속기를 1GeV급으로 확장하기 위한 9천억원 규모의 신규사업을 기획하고 내년 초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유종 양성자과학연구단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중이온가속기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국내 가속기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라며, “이를 계기로 국내 가속기 기술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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